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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시한 일상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의 시시한 일상이 세상을 바꾼다"

무심히 들어왔던 진보넷 블로그에서

이 글을 보고 당장 가입하고 말았다.

 

사실 말이지 아직 아무런 힘이 없는 나에겐 이 말이

"우리의 시시한 반항이 세상을 바꾼다"라고 들리기도 한다.

 

나의 자잘한 반항들은 대체로 학교가 무대였는데,

그 반항은 으레 나에게 뼈아픈 응징을 가져다주었고

또 그만큼의 댓가를 나에게 주었다.

 

이름대신 꼭 번호를 부르는 선생님에게 “저는 72번이 아니라 진안데요.”라고

말대꾸 했다가 사물함이 있는 교실 뒤까지 날라 갔던 기억도 있고,

여자들에게만 청소시키는 담임에게 “왜 여자들만 청소해요?”라고 했다가

남은 학기 내내 소각장 청소를 혼자 도맡아 했던 기억도 난다.

또 자꾸 내 귓불을 만지는 체육 선생님에게 “선생님, 이거 성추행 아니에요?” 했다가

하루 종일 운동장을 돌다 쓰러진 적도 있었고,

단체로 기합을 주는 담임에게 "잘못도 안 했는데, 왜 때려요?" 했다가

복날 개처럼 맞다가 도망갔던 기억도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아도 내 문제제기는 지극히 합당했는데

참, 어린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응징을 주곤 했으니

정말이지 이 사회는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다.

 

그런 자잘한 반항의 결과는?

나를 교실 뒤편으로 날려 보냈던 선생님은 엄마와 맞짱을 뜨곤

결국 우리들을 번호대신 이름으로 불러주었고, 애들 귓불 만지는 게 취미였던  체육 선생님은

실신한 나를 들쳐 업고 양호실까지 뛰었던 친구들과 내게 두 번 다시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

나를 복날 개 패듯 팼던 선생님은 일주일간 무단결근으로 버티던 내게

결국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물론, 그 이후 나를 철저히 무시했지만)

 

난 그 분들의 생각이 180도 변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나의 사소한 반항이 그 선생님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으리라고는 믿는다.

그 영향이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말이다.

 

그렇기에, 개인의 사회의 당연한 권위와 권력에 대한 반항이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일상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댓가가 좀 가혹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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