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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리눅스 펭귄 ‘목죄기’
[한겨레]2003-06-13 02판 20면 1368자 정보통신·과학 컬럼,논단
요새 미국 경제를 두고 ‘퍼드’(FUD)란 약어가 심심찮게 쓰인다. ‘두려움’(Fear), ‘불확실’(Uncertainty), ‘의심’(Doubt)이 신경제의 특징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퍼드 심리의 확산은 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반대로 시장 위기는 기업마다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 수요를 늘리도록 독려한다.열린소스 프로그램의 대표격인 리눅스는 이런 경기 침체와 불안을 타고 오히려 수요가 급증한 경우다. 거의 공짜나 저가의 배포판으로 공급되는데다 보안까지 탁월하니 굳이 비싼 돈 들여 마이크로소프트(엠에스)의 프로그램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자 얼마 전 엠에스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는 자사 전직원들을 상대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리눅스가 엠에스의 미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며, 특별히 아이비엠을 리눅스의 가장 큰 배후자로 꼽았다.
리눅스는 서버컴퓨터 시장의 13.7%를 차지하며 업계 2위로 오를 정도로 급상승했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여러 정부들과 각급 비영리 기관들이 리눅스를 엠에스의 대안 모델로 찾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엠에스는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던지 최근엔 리눅스 펭귄의 목을 아예 비틀며 압박해 들어온다.
일차로 남미, 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국 등 새로운 시장 잠재력을 지닌 정부와 교육기관을 겨냥한 프로그램 가격 할인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국내 비영리단체들에 대한 프로그램 기부도 급증했다. 지난해만 2억7천만달러에 향후 3, 4년간 매년 10억달러어치 정도의 프로그램을 이들 단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할인과 기부의 합법적 시장 기제를 동원한다고 하나, 대규모 물량 공세는 상대를 아예 몰살시켜 독점을 영구화하는 법이다. 이미 리눅스를 쓰려던 비영리단체들이 엠에스 공짜 프로그램 공세에 녹아나는 현실은 이를 방증한다.
반열린소스 계열의 보스 구실도 앞장선다. 지난 3월 초 에스시오(SCO)란 기업은 자사 소유인 유닉스의 코드를 리눅스에 도둑맞았다며 아이비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95년에 소프트웨어 업체인 노벨로부터 저작권과 특허권의 이전 없이 오직 라이선스 권리만을 사들인 이 회사는 아이비엠을 비롯해 1500여개 기업들에 경고 편지까지 발송했다. 이 와중에 엠에스는 이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보란듯 체결하며 이 회사의 공갈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주 정통부 산하 한 단체 원장에 한국 엠에스 사장이 내정됐다고 한다. 유럽과 남미 등 여러 정부들이 리눅스 등 열린소스 프로그램들을 적극 고려하며 좀더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진흥의 백년대계를 세우려는 판이다. 이를 배우는 데 인색한 것도 모자라 그 미래를 이끌 수장의 자리마저 지나친 엠에스 편향을 보여서 되겠는가. 정부의 분별력이 아쉽다.
이광석/<네트워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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