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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에스의 들통난 속임수

엠에스의 들통난 속임수 [한겨레]2002-06-14 06판 15면 1272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평론가·기자·연구원·의사 등 각 방면 전문가의 권위를 돈으로 매수하거나 고용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을 ‘제3자 기법’이라 한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까지 이런 전술을 즐겨 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자연스레 기업의 돈맛에 쉽게 흔들리는 지식 장사치들이 주로 이 거대기업의 주구로 유입된다.물론 기업과 이들은 서로 무관하다는 인상을 풍겨야 하며 서로의 관계를 의심하는 어떤 물음에도 절대 함구하는 것이 철칙이다. 일단 거래가 성사되면 치밀하고 집요하게, 의뢰인이 부탁한 거짓말을 진실처럼 포장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번에 거짓말하려다 들통난 곳은 ‘알렉시스 드 토크빌 연구소’라는 보수 우익의 비영리 연구단체다. 비방 상대로 리눅스 운영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며 성장한 ‘오픈소스’ 진영을 골랐다. 토크빌 연구소는 연구 백서를 통해 오픈소스 프로그램이 상업 프로그램에 비해 테러에 대비한 보안에 허점투성이라는 주장을 폈다. 흥미롭게도 백서를 작성한 이 연구소의 부소장은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분할 결정을 반대하며 노골적으로 기업 독점 옹호론을 폈던 인물로 알려졌다. 연구소의 이런 입발린 거짓말을 이용한 데는 오픈소스 진영에 대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불편한 심기가 크게 작용한 듯하다. 최근 공식석상에서 그가 걸핏하면 연방 정부 부처 곳곳에서 점점 늘고 있는 리눅스 프로그램 이용을 비난한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프로그램 코드의 개방과 협업 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가 일반 상업 소프트웨어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상업용 소프트웨어에서 흔히 관찰되는 “보기만 하고 만지지 마라” 식의 소스코드(프로그램 원본)에 대한 제한적 접근에 비해, 오픈소스 프로그램의 개방성은 의도한 대로 쉽게 변형 가능하고 여럿의 공유와 검증을 거쳐 더 안정적 환경을 제공한다. 토크빌 연구소조차 자신의 홈페이지가 오픈소스 서버인 ‘아파치’에 개설된 것조차 감잡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 오픈소스 프로그램에 대해 사실무근의 험담을 늘어놓는 해프닝을 벌였을 때 오픈소스의 진가가 자연스레 드러난 셈이다. 지금까지 기업과 연구소 모두 백서 제작용 자금 지원 여부에 관해 아예 잡아떼고 있지만, 이번 일로 거대 사기업의 여론 공세를 등에 업은 기술·기업 죽이기의 더러운 실체가 조금은 확인됐다. 이 정도 도덕 수준의 기업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선전해온 후진국 정보화 지원, 문화사업 출자, 청소년 정보 시설 지원 등의 사업도 선의의 동기와는 먼 꿍꿍이속에서 비롯됐다고 믿는 편이 옳을 듯하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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