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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의혹 못벗는 '카니보어'

인권침해 의혹 못벗는 '카니보어' [한겨레]2000-08-18 01판 25면 1177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미국 행정부는 전화뿐 아니라 전자우편과 각종 데이터 교환을 대상으로 하는 도청에 관한 법의 개정안을 의회에 상정해 놓고 있다. 그런데, 여론에 문제가 생겼다. 연방수사국(FBI)의 인터넷 도청 시스템이 프라이버시(사생활) 권리를 가로막는 상징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이 시스템의 명칭은 카니보어(Carnivore)로, 육식동물이란 뜻이다. 네트워크를 흐르는 거대한 양의 데이터들 속에서 흥미롭거나 의심이 가는 표적(고깃덩어리)을 순식간에 찾아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카니보어의 작동은 감시대상이 존재하는, 인터넷서비스공급업자(ISP)의 서버에 이 시스템을 설치함으로써 이뤄진다. 연방수사국은 카니보어가 장착된 서비스공급업자 서버를 통해 네트워크를 흐르는 전자우편이나 정보 등을 탐지하고, 그 내용을 연방수사국의 하드드라이브에 복사해 저장시킨다. 이 시스템은 '패킷 탐지기'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불과 수초만에 수백만통의 전자우편 내용을 자동 검색한다. 이미 20개 정도의 카니보어 시스템이 재작년부터 사용됐고, 지금까지 25건 정도의 사건 조사에 이 시스템이 이용됐다고 한다. 그 가운데 16건이 올해 상반기에만 이뤄진 것을 보면, 카니보어를 이용한 감청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법무부는 카니보어에 대한 거센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카니보어의 소스코드에 대한 검증을 컴퓨터 전문가들과 대학에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런 법무부의 평가작업이 신뢰도와 독립성 면에서 의심스럽다는 태도다. 이들은 일반 네티즌들이 검증할 수 있도록 연방수사국의 버지니아주 쿠안티노 소재 컴퓨터연구소에서 개발된 카니보어의 프로그래밍 소스코드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연방수사국은 연방판사가 승인하는 범죄 용의자들에 한정해 테러리즘, 해킹, 아동 성추행, 신용카드 사기, 마약 거래 등의 범죄를 감시하고 예방하기 위한 제한적 기술로 카니보어를 활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으로 인권과 부닥치며, 감청 권한이 남용될 수도 있다. 특히 노동계, 학계 등의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는 기제로 이것이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둔하게도 카니보어란 명칭을 붙여 스스로 감청의 부정적 혐의를 널리 알린 연방수사국이 이 흉악스런 장치에 대한 반대 여론에 어떤 대응자세를 취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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