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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생까기 저널리즘’과 신뢰 상실이 신문 위기 불렀다

‘생까기 저널리즘’과 신뢰 상실이 신문 위기 불렀다

[87호] 2009년 05월 11일 (월) 14:19:05

이 광 석

신문의 위기는 꽤 오래전부터 얘기돼왔는데, 무엇보다 신뢰를 상실한 기사 제작 관행에 그 원인이 있다. 여기에는 보수 언론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5월1~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09 신문·뉴미디어 엑스포’ 행사 모습.



얼마 전 신문 엑스포 행사에 다녀왔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난 5월1일부터 5일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던 ‘2009 신문·뉴미디어 엑스포’를 말한다. 신문 역사 이래 이렇게 많은 신문사가 모인 행사 기획은 처음이라고 하니, 보기에 따라서는 풍성한 것 같다. 현실적인 힘의 우위에서 전혀 격이 다른 전국 30여 신문사가 이날만은 똑같이 부스 하나씩 점유하고 4만여 명을 맞이했다니 말이다.

행 사 일부로 신문 제작 체험, 신문사 채용박람회, 언론학회 주관의 ‘신문의 미래 전략’ 세미나가 삽입돼, 말 그대로 다채롭게 진행됐다. 개막 행사에는 알 만한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 300여 명이 왔다 갔다고 한다. 행사 첫날 축사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우리 신문을 “미디어 융합시대의 대표적 문화콘텐츠 산업으로서 미래 신성장 동력의 하나”라고 추어올렸다. 이날 역시나 신문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정치인과 통치자에게 경제 논리를 제외하곤 달리 보이지 않았다.

대 규모 행사에 궁금증이 난 필자도,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동행해 관람했다. 행사장은 몇몇 잘나가는 신문사를 중심으로 각자 부스에서 신문사 홍보를 하고 있었다. 주변 어린이날 행사를 찾았던 엄마들과 아이들 관객으로 행사장이 북적였다. 역시나 지역신문 부스들은 한가했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네이버의 신문 기사 아카이브 프로젝트와, 몇몇 유력 신문사의 뉴스 콘텐츠 디지털화와, 새로운 플랫폼 활용에 대한 사업 외에 사실상 흥미로운 것은 없었다. 그래도 뭔가 행사로부터 신문업계의 희망과 미래를 보여줄 게 많았다고 믿었던 터라, 관람 뒤 허탈해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더욱 미안했다.

있는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는 ‘생까기 언론’


올 4월에 53번째 신문의 날이 있었고, 1883년 10월 최초의 근대 신문인 한성순보가 발행된 지 125년이 지났다. 따져보니 적지 않은 신문의 나이요 연륜이다. 일제 강점기와 군사정권 시절 여러 차례 부침이 있었으나, 몇몇 보수 족벌 언론은 특유의 생존 본능으로 다들 그 고비를 잘 넘겼다. 사실상 신문의 위기는 정치적으로 험난한 시절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에만 전국 종합지 10개가 366억원 적자(한국언론재단, <신문과 방송> 5월호 참고)를 기록한 것을 보면, 이제 그들 스스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져보면 신문의 위기는 꽤 오래전부터 얘기됐다. 어떤 이는 긴 호흡의 종이 신문 글을 더 이상 읽지 않는 이 시대 독자의 변화를 지적했다. 혹자는 포털의 가공된 뉴스를 소비하는 누리꾼의 가벼움을 탓했다. 사리와 정략에 눈먼 이들은 신문사에 종이 신문 외에 방송처럼 좀 더 돈이 되는 겸영의 출구를 마련하라고 호통친다. 최근에는 그나마 신문사 조직과 경영 효율성 제고, 독자와의 상호 작용에 기초한 뉴스 생산 등 신문사 내 개혁안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들 위기의 본질을 비켜간 논의이다.

인터넷 뉴스의 등장, 경제 한파, 신문 원부재료 가격 상승, 신문 구독 감소, 광고율 급락, 생활 무가지의 대중화 따위를 위기의 핵심으로 읊조리는 이가 있다면, 그는 좀 더 사리 판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위기는 신뢰를 상실한 기사 제작 관행에 있다. 한국언론재단은 지난 해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신문구독률이 10여년 전에 비해 거의 반토막난 것으로 집계했다. 신문 신뢰도는 16%로, 인터넷(20%)에 비해서도 낮다. 게다가 사실 왜곡은 고사하고, 있는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는 ‘생까기’ 저널리즘이 문제다. 이 같은 구독률과 신뢰도 하락에 보수 언론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아직도 해결 못한 용산 참사는 지면으로부터 외면당한 지 오래고, 촛불 1주년 기념 행사는 “시위대가 망친 서울의 주말”로 묘사되었다. 이런  신문들을 돈 내고 읽을 독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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