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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거구 개편 방향


'독일식' 버리고 '일률배분식'으로 가나
[프레시안 2005-09-14 16:43]

 

 

=> 잔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독일식으로 가라

 




'독일식' 버리고 '일률배분식'으로 가나
[프레시안 2005-09-14 16:43]

[프레시안 전홍기혜,이지윤/기자]   열린우리당이 선거구제 개편 방향을 '일률배분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쪽으로 가져가려는 조짐이 보여 주목된다.
  
  비례대표 선출시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전국에서 얻은 평균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로 비례대표을 배분하는 방식인 이 일률배분식 비례대표제는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및 학계에서 주장해 온 독일식 정당명부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지역구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열린우리당 내에서 모의 실험을 해본 결과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명분도 살리고 의석수도 비교적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 일률배분식 비례대표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 정당의 득표율이 의석수 배분에 가장 정확하게 반영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면 우리당은 '일률배분식'에 비해 의석수가 상당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당 "의원 299명 유지…독일식은 지역구 대폭 줄어 의원 반발 예상"
  
  우리당 14일 오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위 2차회의를 열어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ㆍ농 혼합형, 일률배분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민병두 의원이 밝혔다.
  
  '독일식'은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에게 한 표, 정당에 한 표 등 총 두 표를 행사하고 그 가운데 각 당이 정당투표에서 얻은 득표를 전국적으로 합산해 각 당의 의석수를 우선 결정한다. 그 다음에 각 권역이 자기 당의 전국득표율에 기여한 비율에 따라 미리 확정해 놓았던 권역별 비례대표 명부에서 순위대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것.
  
  우리당이 고려하고 있다는 '일률배분식 비례대표제'는 위에 설명한 독일식과 비교할 때 각 권역별 명부를 만든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전국적 비례대표 득표율에 대한 각 권역의 기여도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 당선자를 차등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일률적으로 배분한다는 점이 큰 차이다.
  
  즉, 한 정당의 전국적 비례대표 득표율이 60%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정당이 A권역에서는 70%, B권역에서는 50%를 득표할 수 있다. 이때 독일식은 먼저 그 정당의 비례대표 당선자 수를 할당한 뒤 그 가운데 그 당 전국 득표율에 대한 A권역의 기여도와 B권역의 기여도에 따라 각각 차등해서 당선자를 할당해주는 것.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방안은 그 정당의 전국득표율 50%를 A권역과 B권역에 차등없이 적용해 당선자를 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도ㆍ농 혼합형은 농촌에서는 소선거구제,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지역구 의원을 뽑는 방식이다.
  
  의원 정수는 국민적 반발을 감안해 299명을 유지하기로 했다. 민 의원은 "다수 안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되 지역구를 줄여 뼈를 깎는 노력을 보이자는 것"이라며 지역구 의원수(243명)는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수(56명)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헌법재판소에서 표의 등가성과 관련해 1대 3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1대 2.5까지로 조정하면 지역구 의석이 줄고 비례대표가 늘지 않겠냐"며 큰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본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구도 해소효과가 낮다는 점에서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당은 또 선거구 획정의 공정성을 기하고 게리맨더링(정략적인 선거구 획정)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국회가 아닌 제3의 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선거구제 개편방향을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당 "'독일식'도 위헌 가능성 제기될 수 있다"
  
  우리당은 이날 세 가지 방안을 동일선상에 놓고 검토하는 것처럼 밝혔지만, 당내에선 '일률배분식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 의원도 "일률배분식 방안이 지역주의 해소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 당내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날 브리핑에서 민 의원은 '독일식'에 대해 "독일식으로 가자면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1대 1로 가야 하기 때문에 대폭 의석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며 "지역구 대 비례대표를 150대 150으로 가면 의원들의 반발이 크지 않겠냐"며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민 의원은 일각에서 "일률배분식이 전국 지지도를 각 권역에 강제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세계 모든 나라 선거법은 그 나라의 역사적 필요성과 함께 발전하는 것"이라며 "독일식도 보기에 따라서는 소선거구제 득표율이 반영되지 않아 위헌 여지를 제기할 수 있다. 선거법은 완벽할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한편 도.농 혼합형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발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역시 도입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일률배분식', 지역구도 극복 명분 살리면서 실익 가장 커
  
  이처럼 우리당 내에서 '일률배분식'에 대한 선호가 높은 이유는 '일률배분식'이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명분도 살릴 수 있고, 의석수도 많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당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말 당 지도부에 제출한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나온 각 선거구제별 모의실험(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겨레>가 14일 보도한 이 보고서는 전체 의원수를 343명(지역구 243명, 비례대표 100명)으로 가정하고,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눈 뒤, 지난 17대 총선의 지역구 당선자수와 정당 득표율을 대입해 결과를 냈다.
  
  이럴 경우 '일률배분식'에서 우리당은 169석, 한나라당은 137석, 민주노동당 17석, 민주당 13석, 자민련 4석 등으로 나타났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에서는 우리당 156석, 한나라당 137석, 민노당 47석, 민주당 25석, 자민련 4석 등을 얻었다.
  
  '일본식 비례대표제'는 열린우리당 170석, 한나라당 137석, 민노당 15석, 민주당 12석, 자민련 6석 등이었다.
  
  확보한 의석수만 놓고 보면 '일본식'을 적용했을 때 우리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지만, '지역구도 극복'이란 명분을 살리기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를 적용하면 한나라당이 광주.호남에서 1석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일률배분식'은 한나라당이 광주·호남에서 4석을 얻고, 우리당도 대구·경북에서 4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일률배분식', 의석 배분비율 현행 제도와 큰 차이 없어
  
  정당 득표율이 의석수에 가장 정확하게 반영되는 '독일식'을 적용하면 우리당이 얻을 수 있는 의석은 156석으로 '일률배분식'에 비해 13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차이가 없었고 의석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소수정당'인 민노당과 민주당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일률배분식'은 일단 지역구 의석은 현 제도를 그대로 따르고 비례대표 의석의 배분에만 정당 득표율을 적용시키는 것이고, '독일식'은 전체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일식'은 정당 지지도가 의석수에 가장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고, 신생정당 등 소수정당에 유리한 의석 배분방식이다. 우리당의 시뮬레이션에서도 '독일식'을 적용했을 때 민노당과 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일률배분식'을 적용했을 경우 정당 득표율의 '왜곡 반영' 현상은 현행 제도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민노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13%였지만 전체 의석의 3.34%인 10석을 얻는데 그쳤다. 시뮬레이션에서 '일률배분식'의 경우, 13%의 지지율로 민노당이 얻을 수 있는 의석수는 전체 의석(343석)의 4.95%인 17석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정당 지지율이 45%였으나 과반이 넘는 152석(50.8%)을 얻었다. '일률배분식'을 적용할 경우 전체 의석의 49.4%에 해당하는 169석을 얻는다. 의석수가 약간 줄어들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고, 정당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하다.
  
  우리당, 민노당ㆍ시민단체 눈치 살피느라...
  
  물론 우리당은 현재 '일률배분식'을 내놓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한나라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완강하고 반대하고 있어 여론 조성을 위해서는 민주당, 민주노동당뿐 아니라 시민단체ㆍ학계 등의 지지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중대선거구제가 당론이고 민주노동당은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당론이다. 시민단체.학계 등에서도 '독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참여연대 의정감시국 김민영 국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시민단체들은 지난 5-6년간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며 "선거구제는 지역주의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지방선거제도 개선 문제가 논의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재는 우리당이 민노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의 눈치를 살피느라 '일률배분식'을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지만 선거제도 개편이 관례상 원내 교섭단체들 간의 합의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한나라당이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힐 경우, 교섭단체가 아닌 민노당과 민주당은 아무런 변수가 되지 않는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직전에 이뤄진 선거제도 개편도 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담합으로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16.8%(46석)에서 18.7%(56석)로 2% 늘었을 뿐이다. 우리당이 과연 똑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전홍기혜,이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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