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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3/26
    지하철 막차
    pug
  2. 2006/03/15
    무뎌졌을까
    pug
  3. 2006/03/08
    잠시
    pug

지하철 막차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숙제를 뒤로 하고 집으로 출발했다. 막차를 탈 정도로 늦게까지 있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주말인 걸 깜박해서 계산을 잘못한 결과로 결국 안산행 막차에 겨우 올랐다. 시간은 12시가 다 되어갔다. 방송에서는 자꾸만 이게 막차라는 걸, 이거 놓치면 집에 못 간다는 걸 강조했고, 그게 고맙기도 했지만 짜증도 났다. 평일 막차와는 달리 앉을 자리도 있어서 불평은 미뤄두고 남은 숙제를 펴 들었다.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중년의 남자가 바퀴 달린 바구니를 끌며 열차 칸의 중앙으로 왔다. 수도 없이 본 장면이다. 그래도 뭘 파나 싶어서 슬쩍 봤는데, 흔한 건 아니었고 이리저리 돌려서 맞추는 큐빅 모양의 퍼즐이었다. 피곤하거나 술취해서 자는 사람도 많았기에 열차 안은 꽤나 조용했고, 그 침묵을 비집어 열며 행상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순간, 시간이 꽤나 늦었다는 생각, 행상인이 돌아다니기는 좀 힘들 만큼 늦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 남자는 오프닝 멘트를 끝내고 제품을 보여주고 있었다. 큐빅이다. 바구니 안에도 같은 게 잔뜩 들었다. 12시 근처였다. 평범하디 평범한 중년 남자였다. 그 무표정한 얼굴 뒤에, 그리고 그 바구니 안에 과연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는 함부로 추측할 수 없었다. 몇 년 전의 대구 지하철 사고의 악몽이 구름처럼 피어오르며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온 몸을 휘감았다. 12시인데. 퍼즐을 팔며 돌아다닐 리가 없다. 게다가 이건 막차고, 여기 탄 사람들은 다들 필사적으로 탄 거다. 그 아저씨가 퍼즐을 소개하려고 팔을 번쩍 들 때마다 소름이 확 끼쳤다. 갑자기 아저씨가, "야이 새끼들아, 지금껏 니네 사람 우습게 봤지!"하며 퍼즐을 바닥에 냅다 던지고, 그 외피 속에 들어있던 폭탄이 터지며 불길이 치솟는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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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졌을까

무뎌진건지 그 반대인지도 잘 모르겠을 만큼, 무뎌졌거나, 혹은 그 반대가 되었다. 굳이 '그 반대'라고 하고는 그걸 '예민해졌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민망하기 때문이다. 재수없는 표현이지만,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은 알았달까. 재수없는 표현일 수도, 그냥 내가 재수없어진 것일 수도. '생각하기'의 기준을 높게 잡다 보니, 그게 두려워졌고, 그래서 잘 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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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길을 걸어가다 퍼뜩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냥 흘려보내는 게 너무 아쉬웠는데, 요전에는 그나마 그 기억들을 다시금 떠올리느라 머리를 쥐어 짜면서 보내던 황금같은 밤시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깐 컴퓨터가 집에 없어서, 아예 생각들이 줄줄 밖으로 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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