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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쌍용자동차, 그 후/ 상철

쌍용자동차, 그 후

상철


 

77일간의 공장 점거를 마지막으로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8월 6일 파업을 철회했다. 음식과 물, 의료품까지 반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진행한 파업이었다. 조합원들은 공장 안에서 굶주림과 고립감, 두려움을 마주해야 했고, 밖에서는 사측이 고용한 용역 깡패들과 구사대, 중무장 한 공권력의 침탈에 맞서야 했다. 주요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않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있었던 극한의 대치상황은 어느 전쟁 영화에서 봤던 시가전을 떠올리게 할 만큼 두려웠다. 조합원들이 있는 도장 공장 안에 페인트, 신나 등 인화물질이 가득하다는 걸 모를리 없는 경찰이 옥상으로 진입을 시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용산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결국 협상이 이뤄지면서 진압과정에서의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협상 내용을 비롯해 쌍용차 문제가 사회적으로 미친 파장은 최악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 77일 간의 고된 점거 농성을 끝으로 파업을 철회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보수 언론과 사측은 노조의 파업이 진행되는 내내 ‘노조가 회사를 죽이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며 정부의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정부는 경찰을 언제 투입할 것인지 만을 저울질할 뿐, 노동자들의 대량해고에 있어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면서 개입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외국자본이자 최대 주주인 상하이 자동차가 기술 개발을 위한 약속된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게 쌍용차 문제의 핵심인데, 보수 언론과 사측, 정부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 차로의 쌍용차 지분 매각 당시 기술 유출이 충분히 예상되었지만 ‘외자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던 정부는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상하이 차는 기술 이전을 완료했고, 정부는 개별 노사관계라며 개입을 거부했다. 가장 무책임하고 이득을 본건 먹튀자본 상하이 차고, 가장 많은 책임을 지고 피해를 본 건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왜 노동자들이 회사를 죽였다며 욕을 먹어야 하는가. 오히려 투기 자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싸운 노조를 칭찬해야 하지 않을까.


 

 

△ 쌍용자동차 노조의 투쟁은 정리해고에 맞섰다는 의미에서 우리 모두와 무관한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안정된 직장을 원한다. 파업을 한 쌍용차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얻고 싶어 하는 평범한 서민들이다. 그들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일하는 것 외에는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싸웠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곧 생존권 박탈을 의미한다. 해고는 보통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빠져나올 수 없는 빈곤을 안겨주기 때문에 사회 양극화를 지양하고 서민을 존중하는 사회라면 노동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 경제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봤을 때, 앞으로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만약 그때도 우리 사회가 쌍용차 노조에게 보였던 반응처럼 해고를 문제 삼지 않고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면, 실업과 빈곤은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위기의 극복 자체를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어버릴지 모른다.

쌍용차 투쟁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문구는 ‘함께 살자’와 ‘해고는 살인이다’였다. 파산 위기에 몰린 쌍용차가 법정 관리를 신청하고 노조의 파업이 종결된 기간 동안 쌍용차 노동자들은 모두 6명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 스트레스로 돌아가신 분도 있었고, 노조 간부 부인이 비참한 심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해고는 정말 살인이다.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야만의 시대를 저지할 수 있는 열쇠는 쌍용차에 있지 않을까.


 

추신 : 이 글을 쓰기 위해 쌍용자동차에 관련한 기사들을 검색해보던 중, 8월 24일에 자살을 기도한 쌍용차 조합원의 소식을 접했다. 파업 철회 후에도 경찰의 보복 수사로 인해 거짓 진술을 강요받다가 동료를 배신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고 한다.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고 하던데, 쾌유가 있으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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