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를 통해 느끼는 911테러에 대한 기시감(旣視感)

 

 

 

내외를 오랜시간 떠들썩 하게 만든(물론 우리는 모르지만 북한역시 떠들썩 했을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이제 다른 국면으로 전환된다. 지난 15일 발견된 어뢰 추진 후부 안쪽에 파란 유성매직으로 쓴 손글자  "1 번"이라는 한글표기가 발견되었고 따라서 합동조사단과 정부는 이를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공격이라는 '결정적' 증거(smoking gun)라고 한다.

 

에 따라 한국군과 미국군을 포함한 UN군 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이미 북한의 정전협정위반을 조사할 계획을 발표했고 정부와 미국측은 이를 UN안보리에 회부해 대북 제재안을 요구할 의사를 강경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작 수사과정과 CCTV나 TOD영상 등 주요 정보가 은폐되어 있었으며, 조사단 내에서, 그리고 여타 전문가들에게도 이견이 존재한다는 점, 북한 잠수정의 침투-천안함 공격-철수에 이르는 과정이  논리적으로 미스터리에 가깝다는 점 등, 아직 많은 의문점들이 남아있다. 이런 의문들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은 성급하다고 느낄 정도로 빠른 결단과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결단과 움직임은 천안함 사태가 이미 북한의 소행임을 '전제'하고 있다. 특히 노골적인 정부의 천안함 관련 언급과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이미 "전쟁 준비 중 인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러한 일련의 경향들은 9년 전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참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바로 미국의 911테러 사건 말이다. 사실 당시 부시정부는 911테러의 범인을 지목하는 과정에서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포함한 중동-이슬람계 저항세력의 거의 전부를 열거하며 "관련있다",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등의 표현을 자주 썼다. 이 말의 본질적인 의미는 911테러가 사실 누구의 소행인지 뚜렷하게 모른다는 말과 같다. 

 

치라는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설명하는 요소는 때때로 '의도''능력'이다. 911테러는 많은 영향을 가져왔는데 아주 가시적인 두 가지 결과는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전쟁2003년의 이라크 전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두 개의 아주 슬프고도 우스운 결과를 이미 잘 알고 있다. 미국은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 빈 라덴을 찾아내지 못했으며 이라크에 침공의 구실이었던 '대량살상무기'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국은 자국의 크나큰 슬픔을 폭력적으로 해소할 '의도'가 있었고 그럴 '능력'도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만난다. 미국의 성스러운 '분노'가 가져온 선물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조장된 공포와 불안으로 인해 미국내의 총기판매량은 엄청난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리고 조지 W. 부시는 전쟁으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했고 전쟁 중이라는 상황은 (역시 여러 의문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재선까지 보장했다. 

 

는 사실 지금의 상황이 조금 두렵기까지 하다. 정보의 은폐와 불충분한 증거, 논리가 결여된 상황에서 사실관계는 중요치 않은 것이 되고 정부와 언론은 '분노'만을 조장하고 있다. 9년 전에 미국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익숙한 광경이다. 또한 천안함 사태가 미국의 911 참사와 비슷한 것은 확실한 사실 관계를 떠나 이미 한국 정부는 어떠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은 미국 만큼의 확실한 '능력'은 없다. 하지만 미국이 911참사와 두 개의 전쟁을 통해 받은 선물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표면적인 '의도' 뒤에는 따라오는 결과물들이 존재한다. 한국정부의 의도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위험하게 너무 넘겨 짚는게 아니냐고? 오히려 넘겨 짚는것은 정부가 한 수 위다. 만약 정부가 이러한 의혹을 남겨두기 싫다면 의혹이 되는 모든 정보의 공개는 물론, 태도 또한 논리적이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때로 어떤 사건에 대한 진실은 '누가', '왜' 했는가가 말해주기 보다, 사건의 결과가  실재로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라는 의문을 통해 진실과 대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천안함 사건은 '일반 사병'으로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던 46명의 젊은이들의 생명을 수장시켰다. 그 만큼 무거운 사건이란 말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우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모르겠다.

 

 

P.S 천안함 장병들을 '희생'을 진심으로 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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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2 00:43 2010/05/2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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