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목적론 비판

"그러나 여기에서 이러한 오류들의 기원을 인간 정신으로부터 보여주는 것은 적절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것, 즉 모든 인간은 사물의 원인에 대해 무지한 채로 태어나고 모두 다 자신의 이득을 얻으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욕망에 대해 의식하고 있다는 것들을 논의의 기초로 삼으면 충분할 것이다. 이것으로부터 다음 사실들이 따라나온다. 첫째, 인간들은 그들이 자유롭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인간들은 그들의 의지(volition)와 욕망에 대해서는 의식하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욕망하고 의지하도록(will) 결정한 원인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으므로, 그 원인들에 관해서는 생각해보지도, 심지어 꿈꿔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들은 항상 어떤 목적을, 즉 그들이 얻고자 하는 이득을 위해 행동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언제나 이루어진 일들의 목적인만을 찾게 되며 그것을 찾으면 만족해하고, 물론 그 이상의 의심은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한 목적인을 어떤 외부적인 근거로부터 찾아내지 못할 경우 그들은 의지할 데 없이 그들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며, 자신들로 하여금 어떤 목적이 보통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게 하는가를 고찰하기에, 그들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정신을 그들 스스로에 의해서 판단하게 된다. 게다가, 인간들은 자신들의 안팎에서 그들의 이득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매우 편리한 수단들─예를 들면, 보기 위한 눈, 씹기 위한 이, 먹기 위한 곡물과 짐승, 빛을 쬐어주기 위한 태양, 물고기를 번식시키기 위한 바다─을 대단히 많이 발견하므로, 그 결과 그들은 자연의 모든 것들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한 수단인 것처럼 여기게 되었다. 인간은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자신들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러한 수단들을 그들이 사용하도록 만들어 준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믿게 된다. 인간은 사물들을 수단으로 보고 있기에 그 사물들이 스스로 창조되었다고 믿을 수가 없으며, 그들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왔던 익숙한 수단들로부터의 유추를 통해서 그들은, 인간들의 모든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전념하며 모든 것을 그들이 사용하도록 만들어놓은 인간적 자유를 가진 어떤 자연의 주재자 혹은 주재자들이 있다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그 주제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없으므로, 그들은 또한 스스로 이 통치자의 성격을 짐작해 볼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들은 신들이 인간을 속박하여 그들에 의해 최고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 모든 것을 인간이 사용하도록 명령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각각의 개인들은 신에게 경배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내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 신이 자신을 다른 이들보다 더욱 사랑하기를, 그래서 자연 전체를 인간이 사용하도록 명령하여 그것들이 자신의 맹목적인 소유욕과 그치지 않는 탐욕을 위해 봉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오류가 미신으로 발전했으며 인간의 정신에 깊숙히 뿌리박힌 것이었고, 이런 이유로 말미암아 모든 인간이 가장 진지하게 모든 것들의 목적인을 설명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헛되이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즉, 인간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할수록, 인간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만을 보여주는 듯하다. 즉, 자연과 신들이 인류처럼 미쳤다는 것을."

 

─ 스피노자, <<윤리학>>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