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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하다

사는 게 나른하다. 이럴수록 마음을 다잡아야 할텐데... 한 교수로부터 시험 문제를 받아들었다. 데이빗이란 교순데, 지난 주 형이 죽었다 한다. 장례식으로 정신이 없었던 듯 보인다. 오늘 대강 문제를 만들어 내가 주었고, 다음 주에 다시 보기로 했다. 참 고마운 녀석이다. 이렇다 할 연구활동을 같이 한 것도 아닌데, 얼추 6년이란 세월을 그와 함께 이곳에서 보냈다. 처음 임용될 당시에부터 보아왔으니, 참 오랜 세월이 흘렀다. 데이빗은 내게 문제를 출제하고 6월말에 토론토로 뜬다. 아마도 그 곳이 이곳 생활 보다는 나으리라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이곳에선 필름 전공자들 중심으로 돌아가니, 그와 같이 테크놀러지를 전공하는 교수들은 좀 더 그 쪽으로 세분화한 곳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게다 게이이기도 해서 이 보수적인 텍사스에서 살기가 힘들었을 게다. 틈만나면 물좋은 캘리포니아로 가려 했는데, 꿩대신 닭이라, 캐나다가 이곳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번 주에 두 건의 교수 미팅이 남았다. 이곳은 학기말이라, 그 전에 교수들 만나 대강 문제 출제와 관련해 힌트를 얻어야 할 것이다. 나머지 한 달 정도를 문제에 맞춰 준비를 해놓아야 시험을 칠 수 있으니까.. 방금 전 바퀴벌레를 잡았다. 고 놈 살이 올라 꾹 눌러 잡으니 배에서 흰 내용물이 빠져 나온다. 변기에다 집어놓고 흘려보냈다. 이 뿌듯한 기분이여! 나른함을 벗어나, 좀 빠듯하게 움직여야겠다. 다음 주면 애들 티에이도 끝나고 학기만 마무리되면 시험에 매진하련다. 하루라도 빨리 이 곳을 뜨고 싶다. 이젠 지친다. 졸업이여, 언제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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