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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담] 분발하라, 닷컴이여

딴지 총수 김어준과 논객 김규항의 대담입니다.
이문열 씹으면서 극우 씹는 부분을 재단하려고 했는데 저작자의 권리를 존중해주고 싶어서 부득불 넣었습니다....
닷컴과 극우를 억지로 결부시킨 것 같다는.. ^^

IT에 대해 이해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 IT를 분석하고 있는데, 예리한 부분도 있고 '좀 모르니까 저런 소릴 하는구나..'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버뜨, 김규항의 천민 자본주의가 IT에 적용된 폐단에 대한 분석은 십분 공감이 갑니다..

제가 여기에 이 글을 퍼온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고민하지 않는 부분을 이들은 이렇게 즉흥적? 이나마 고민해준다는데 대한 약간의 수치감이 있어서 올립니다. ^^;;;

물론 우리도 고민하는 것은 인정하지만요.. (생업에 관한 문젠데..)
단지 이렇게 입체적, 해학적?으로 보지 못 하는 눈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마도 정치, 경제, 사회 등에 대한 학습이 부족했던 이공계 출신의 태생적인 리미트가 있다는걸 인정하면서도 이 리미트가 '지배당하는 이공계', '위기의 이공계'를 조장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극복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

출처 : 한겨레 http://h21.hani.co.kr/section-021023000/2000/021023000200008020320064.html

[쾌도난담] 분발하라, 닷컴이여 극우여…

안티조선 운동은 왜 음대협의 파시즘적 활동방식과 다른가

“너무 점잖더라.”

김규항을 본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쾌도난담의 이미지와는 딴판이더라.” 또는 이런 말도 있었다. “해병대를 욕하시더니 본인이 해병대 스타일이더라.” 지난 7월27일 ‘문화방송 100분 토론-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에 대한 관람평이다. 김규항이 패널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형, 안 떨었어?” “후배들이 청심환을 사왔어.” (웃음)

김규항은 ‘예상했던 대로 돌이킬 수 없는 쪽팔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토론의 룰을 홀로 사수했다는 것이 유일한 보람”이라는 뼈있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어준의 짓궂은 질문이 이어지자, 말머리를 돌리는 김규항. <한겨레21> 지난호에 실렸던 ‘이문열 인터뷰’가 화제로 올랐다.

그는 정말 바보인가



김어준 네티즌들이 난리가 났어. 되게 재미있다며.

김규항 이문열씨가 안티조선운동이야말로 권력놀음이라고. 극우도 하나의 의견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김어준 이문열씨 주장은 다 독자가 선택했다는 거야. 독자가 선택해서 <조선일보>가 권력을 갖게 됐다는 거지. 독자가 선택한 이상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참으로 ‘별스런 일’이고, 독자의 선택인데 왜 제몫을 찾아준다느니 하냐는 건데, 이거 우째 생각하십니까? (웃음)

김규항 극우도 하나의 의견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건 바보 같은 소리지. ‘우’자 앞에 ‘극’자를 붙이는 건 극단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사회의 공적이라는 의미가 되거든. 극우라고 인정을 하지 말든지.

김어준 난 어릴 적 이문열씨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인터뷰 기사를 보고 참 실망했어…. <조선일보>에 대한 태도가 우호적이라서가 아니라. 그거야 그럴 수 있지. 그 논리의 빈약함 때문에. 고등학생 때였던가, <사람의 아들>을 처음 읽고 얼마나 감탄했는지. 지금 보니… 바보네…. (웃음)

김규항 좀더 구체적으로….

김어준 이문열씨는 군사정권이 독자들에게 신문보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독자들이 선택한 이상 조선일보 권력의 정당성은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이거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린지 아니면 알고도 이렇게 말하는 건지… 둘 다 실망스럽긴 마찬가지긴 하지만… <조선일보>가 1등이 된 이유가 그 신문의 논조가 탁월해서인가. 독자들이 그 신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당시의 정치환경을 빼놓고는 조선일보를 이야기할 수 없지.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이데올로기가 주류로 통용되도록 군사정권이 조장한 극우적, 수구적, 냉전적 정치환경 덕분이고, 당시 그러한 군사정권과 유착해 고급정보에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면들… 왜 그런 걸 생각 못할까? 역사의식, 사회의식이 없다는 이야기밖에 더 되냐고.

김규항 사회의식이 다른 거지.

김어준 카-.(트림) (웃음)

김규항 안티조선을 권력놀음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를테면 음란물대책협의회(음대협)에서 영화 <거짓말>을 음란영화로 보고, 그걸 시민들한테 보여주면 따라할 것 같아 걱정하는 건 그 사람들의 권리라고 봐. 그 사람들은 조리퐁 보면 여자 성기를 떠올리고 테트리스를 보면 삽입성교를 떠올리는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극장 앞에서 관람거부 캠페인을 하는 건 허용돼야 한다고. 하지만 그걸 공권력의 힘을 빌려 상영금지를 받아내려는 것은, 의견을 선택할 권리를 없애버린다는 차원에서 파시즘인 거야. 안티조선은 음대협과 같은 운동방식을 택하고 있지 않거든. <조선일보>를 검찰에 고소하는 것도 아니고, 공권력을 통해 <조선일보> 구독금지 운동을 편 것도 아니고, 사주 방우영씨나 김대중 주필을 구속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고엽제전우회처럼 조선일보 5층에 기어올라간 것도 아니고….

김어준 코리아나호텔에는 들어갔는데. (웃음)

김규항 커피숍에 모인 거지. 철저히 민간차원의 자발적이고 평화적인 캠페인인데 그걸 권력놀음이라고 하면 말이 되나?

김어준 게다가, 평양주석궁에 탱크가 들어가야 한다는 식의 극우적인 <조선일보> 의견도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람이, 시민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거대한 언론권력을 향해 운동을 펼치는 안티조선은 말이 안 된다고 하니 도대체 이게 논리에 닿냐고. 거대 언론사는 극우적이고 수구적인 의견이라도 사람들이 선택했다면 인정해야 한다면서, 거대 언론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권력밖에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운동은 마뜩찮고 별스럽고 권력놀음이라니. <조선일보>를 변호하기 위해 “모든 의견은 존중해야 한다”는 걸로 방어논리를 삼다가 자가당착에 빠진 거 아냐. 바보…. (웃음)

김종필과 이만섭

김규항 재밌는 건, 이문열씨가 언제부터 그렇게 근대적인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이 됐냐는 거야. (웃음) 왜 갑자기 이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걸까.

김어준 반박논리가 그것밖에 없으니까. (웃음)

김규항 봉건하고 반공 빼면 없는 사람이 말이야.

김어준 “도둑놈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거하고 “도둑놈은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주장은 ‘극’단적인 거고, 정치적으로 그런 정도의 극단성을 띤 게 극우잖아. “다른 의견은 죽여야 돼, 없애버려야 돼, 말살해야 돼, 인정하지 말아야 돼”… 거대언론사가 그런 극우적 편향을 띠어도 괜찮다는 건데. 혹시 극우가 뭔지도 모르는 거야. (웃음)

김규항 극우가 뭐냐?

김어준 오른쪽으로 많이 간 거. (웃음)

김규항 우리가 극우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교양이 없는 걸 느낄 수 있어. 어떻게 그렇게 모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 그외의 자기 작품세계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정보량이나 지식에 비한다면 말이야.

김어준 이건 그냥 대학생과 토론해도 깨질 수준이야.

김규항 극우 진영에선 조갑제 선생이 열심히 이론을 개발하고 있는데… 딴 놈들은 극우의 이념과 사상을 정교화하려는 노력보다는 그저 극우의 역할을 할 뿐이야. 극우는 극우인데 장사꾼 극우지. 난 이런 상황이 한국 극우를 단련시키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웃음) 하여간 황석영 선생이 동인문학상 거부입장을 표명한 것은 우리나라 중견문학인들 중에선 아주 특별한 태도라서… 아주 고무적인 일 같아.

김어준 이문열은 맛이 간 것 같아. 순수문학만 하든지.

김규항 사람이 맛이 간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먹히는 사회가 맛이 간 거야. 세상이 변하긴 변한 거지.

김어준 그건 그렇고 날치기는 어떻게 된 겁니까.

김규항 정말 김종필은 대단한 인간이야. 이회창하고 골프장에서 웃으면서 “국내 정치현안 이야기는 하나도 안 했다”고 눙치고 그랬거든. 민주당을 아주 안달나게 했지. 50년 동안 해왔던 줄타기 실력을 유감없이 보인 거지. 결국 자민련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주기 위해 민주당이 무리수를 썼지.

김어준 딱, 한국정치의 수준인 것 같아. 그런 인물을 끼고 가지 않으면 도대체가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김규항 이에 비해 국회의장 이만섭 같은 사람은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줬지. 날치기 진행을 거부했잖아. 난 그 사람 나름의 정치가로서의 이념에 동의하는 편은 아니거든. 이력을 봐도 하다 못해 민주인사 출신도 아니고…. 그렇지만 아주 존중받아 마땅할 일을 했어. 사실 김종필과 이만섭이란 두 사람 다 이념은 비슷하잖아. 그런데 정치인으로서 아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거야.

김어준 음… 이런 생각도 들어. 이회창은 DJ와 JP의 정치놀음에 완전히 들러리 역할하고 있는 거…. 이번에 이회창은 자민련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데 충실하게 조연 역할을 한 거 아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를 공격할 빌미를 잡고 자민련을 포섭하겠다는 전략이었나 본데, JP가 그렇게 쉽게 잡히나. JP만 딩가딩가하게 해준 셈이지.

김어준의 ‘닷컴을 위한 변명’

김규항 정치는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 이해관계가 너무 분명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하지. 어떤 신념이나 소신도 그런 구조 속에선 아주 연약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만섭이라는 사람은 이번에 그러고도 치명상을 입지 않은 걸 보면 참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야. 정치권 이야기는 지겹다. 딴 이야기 하자. 요즘 수익모델 문제 때문에 벤처시장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잖아.

김어준 벤처투자회사에서 공공연하게 닷컴기업에는 당분간 투자를 안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지.

김규항 지난해 말이나 올 초 같은 경우엔 ‘인터넷 벤처’라는 이름만 붙으면, 수익을 올리고 안 올리고를 떠나서 조회 수나 회원 수를 기준으로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는데 말이야. 이런 문제에 대해 닷컴기업 사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니? 니 입장을 이야기하지 말고 공명하게 이야기해봐. (웃음)

김어준 공명정대하게 이야기하면 양쪽 다 책임이 있지. 닷컴기업들 같은 경우엔 지나치게 꿈에 사로잡혔다든가, 자기가 끌어들인 자금에 비해서 수익모델을 제대로 창출해내지 못했다든가….

김규항 남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웃음)

김어준 우린 다르지. (웃음) 또는 남의 돈을 끌어들여 장사를 하면서 지나치게 사업 이외에 부문에 투명하지 않게 돈을 썼다거나… 기타 등등.

김규항 반성을 계속하렴. (웃음)

김어준 닷컴기업이 떠맡아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죠. 그런데 투명하지 못했다든가 하는 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데, 수익을 1년 내에 제대로 못냈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참 많은 부분이지. 기존 경제구조와는 전혀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데 그게 어떻게 단시간에 승부가 나겠어. 그리고 그런 게 벤처 아니냐고. 그리고 이 모든 책임을 모조리 닷컴기업에 떠넘기는데, 물론 비판받을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그걸 차분히 검증해낼 임무의 대부분은 투자하는 쪽에 있거든. 자신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그 임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으면서 말이야.

김규항 하소연으로 흐르는군. (웃음)

김어준 닷컴에서 나오는 반성부분만큼 캐피털쪽에서도 반성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단 말이에요. 상황 전반에 대한 책임은 둘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수익모델을 못 냈으니까 그렇다”는 게 맞는 말이긴 하지만 캐피털도 애초 그 붐에 적극 동조했단 말이에요. 안 끼면 손해볼 것 같으니까 떼거리로 들어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수익이 안 나니까 또 떼거리로 등을 돌리는 거지. 이런 상황들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닷컴기업에만 돌리는 건 적어도 도덕적이지는 못한 거죠.

천민자본주의를 실감하다

김규항 도덕? 처음에 돈을 투자받으려고 하는 쪽에서는 가능하면 돈 받을 가능성을 확대 포장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인지상정 아냐? 거기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지. 그 검증은 돈을 투자하는 쪽에서 냉혹하게 해야 하는 것이고… 냉혹함은 그때 발휘되어야 했지.

김어준 양쪽에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같이 고민해야 할 상황에서 그냥 죽으라고 내버려 두는 건, 한편으로는 시장의 자율과 조정에 맡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가운데 옥석을 가려 살 수 있는 경우까지 죽음 혹은 그 직전까지 몰고 가 헐값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음모도 있는 거지.

김규항 근데 닷컴기업쪽에서 너처럼 “상황의 책임이 둘 다 있으니까 왜 너희 투자쪽은 자기책임을 갖지 않으냐”고 하는 것도 순진한 소리야. 그쪽은 그런 거 반성하는 사람들이 아냐. 돈 놓고 돈 먹기 장사하는 건데.

김어준 문제해결 방식이 맘에 안 든다는 거지. 순진한 소리이기는 한데 모든 책임을 닷컴기업에만 몰려는 건 정말 비열하다고 생각한다는 거지.

김규항 비열하다고 해봐야 꿈쩍 안 할 거고. (웃음) 어쨌든 이 현상은 이미 1년 전 누구나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거야.

김어준 예상 못했죠.

김규항 왜 못해?

김어준 쉽게 될 줄 알았으니까. 양쪽 모두.

김규항 그러니까 상식이 무서운 거야. 내가 출판계통에서 10년 정도 적을 두다보니 친구나 후배들로부터 사람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이 간간이 있거든. 기자나 편집부원 또는 디자이너… 이따금씩 해주지. 근데 지난해 말부터 그런 걸 못하는 거야. 없어. 노는 놈이 하나도 없어. (웃음) 뭐 제대로 글 좀 쓴다거나 디자인 좀 한다는 놈들은 전부 어디 들어가 있는데… 그게 전부 웹쪽이더라고. 심지어는 아날로그쪽에 있던 인력들도 대거 그쪽으로 빠져나갔다고. 내가 그때 했던 말이 “걔들 1년 만에 회사 다 망해서 돌아올 거다”였는데,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요란하긴 한데 돈될 게 없어보이더란 말이지. 이런 게 다 어차피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선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고.

김어준 캐피털 쪽도 어려움이 많겠죠. 사실 투자자로선 투자된 게 회수돼야 재투자를 하는데, 회수가 안 되니까 사이클이 막혀버린 거거든요. 결국은 그게 비열하든 무책임하든 어쨌거나 닷컴기업 자신이 살아갈 길을 찾아내는 수 밖에 없죠. 스스로.

김규항 원래 벤처캐피털의 취지는 말 그대로 ‘모험적인 투자’인 것이거든. 위험하지만 전망있는 기업에 과감히 투자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볼 때 최선의 사고방식이지. 사채시장의 장사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거라고. 지금까지 너무 무절제하게 투자했기 때문에 데미지를 입었다는 걸 반성하면서, 지금부터는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닷컴기업은 투자중단”이라는 게 참…. 하여간 닷컴기업이 수익모델을 만들면 자동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긴 해.

김어준 도덕성을 논하는 건 자본쪽에서 보자면 씨도 안 먹히는 얘기죠. 도덕이고 나발이고 내 돈이 들어가서 안 나오는데 누가 하겠어.

김규항 이 모든 현상들은 한국에서 돈이 얼마나 저열하게 움직이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이를테면 대기업이 영상산업에 진출하면서 영화쪽으로 들어갔다가 다 나왔잖아. 지금은 투자금융쪽에 다 들어와 있거든.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고. 한국이 천민자본주의라는 게 여기서 방증이 돼.

김어준 난 캐피털쪽을 도덕적 이외의 이유로 비난할 순 없을 것 같아. 그게 자본주의의 생리이자 회사의 생리고, 돈의 생리이니까. 하지만 도덕성 부분에 이르면 캐피털쪽이 천하다…라는 비난은 감수해야 마땅하다고 봐. 사실이니까.

벤처 뻥튀기를 경계함



김규항 상도덕으로는 비난할 수 있겠지. 소용없는 일이지만.

김어준 한 가지 분명한 건 닷컴기업이 수익을 못 내면서 사회적 손실을 불러일으킨 건 사실이지만 결정적인 공도 있다는 거야. 전혀 새로운 방식의 부의 재분배를 일정 정도 한 거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재벌의 지배력을 뒤엎는 것은 그전까지는 어떤 방식으로도 불가능했잖아요. 하지만 그 가능성의 일단을 봤거든. 새롬이니 다음이니…. 그 꿈이 하도 커져서 망가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런 거대한 경제구조의 변화는 전시상황 같이 판을 아예 뒤엎는 엄청난 구조적 충격이 아닌 다음에야 불가능했던 이야기라고. 그 계기를 전쟁없이 닷(dot)이 만들어준 거죠.

김규항 재벌의 불건전한 성장을 비판하면서 벤처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더라도, 니가 적시한 두세개 기업이 얼마나 성실과 노력에 의해서 성장했는지 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거든. 그 역시 뻥튀기란 말이야.

김어준 그렇죠. 기적이죠.

김규항 사실 열기에 의한 증자였지. 생산에 의한 자산 증가가 아냐. 거기서 실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것도 아니고.

김어준 물론 알맹이가 튼실하지 않다는 비판은 지금 받고 있고, 앞으로도 수년간 계속 받겠지만… 우리네 경제구조를 뒤집을 계기를 마련했다는 건 엄청난 거야.

김규항 뒤집은 상태는 아니야.

김어준 사람들 머릿속에 다른 것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줬잖아.

김규항 다르게 볼 수도 있어. 젊은 사람들에게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해서 성공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아이디어, 그러니까 대동강에서 물장사로 떼돈을 번 김선달식으로 자꾸 그런 식의 성공신화를 추종하게 하는… 환상을 좇게 하는 열기를 불러일으킨 면도 있지. 저놈이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김어준 근데 워낙에 벤처라는 게 그런 열기가 없다면, 꿈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고, 실제 그렇게 꿈꾸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갈 가능성조차 없었던 사회에서 그나마 꿈꿔 볼 수 있는 사회로의 이행은 아무리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손치더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니까.

김규항 지금 가장 뻥튀기된 벤처들의 특징은 첨단기술 제조업체에 기반하지 않고 있는 거 같아. 이를테면 미국의 유명한 벤처기업들을 보면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단순한 아이디어보다는 기술력에 의한 벤처기업이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거든.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 아닌가 하는 거지.

김어준 꼭 그런 건 아니지. 야후나 아마존이 기술력이 최고여서 그렇게 됐나?

김규항 근데 메일 보내는 걸 상대방으로부터 확인받는 기능이 핫메일(hotmail)에서도 안 되던데…. 다음(daum)의 한메일(hanmail)에서 되대. 그거 괜찮은 기술이지.

김어준 기술로 따지면 대단한 기술은 아니죠.

김규항 핫메일이 어디 거지?

김어준 마이크로소프트로 넘어갔죠.

김규항 마이크로소프트로는 안 되거든. 우리나라 통신메일은 그게 된다고. 그것도 기술은 기술이지. 다이얼패드 같은 것도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김어준 먼저 한 거죠. 야후는 무슨 기술이 있나.

김규항 야후야, 초기에 인터넷을 실제 일반인들의 몫으로 만든 검색사이트로서 막대한 공이 있지.

김어준 제 말은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건데, 어쨌거나 닷컴들이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살포한 공로는 인정해주자고.

김규항 젊은이들한테 꿈을 준 건 사실이지.

김어준 물론 그 대열에 끼지 못한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 부분도 있긴 있지.

극우는 단련된다

김규항 25살 카이스트 출신 벤처 희망자라면 무조건 1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많이 돌았다는 거야. 20대에 카이스트를 나와서 벤처를 한다면, 실제 뭘 하든 간에 그 모양 자체로서 투자가 충분히 가능하고 뻥튀기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는 거지. 몇달 전에 그렇게까지 갔었대.

김어준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닷컴기업의 열풍과 거품에 휩싸인 이유 중 하나도… 역으로 말하면 닷컴 열풍 이전까지는 도저히 이런 기회가 없었던 거예요. 재벌이 아니면 산업구조 속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잖아. 재벌로 가는 것만이 사회적 성공의 보증이고, 그 속에서 튀어나오고 싶어했지만 그럴 공간 자체가 없어 답답하면서도 대안이 없던 환경….

김규항 후발주자들만 불행하게 됐지. 남들보다 오래 착실하게 준비해서 출발한 벤처기업들은 피를 보고 있는 거야. 어쨌든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한국의 벤처가 합리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 결국은 적자생존이야. 오늘 결론은 뭐니.

김어준 바보….

김규항 그런 식으로 단정적인 말은 하지 말자고. 혹시 아닐지도 모르잖아. (웃음)

김어준 바보이지 않을까? (웃음) 결론을 유보한 채. (웃음)

김규항 극우 이문열 의외로 약한 모습 보이다. (웃음)

‘강철은 단련된다’는 말 있지. ‘극우는 단련된다’ 어때. (썰렁)

김어준 하나도 안 웃긴다. 역시 바보는 형이야. (웃음)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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