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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정보, 기업자산인가?

소비자정보, 기업자산인가? [한겨레]2000-09-08 02판 26면 1160자 컬럼,논단 1990년대 초 개인정보의 상업적 유용을 심도있게 비판해 학문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자 오스카 갠디는 기업의 소비자 관리 과정을 크게 세 단계로 파악했다. 소비자 신분 확인, 기업의 기준에 의한 유형화, 최종적인 소비자 자료 평가가 그것이다. 물론 각 단계의 끊임없는 연쇄과정에서 기업에는 점점 더 세밀해지는 소비자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된다.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경제적 현실은 소비자 정보의 분류와 관리 능력을 한층 강화하고 확대시킨다. 인터넷이 촉진하는 소비자 정보 획득의 용이성과 분류기술의 다양성이 기업의 소비자 통제력을 배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만큼 소비자들은 사생활 침해와 정크메일(쓸모없는 전자우편) 세례에 시달린다. 지난주 세계 최대의 온라인서점인 미국의 아마존이 소비자 정보 정책을 수정한다는 뉴스가 언론에 보도됐다. 아마존은 수정된 약관에서 2300만명 정도의 소비자에 관련된 정보가 다른 기업과 공유될 수 있고, 기업합병이 이뤄질 때는 그 거대한 정보가 인수기업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아마존의 이런 조처는 올해 들어 도산한 토이스마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발빠른 전술적 대비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토이스마트는 도산하면서 소비자 정보를 팔려다가 '제3자에게 정보를 유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사생활보호 약관에 스스로 덜미가 잡힌 바 있다. 아마존은 엄청난 매출실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정보 관리기술 개발에 무리한 투자를 한 탓에 수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다른 기업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개인정보 관리기술로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항상 최고의 인터넷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해왔다. 이 회사는 신용카드 정보와 인적 사항 등 형식적인 소비자 정보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구매행위에 따라 지속적으로 정보를 분류하고 그 성향을 토대로 미래의 소비를 예측까지 할 정도로 정보 관리에 치밀하다. 이렇게 촘촘히 관리된 아마존의 소비자 정보는 기업의 실질적인 자산이기 때문에 거래나 양도가 가능하다는 이 회사의 공식 논평은 부분적으로만 옳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정보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거래되고 있다는 칙칙하고 기분 나쁜 느낌을 갖는다면, 아마존의 실물자산 논리는 뒷골목에서 자행되는 폭행과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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