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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말

나보다 한 대여섯 살 정도 더 많은 이들이..
그러니까 영웅본색을 보고 성냥개비를 씹고
천녀유혼을 보고 가슴 두근거리며
홍콩의 애수어린 화려함을 마치 의형제처럼 생각하며
하이틴에서 20대 초반 정도를 보낸 이들이..
장국영이 죽었을 때 '청춘이 끝났다'란 느낌을 받았다고
집단 텔레파시라도 하는 양 뇌까렸지.

 

그 기분.. 나도 이해해.
역시나 홍콩 스타들을 동경하며 사춘기를 보내어 봤으니.

 

근데 이건..
노무현이 죽었다고 해.
자살이란다.
난 믿쑵니다 열렬지지파도 아니었고
그 사람은 내 방에 부로마이드가 걸려있었던 오빠님도 아닌 그저 일개 정치인이지.
그런데 내 기분이 그래.
청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말로 내 '20대 era'는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끝났구나.
그런 기분이 들어.

 

마냥 학생이었던 시절을 뒤로 하고,
희망의 본얼굴이 무엇인지 배신의 뒷모습이 무엇인지,
나, 너, 우리, 그들, 저들, 그 죽일 놈의 새끼들, 저 밉고 서러운 당신들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고 여겼던 모든 것이 속절없이 무너져 갔던,
그런 '20대'가.
끝나가나. 끝나간다고는 계속 생각해왔는데,
그래서 키라렌 시타 온, 인사도 했는데.
아아,
이런 식으로 끝내주는구나.
이로써 결말이구나.
막 내리는구나.
정말로 끝.

 

밤을 샜기 때문에
잠시 꿈을 꾸는 걸까 싶기도 했어.
또다시 누가 뒤통수를 남산만한 쇠뭉치로 가격한 듯이.


그렇게 내 20대가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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