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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병이 생겼다.

병이 생겼다.

엄청난 현기증이 몰려오는 병. 그리고 어지럼증, 구토, 오심, 두통, 엄청난 피로감 등이 계속된다.

갑자기 세상이 휘휘 도는 현기증은 오후에 출근하는 날 여유있게 밥을 해먹고 잠시 TV 앞 쇼파에 누워있다가 일어날 때 찾아왔다. 몸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어기적어기적 침대로 기어들어가서 누웠지만 현기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아 눈 앞의 창틀이며 천정이 모두 섰다 누웠다 했다. 눈을 감아도 구역질이 나올 만큼 어지러워서 머리를 다른 쪽으로 돌리면 좀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더 심해지기만 할 뿐. 갑자기 엄청 피곤해지기도 해서 눈을 꼭 감고 자버렸다. 다행이 출근시간이 좀 남아 있었고, 운전은 커녕 걷지도 못할 것 같던 상황이 좀 나아져서 겨우 출근을 했다. 그래도 사무실에 가서 좀 들썩거리니 처음 만큼은 아니지만 계속 어지럽고 메슥거리는 상황이 계속되어 결국은 참지 못하고 병원행.

처음 가보는 조금 큰 병원의 내과의사는 친절한 여성이었는데, 증상을 차근차근 물어보더니 눈에 불빛을 비춰 따라오라고 했다. TV에서 많이 보는 것 처럼 오른쪽 왼쪽 위쪽 아래쪽... 그러더니 귀에 있는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눈동자가 불빛을 미쳐 따라가지 못하고 움직이다 말고 한 곳에서 흔들리고 있단다. 속이 좋지 않고 구토와 두통이 생기는 건 내 몸이 평형감각을 잃어 어지럽기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심한 멀미가 계속되는 상태인 것이다.

 

무조건 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머리를 심하게 움직이지 말 것도 당부했다. 운전도 삼가고 가능하면 며칠 계속 누워만 있으라고. 심한 경우 병원에서 링겔을 맞으며 계속 누워만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급성 어지럼증은 아니지만 증상은 계속 있다. 신기하게도 약을 먹고나니 증상이 많이 가라앉아서 여전히 출퇴근시간에 맞춰 일은 한다. 하지만 머리를 높이 쳐들면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심하다 싶은 어지럼증이 몰려와서 곤란하긴 하다. 심하면 2주 정도 간다고 하던데, 글쎄, 2주가 지나도 쉽게 가실 것 같지가 않다.

 

지난주중에 괜찮아진 것 같아서 주말에 서울도 가고, 술도 마시고, 놀러오신 고모와 함께 영화도 보고 하다가 화요일에 밭에 가서 열심히 풀을 뽑고 수확을 했더니 다시 엄청 어지러워져서 먹지 않던 약을 다시 먹고 병원에 가서 또 며칠분의 약을 받아왔다. 약사인 동생의 해설에 의하면 그 약들은 이 병에 처방되는 아주 전형적인 약들로, 구토, 오심, 현기증 등을 완화하는 약이란다.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지만, 많이 받아두어도 나중에 멀미약으로도 쓸 수 있으니 한번에 많이 처방을 받으라는 조언. 요즘 그런 약을 처방받아 오는 환자가 꽤 많다고도 하더라. 여하튼 간에 병을 낫게 해주는 약은 아니다. 증상을 못느끼게,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약일 뿐.

 

어제는 회의 중에 칠판에 뭘 쓰느라 목을 쳐들었더니 또 현기증이 몰려와서 주저앉았다. 운전을 좀 많이 했다 싶으면 어지럽기도 하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것도 꽤나 목을 많이 움직이는 일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우아아... 사실 빨래를 널 때도 쓰레기를 버릴 때도 고개는 계속 움직인다. 죽을 만큼은 아니어도 먹고살기엔 꽤나 지장이 있는 병이다.

 

약을 먹으면 졸리다. 졸림을 유발하는 약을 먹고 있으니 졸린 게 당연. 자야 낫는 병이니 졸림을 유발하는 약을 처방하는 것도 당연. 항상 졸리고 어지럽고 메슥거리니 움직일 맛도 일 할 맛도 먹을 맛도 안나는 것도 당연. 너무나 자연스럽게 활동은 위축되고 마음은 푹 꺼진다.

정동진영화제도 가고싶고 텃밭도 돌보고 싶고 헬스장도 가고싶은데, 꾹 참고 있다. 많이 움직이지 않고 쉬어야 낫는다니, 욕심을 버리고 그냥 푹 쉬어보는 수 밖에.

 

이번 주말은 진짜 쉬면서 몸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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