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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대통령과 보수 언론, 찰떡궁합의 부창부수

대통령과 보수 언론, 찰떡궁합의 부창부수

 

[93호] 2009년 06월 22일 (월) 11:26:56

 

이광석

 

이명박 대통령과 현 기득권층이 국면 전환용으로 북한 변수를 이용하고 있다. 한·미 양국 정상이 만나서 내놓은 한·미 동맹 공동비전에 대해 보수 언론의 사설과 칼럼은 환영 일색이다.

 

 6월15일 보수 우익단체 회원이 대한문 앞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난입해 플래카드를 찢는 모습.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줄을 잇는다.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고 있으나, 책임질 이들은 도통 모르쇠로 일관한다. ‘박연차 로비’ 수사도 황급히 종료됐지만, 이를 책임질 검찰도 언론도 권력도 없었다. 시민단체가 벌이는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중단 운동에, 해당 기업의 고소와 고발이 없이도 즉각 수사를 펼치는 검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정황이다. 노 전 대통령을 ‘죽임’으로 몰았던 비극의 공모자로부터 사과와 처벌 소식을 기대했던 대다수 국민의 마음이 외려 순진해 보인다. 그 와중에 우리 국가 수장은 황망히 워싱턴을 향해 떠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계산된 행보였을까? 그와 현 기득권층이 유일한 국면 전환용 돌파구로, 북한 변수를 적극 이용하리라는 염려가 짐짓 현실로 다가온다. 얼마 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6·15 선언이 몇 주년이지…”를 되뇌며, 그의 노쇠한 기억력에 덧붙여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변화했음을 슬며시 드러낸 적이 있다. 또한 남북 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강연에 대해, “김대중은 자살하라”는 전여옥 지지자 모임 회장이라는 자의 극언에다가, 대북 퍼주기식 지원이 자초한 북핵 위기 책임론까지 들먹이는 지경에 이르면 우리 미래가 아득해진다.

한편, 남의 땅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연일 한·미 안보 동맹에 매달리며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6월16일께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뺀 북핵 ‘5자 회담’을 제안하면서 북한의 군사 도발에 강력 대응하자고 운을 띄워 너무 앞서나간다는 여론까지 비등했다. 한 나라의 국운을 짊어지고 극단의 군사적 충돌을 막아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사실상 사려 없는 멘트이자 행동이었다. 어느덧 남북 간 6·15 선언의 정신을 계승하기는커녕 이제는 남북 관계를 아예 포기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우리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하고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러 간 사이, 6월15일에는 서울역 일대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보수 우익단체 회원의 전세버스가 빼곡히 들어찼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모드에 때맞춘 반응이다. 한 손에 태극기를 들고 빨간색 베레모와 해병대 군복·단체복을 입은 군중 1만5000여 명이 ‘북핵 규탄, 반국가세력 척결’ 대회를 열었다. 이들 중 일부는 대한문 일대에 가스총을 쏘며 나타나 노 전 대통령 분향소에 난립하다 제지당하는 등 야만성까지 보여줬다. 갈수록 태산이다.    

MB 정부 대북 정책은 부시의 고립 강경론과 비슷

노 대통령 서거 국면 이래로 보수 언론, 일부 정치인과 우익 단체가 합세해 전방위에서 펼치는 대북 관계 청산과 적대론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여기다 가십성의 북한 ‘권력 세습’에 대한 보도 또한 도를 넘는다. 국내 정보기관이 나서 김정운 후계자설을 흘리고, 언론은 앞다퉈 이를 받아쓰면서 정치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데 앞장선다.

한·미 양국 정상이 만나서 내놓은 한·미 동맹 공동비전에 대해 보수 언론의 사설과 칼럼은 환영 일색이다. 국민이 지금처럼 정권을 불신하는 국면에서, 통치권자가 갑자기 미국에 건너가 대화보다는 압박과 제재를 통한 대북 정책을 끌어내는 것이 과연 한반도의 명운을 걸 만한 군사 외교인지 아니면 위험한 정치 도박인지를 분명히 지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제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을 미국 부시 시절 고립 강경론의 호전적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빗댈 정도라면 사태는 꽤 심각하다. 지금과 같은 절대 위기 국면에서는 남북 관계의 정상화와 대화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보수 언론은 미국에 대한 짝사랑 ‘동맹’ 구도만을 축복하는 데 정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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