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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색해지는 저작권법 적용

옹색해지는 저작권법 적용 [한겨레]2000-09-22 02판 26면 1170자 컬럼,논단 지난주 미국에서는 특허.상표권 사무국(USPTO) 주최로 이틀에 걸쳐 남북미 대륙의 거의 모든 나라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지적재산권 강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후원자는 마이크로소프트, 루커스아츠 등이 주축이 된 인터랙티브디지털소프트웨어협회(IDSA)였다. 주최 쪽과 후원 단체의 이름만 흘낏 봐도 그 기획 의도를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이 모임은 디지털 환경에서 지적재산권 보호가 그리 녹록하지 않은 데 대한 적극적 대응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심포지엄의 마지막 날 오찬장에서 재닛 리노 미국 법무장관은 지적재산권 침해자는 마약을 거래하는 조직과 다를 바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리노는 또 이 위반자들이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당 국가들끼리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자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말에서, 남미 국가들까지 끌어들여 대규모 심포지엄을 구성한 이유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예컨대, 남미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가운데 거의 절반 정도가 무단 복제품이라는 사실은, 미국 처지에서 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지켜볼 수만은 없게 만들었다. 비록 직접적인 관련성은 적지만, 한창 논란이 일었던 음악파일 교환 프로그램인 냅스터와 디브이디 암호해독 프램그램인 'DeCSS' 등으로 대표되는 네티즌의 정보 공유에 대한 집단적인 흐름 또한 저작권 옹호론자들에게 상당한 위기감을 준 듯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지적재산권 심포지엄과 리노의 발언은 국내외 저작권 위반자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고 메시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적재산권의 옹호에 대한 사법적이고 원칙적인 강경 대응의 논리가 얼마나 디지털 기술의 현실에 부합하는가이다. 디지털과 이를 담는 거대한 인터넷은 근본적으로 자유로움에 기반한다. 정보의 나눔과 공유 정신은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의 핵심이다. 리노도 이날 토로했지만, 지적재산권의 잣대를 새로운 디지털 현상에까지 확대시키기에는 현실적인 무리가 따른다.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최근의 중요한 판결들이 주로 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이것이 저작권 흐름의 미래라고 점치기는 어렵다. 디지털 시대의 지적재산권 문제는 단지 사법적 수단에 기대어 풀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디지털 정보와 이를 이용하는 주체들의 고유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기업의 재산권 행사를 더욱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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