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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사람을 망친다

세탁기 없이 일년 반을 살았다, 고 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되묻는다.

"살아지던?"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탁기 없어도 잘 살아지더라.

나 또한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세탁기가 없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그럼 다 손빨래 해야 된다는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얹혀살고 있는 동거인은

가능한 인간손으로 모든걸 해결하자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인간이라 기계문명에 기대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쫓겨나면 갈데도 없었다.)

 

이러쿵 저러쿵 불평도 많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자, 그냥 살아지더라

 

몸 피곤할때 정말 입고 갈 게 없어

겨우겨우 빨래를 할 때는 불평과 더불어 욕도

쏟아져 나왔지만.....살아가기에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익숙해져갔는데

며칠 전 동거인이 이불빨래를 하다

정말 심하게 허리를 접지르고는

자신의 나이와 건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더니

삼일 전 세탁기를 샀다.

 

집에 와보니 세탁기가 있더라, 라는

자못 감격스런 시간도 지나고

이제는 세탁기 없이 손빨래 하라고 하면

배째라고 버팅길 것 같다.

 

며칠전만 해도 얇은 이불같은건

그냥 휙휙 빨아댔는데

지금은 양말 한 짝도 휙 세탁기에

집어넣는다.

 

지금도 세탁기를 돌리고 있자니

정말이런 생각이 든다.

'기계가 사람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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