요 얼마전까지 나와 만남을 갖던 친구의 미니홈피에 들어가봤다.
링크가 되어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들어가본다
(사실 잠깐동안 많이 괴로워하다가 조금 정신을 차리고나서 거짓말같이 감정이 사라진지라
단지 호기심외의 의도는 없는 것 같다.)
들어가보니 새 애인을 사귀었다.
(참고로 그 친구는 이성애자이므로 애인은 여자임.)
완전히 헤어진지 한달 남짓한데 벌써 누군가를 사귀다니 정말 발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보면, 그 친구가 자신은 외롭지 않고 혼자서 잘지내는 타입이라고 했지만
알고보니 내가 아니라 그 친구야말로 애인없으면 -정확히 말하면 여자없으면-못견디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
그 여자친구 홈피에 들어가보니 나이가 의외로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나라는 인간이 진짜 웃기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것은, 그 애인이 나이가 나보다
다섯손가락이 넘게 많다는 사실에 내가 살짝 안도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_-)
미니홈피 만으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것같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지만
일단 거기 올려놓은 자신을 표현하는 많은 자료들로봐서는 결혼을 많이 하고 싶어하고
자신의 인연을 애타게 기다리는, 딱히 인생에 큰 재미나 즐거움이 없는 것 같이 보이는
직장인이었다.
사랑에 대한 단꿈을 꾸는것으로 보아 나이에 비해 상당히 순진하게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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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에 오다가 공중화장실에 들어가서 일을 보면서 생각난건데, 그 친구와
예전에 나누었던 대화들이 생각났다.
a (그친구) : 내 친구 00이, 새차 뽑아서 쫘악 타고 왔더라... 자식, 취업했다고 차부터
뽑긴.
나 : 응.... (쩝.... 그게 그리 부러운가)
a : 나도 얼른 취업해서 sm5사야지.... 그럼 옆에 태워줄께.
나 : 응..... 그런거 안해도 되- 차 있거나 없거나 별로 상관없어.
a : 너희집에 빨리 인사가면 안될까? 나 직장들어가고, 차도 사고 그러면 인사해도 되지
않을까?
나 : (화들짝 놀라며) 응? 차 사는 것이랑 우리집에 인사하는 것랑 무슨 상관이야?
우리집에서 뭐 차 없다고 안좋아하고 차 있다고 좋아하고 그런건 아니야!
우리집에 얘기하기 좀 그런건 내가 아직 학생이고, 자립하려면 멀었으니까 그런거지~
a : 그건 아는데.... 그래도....^^;
저 친구의 그 발언은 나를 너무 어이 없게 했었다.
(그러나 다른 무리의 남자선배들과 술을 마셨을때를 기억해보면, 저보다 조금더
고상한 형태로 비추이긴 하지만, 학력있고 잘나간다는 여느 남자들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도, 대화의 내용도 크게 다르진 않다. )
차 있고, 괜찮은 직장있으면 허우대 멀쑥한 남자 구실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일반적인 세태
속에서 만들어진 사람들의 모습은 남자건 여자건 그닥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그게 그 사람
들만의 탓은 아니고, 그 사람들 역시 자신의 인생을 자기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기 위하여 많이 노력하겠지. 그런 그들의 삶의 형태를 그닥
마주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의 한 형태로서 경멸하기보다는 존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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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그 친구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단편들이 옥상위에서 떨어지는 물풍선처럼 떨어져서
그 친구와의 사이에 있던 그나마 좋은기억들에 물벼락을 때리기 때문에 나는 이제
사실 부끄러워서 남한테 별로 그 친구에 관한 얘기를 하고싶지도 않고 스스로 많이 생각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내 생각을 정리하는 뜻에서 이렇게 현실의 나를 아는 사람들이
얼마없는 블로그에다가만 끄적거릴뿐.
그 순진해 보이는 새 여자친구와 어떤 인생을 꾸려나가든지, 그들이 나에게 피해주지 않는
이상, 그들의 삶을 잘 살아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어쨌든 세상에 행복한 사람이 한 쌍이라도 더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 친구를 내가 한편으로는 우습게 생각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어떤
인간이었던 간에 인간이 인간에게 가질 수 있는 따뜻한 감정은 그 어떤 이유에도 불문하고
가치를 따질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래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확실하다고 무 베듯이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세상사 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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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그러나 정말 발 빠르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드네요;;;
경멸하기보다는 존중해야할 것이다.. 가슴에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