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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바로 이 순간 이반 일리치는 나락에 떨어져 빛을 보았고, 빛을 보는 순간 자신이 살아온 삶이 그래서는 안 되는 삶이었지만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믿었다. 그는 '그게' 무엇인지 자문하다 입을 다물고 귀를 곧추세웠다. 여기서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자 아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들이 가여워졌다. 아내가 다가왔다. 그는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내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눈물은 그녀의 코와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절망적인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졌다.

   '맞아, 저들에게 내가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그는 생각했다. '저들에겐 미안하지만 내가 죽는 게 저들에게도 나을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힘이 없었다. '가만 있자. 말이 무슨 소용이야. 행동하면 되지'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눈으로 아내에게 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리고 나가…… 안쓰러워…… 당신도……."

   이어서 그는 '미안해'라고 말하려다 그만 "가게 둬"라고 하고 말았다. 그는 그 말을 정정할 힘이 없었지만 알아듣는 사람은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한 손을 저었다.

   그러자 갑자기 자신을 괴롭히며 나오지 않는 모든 것이 두 방향, 열 방향, 모든 방향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게 분명히 보였다. 저들이 불쌍해, 저들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해. 저들을 해방시켜주고 나도 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돼야 해. '얼마나 좋아, 얼마나 간단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근데 통증은?' 하고 자신에게 물었다. '어디로 간 거야? 어이, 통증, 너 어디에 있는 거야?'

   그는 귀를 곧추세웠다.

   "아, 저기 있구만. 뭐, 어때. 통증은 그대로 있으라고 하지, 뭐."

   "근데 죽음은? 죽음은 어디에 있는 거지?"

   그는 예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찾아보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어디에 있는 거지? 죽음이라니? 그게 뭔데? 그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죽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던 자리에 빛이 있었다.

   "바로 이거야!" 그는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좋을 수가!"

   한 순간 이 모든 일이 일어났고 그 순간이 지니는 의미는 이후 결코 바뀌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임종의 고통은 두 시간 더 지속되었다. 그의 가슴속에서 뭔가 부글거렸다. 쇠약해진 육신은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다 부글거리는 소리, 쌕쌕거리는 소리는 점차 잦아들었다.

   "끝났습니다!"

   누군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그 말을 마음속으로 되풀이했다. "죽음은 끝났어"라고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그는 숨을 한차례 들이마셨다. 절반쯤 마시다 숨을 멈추고 긴장을 푼 후 숨을 거두었다.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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