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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간

1. 전에 미당에 관한 고종석의 글을 인용했었다. 정치적으로(혹은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못했던 미당의 삶과, 문학적으로 최고 수준의 성취를 보여주는 그의 시를, 모순 없이 일관되게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 혹은 그렇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 혹은 일관된 설명을 위해 사실을 훼손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요지로 하는 글이었다.

 

2.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 도스토예프스키를 넘어선다'는 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머리와 손으로 위대한 언어를 쏟아내지만,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자기 자신의 작품은 아닐 수 있다는 것. 즉, 자기가 썼되 그 결과물에는 자신이 표현/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죄와 벌>>은 누구의 사상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손을 빌어 세상에 외출한 것일까. 그 누구가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라면, 그는 '인간 도스토예프스키'보다 깊고 풍부하며 복잡하게 사고할 줄 아는, 그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일까?

 

3. 텍스트에서 작가의 무의식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가? 그 작가는 인간으로서의 자신과 구별되는가? 징후는 작가에게만 적용되는가? 작가는 이 세상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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