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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키고...

outwhale님의 [ 그날에 얽힌 기억들] 에 관련된 글.

트랙백에 또 트랙백이야... ㅎㅎ

 

가투는 녹두에서 있었지. 나는 다소 겁을 먹었지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게, 스스로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되기도 했었지만, 동아리에서 모두 다 함께 하는 분위기였는걸...

생각해보면, 419 마라톤 정도나 함께 했던 선배들 까지도 우루루 다 있었어.

 

항방이라니... 그건 신기하도다. (아무도 우리 동아리는 안불렀나봐. 아님 나만 안불렀거나...)

 

가끔 그날 앞에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들하고 인사하고, 그 중 좋겠다 싶으면 따라 붙어서 술자리에 끼고 했던 것도 좋았는데... 나는 항상 그날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만나고 토론하던 녹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어. 핸드폰이 생기고 뭔가 같이 하는 문화들이 희박해지면서 하나의 마당이자 축이었던 그날의 의미도 퇴색되었겠지. 나의 독립에 대한 갈망도 조금씩 약해지는 것 같고.

 

뭐니뭐니해도, 그날, 혹은 위층 미네르바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은 그 때가 아닐까? "광란의 10월" 선본이 총학생회에 당선되던 날.

피폐한 몰골로 다솜식당에서 감자탕 먹다가, 그 공간 마저도 그 선본원들에게 점령당하자 갈 곳이 없어서 아직 문도 열지 않은 그날 앞에서 기다리다가 억지로 미네르바 문 열어달라고 아저씨 졸라 들어가서 망연자실 앉아있었을 때. 같이있던 사람이 누구였지? 너랑 나, 여선이? 승철이? 두희?

여하튼... 결코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강렬한 기억이지...

 

사실, 다른 기억들을 얽어내는 것도 못할 건 없지. 이미 우리는 같은 공동체도 아니고, 같이 즐길 사람도 많지 않고, 학교도, 녹두고 예전과는 사뭇 다른 것 같지만, 뭐,

약간의 기억을 공유하고, 뭐랄까.. 문화적인 충족, 안정감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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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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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앞이 좋았다. 그런 어디서 모이고 있으니 오라는 연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그런 문화가 좋았다. 그 자리가 무슨 술집이나 분식집이 아니라, 사회과학서점이라는 게, 녹두거리 첫머리에 있어서 만남의 장소로 기능하는 게 자연스러운 점도 좋았다. 앞에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너무 좋았고, 총학생회와 그날에서 함께 만들어 붙인 메모 붙이는 판과 녹두거리 지도가 자랑스러웠다. 시간이 남으면 잠깐씩 들어가서 공짜로 읽을 수 있는 각종 저널들도 좋았다.

 

아무도 "그날 앞에서 보자"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을 때도, 나는 녹두에 갈 일이 있을 때면 억지로 약속장소를 그렇게 잡곤 했다.

 

그날 언니가 연행되던 날 처음으로 가투에 나갔다.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때문이었던가... 사람이 참 많았다. 우리 모두 분노했다. 국가보안법 때문에, 그리고 우리의 문화적 터전을 너무나 쉽게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나에게 그날은 이런, 향수의 대상이다. 별로 멀지도 않지만, 사고싶은 책이 있을 땐 사무실에서 가까운 교보문고를 가서 포인트를 쌓거나, 가장 싼 온라인 서점이 어딜지를 검색해 볼 뿐이다. 아직도 그 곳이 삶의 현장이고 그 공간을 기반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잠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참세상에서 새로 시작된 기획을 보면서, 이런 혼자서 박제화시키고 있었던 거로군... 후회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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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그날에서 책읽기 창간호부터 16권 까지인가가 쌓여있었다.

사실 꼼꼼히 다 읽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런건 역사적인 시도인거고, 그런거 버리기 아까워하는 나는 책상 밑 한구석에 억지로라도 자리를 만들어 둔 것이었다.

이사를 하면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버릴 것인가, 싸안고 있을 것인가, 아님 어떻게든 처분을 할 것인가... 게을러서 세 번째 결론은 내리지 못했는데, 버렸는지 가져왔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에엥...

 

사실 책은 별로 안샀다. 나는 공부를 잘 하지 않는 활동가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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