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9/12/24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12/24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지수
  2. 2009/12/24
    노동자가 주식투자로 날린 것들
    지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이 요즘 유행이다. KBS <개그콘서트>의 ‘술푸게 하는 세상’ 코너에서 개그맨 박성광의 대사다.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단박에 인기코너로 떠올랐다. 현실을 유쾌하게, 때론 신랄하게 풍자하는 데 대해 방청객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1등이 아니면 패자라는 생각은 오래된 습관처럼 사람들의 머리에 박혀있다. “이번 기말고사에서 1등 하면 휴대폰 바꿔줄게” “공부 못하면 사회에 나가 아무것도 못해!” 부모들은 이런 말을 달고 산다. 교육적으로 좋지 않은 줄 알지만 현실은 무섭다. 아이들은 속으로 “1등만 좋아하는 아빠”라고 불평할지 모르지만 초등학생도 밤늦게까지 과외하는 시대다. 부모는 습관적으로 아이들을 다그치고 곧바로 후회한다. 현실이 이러니 “공부 잘하는 것보다 사람 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은 케케묵은 ‘공자님 말씀’이다. 초등학생까지 무한 경쟁으로 몰아놓고 인간 교육을 들먹여봐야 통할 리 없다.

부모들의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야말로 오래전부터 1등 제일주의의 현장이다. 경쟁 상대는 국내가 아니라 해외 기업이다. ‘세계 일류’란 말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지상목표처럼 여겨진다. 살벌한 경쟁으로 기업은 돈을 벌었지만 정작 취직하기는 어렵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최근 유가증권 상장사 546곳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올해 3·4분기까지 매출과 고용증감을 조사한 결과 매출은 늘었지만 고용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행여 경제가 좋아지면 괜찮은 직장이라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88만원 세대의 미래는 앞으로도 암담할 게 뻔하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은 현실을 너무 몰라서 하는 소리다. 구로구청의 환경미화원 8명 모집에 278명이 지원, 3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응시자 중엔 자격증 8개를 보유한 사람도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엔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말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이 시대엔 허언이 돼버렸다. 아파트 구멍가게 주인의 경쟁 상대는 다른 아파트 구멍가게가 아니라 대형 할인매장이고, 동네 세탁소의 경쟁 상대는 기업형 세탁업체다. 경쟁력이 다르니 싸워 이길 수 없다. 스포츠는 체급이 있고 핸디캡도 적용받지만 현실은 스포츠보다 냉혹하다. 양복점, 양장점, 구둣방이 대부분 사라진 것은 의류제조업체, 제화업체와 맞서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체 내 경쟁에서 밀려나와 퇴직금을 투자해 자영업을 시작하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다. 자영업자들이 손이 닳도록 일하지 않아서 실패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경쟁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에 실패한다. 박노자씨는 북유럽의 경우 비농업분야의 자영업자 비율이 전체 경제인구의 7~9%인데 한국은 24%라고 했다. 결국 누군가는 망하게 돼있다. 오후 9시면 대부분 상가 문을 닫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24시간 문을 여는 상점이 많은 것은 한국인이 타고난 일벌레여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서다. 설상가상으로 경쟁 상대는 더 많아지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은 전라도 농부들이 경상도 농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칠레나 인도 농부와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단적인 경쟁과 승자독식의 이런 구조에서는 2등도 패배자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시청자들이 술기운을 빌려 내지르는 개그맨의 대사에 박수를 보낸다.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노동자가 주식투자로 날린 것들

노동자가 주식투자로 날린 것들

[칼럼] 주식 ‘따블’을 향한 열광에 재미보는 자본

이종회  / 2009년12월23일 14시55분

98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클린턴을 만나면서 그해 말까지 체결하기로 합의한 한미투자협정(BIT) 협상에서,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미국은 스크린쿼터 축소, 담배인삼공사와 발전을 비롯한 에너지부문 그리고 통신부문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미국이 요구했던 기업들은 민영화의 길을 밟기 시작했고, 한국통신은 KT로 바뀌었다. 한미FTA 협상에서는 통신부문의 외국인의 주식취득 한도를 51%로 올릴 것을 요구했지만 너무 아까웠는지 SK와 49%로 제한되어 있는 KT는 제외하고 다 열어주었다.
 

 

 

노동자 주주의 이중성

 

한국통신이 민영화되면서 소위 유니버셜서비스라고 하는 통신부문의 공공성은 파괴되었고 한편으로는 가혹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그리하여 한국통신 비정규직 노조는 5백일이 넘는 투쟁을 했고 114를 비롯한 많은 노동자들이 분사와 함께 비정규직으로 바뀌었다. 김영삼 대통령 당시 파업을 한다고 체제전복세력이라는 딱지까지 감수했던 노동조합이었지만 민영화와 구조조정에는 눈을 감았다. 이후 노동조합은 당선이 되면 조합원에게 우리사주를 나누어주겠다는 자가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고, 올해 결국은 민주노총마저 탈퇴했다. 이제 노동자들은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주가 동향을 살피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요즘 KT에 구조조정이 들어간다고 하니 주식 값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주를 쥐고 있는 앞선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KT 노동자는 자기 목이 왔다갔다하는 구조조정에 찬성을 하겠는가, 그렇다고 반대를 하겠는가. 그렇다면 그는 노동자인가 아니면 주주자본주의에 편승한 자본가인가.
 

 

 

주식투자에 몰두하는 노동자들

 

3년 전 임단협을 거쳐 현대자동차 노동자에게도 우리사주가 배당이 되었고 올해 현대자동차 주가가 뛰면서 ‘따블’이 되었다고 좋아들 한다. 컴퓨터가 있어 투자환경이 좋은 사무실이 아니어도 휴대용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작업시간 틈틈이 주식투자를 하는 노동자가 있으니, 우리사주 뿐 아니라 이제 주식투자에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가릴 것도 없다. 지금은 모르지만 세계공황이 있기 직전에는 펀드 수가 인구수를 넘어섰다고 했으니 아마 주식에 덤비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었다. 물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은 예외이겠지만.

 

그런데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매각 즉 민영화 소식에 대우조선 주식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의 반응은 어떠할까. 민영화에 뒤따르는 구조조정의 공식을 떠올리며 매각저지를 내걸고 투쟁하는 대우조선 노동자에 연대를 하겠는가 아니면 주가가 오를 것을 떠올리며 반겨하겠는가.

 

대공장, 정규직, 남성노동자 중심이어서 문제니, 업종산별체계가 가지는 한계니 하는 민주노총의 현 단계에 대한 진단은 무수히 있어왔다. 게다가 노동자가 눈먼 돈을 따라 주주자본주의 그것도 신자유주의 금융적 체제에 편입당한 노동자의 현실을 본다면, 요즘 이명박에게 매 맞고 한국노총에 우롱당하면서도 뻥파업조차 어려운 민주노총의 미래는 있는가 싶다. 주식투기하지말기 정신개조운동을 하기도 그렇고.
 

 

 

푼돈 모아 외국자본에게 몰아주기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벌어들인 돈이 89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그들이 대거 사들인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80%대였다고 하니, 지난 10일 기준으로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한 총액 286조에 달하는 뭉칫돈을 쥐고 있어 가능한 일이겠다. 더구나 그들이 가장 짭짤하게 재미를 본 종목이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이고 보니 공황 이후 자본운동의 흐름을 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할진대 푼돈 몇 푼 들고 재미 좀 보겠다고 덤비는 노동자들에게 어리석다고 할 것인가 약았다고 해야 할 것인가. 결과적으로 푼돈이라도 모아서 외국자본에게 몰아준 것 말고는 의미가 없다.

 

자본주의니, 공황이니, 그래서 사회주의니 하는 언사들은 사치일 뿐이다. 노동자들마저 땅이고 주식이고 투기광풍에 휩쓸려있는 그리고 투기를 부추기는, 미쳐버린 이 나라를 뒤집지 않고서야 어찌 제 자리를 찾겠는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