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像의 촛점

미네르바가 가짜냐 아니냐-하는 논란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검 하는 짓들이 제 살 길 트는 것에는 정말이지 도가 텄구나-하는 것이다.
'알고보니 그놈이 별 볼일 없는 찌질이냐 아니냐'로 여론을 터주기 위해
이미 몇달 전부터 그렇게 준비해 왔던 거였나, 하는 뒷통수 서늘해지는 감각.

 

만일 가짜가 존재한다면
그건 현재 일부 네티즌들이 의심하듯 지금 잡힌 그 박모씨가 아니라
몇달 전 정부 쪽에서 흘러나왔다는
50대 이상의 프로급 고위 애널리스트라는 정보일 가능성이 더 크단 얘기다.
어쩌면 신동아에도 그 만들어진 캐릭터의 실재성 부여를 위해 가라 글을 일부러 올렸고.

봐. 본인은 안썼단 글이 잡지엔 실렸고 조낸 이상한데도 검찰은 거긴 수사 안한대잖아.
이따구로 애들한테 괴리감 들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그럴싸하게 보이는 스펙으로 구라를 쳐 놨단 거다.
순전히 당혹감의 낙차폭을 크게 하여 관심을 '진위여부'로 몰고 가게 하기 위해.

 

생각해 봐라.
지금 현실적으로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개 네티즌을 향한 정부의 오바질 및 여론 통제 시도'에 촛점을 맞추게 하는 것하고,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제2, 제3의 '진짜'라는 像에 촛점을 맞추게 하는 것하고,
어느 쪽이 정/검 측이 원하는 데까지 가기가 쉽겠냔 말이다.

 

물론 아구가 안 들어맞는 점들이 좀 있는 만큼
정말로 지금 체포된 박모씨가 아닌 진짜가 존재할 가능성도 0%라 단언할 수 없겠지.
허나 어차피 날조라는 번거로운 짓을 할 거라면 말이다,
멀쩡히 살아있는 진짜를 내버려 두고
또한 역시나 멀쩡히 살아있는 가짜를 굳이 창출하여
대중 앞에 선보이는 위험한 짓을 하는 게 편할까,
진짜는 자기네 수중에 넣고 대중의 관심은 허상 쪽으로 돌려버리는 게 편할까.

 

체포되지 않은 진짜 미네르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말이지만,
정/검이 이런 식으로 몰아간다고 정말로 그렇게 몰려버리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들이 대중의 수준을 정확하게 봤단 얘기니까.
뭐 어차피 내가 얘기한 방향도 일종의 음모론에 불과하고,
음모론에 경도되어 봤자
실효 이득의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단 것은 나도 살면서 배웠던 바다.
음모론까지 가지 않아도..
이미 눈 앞의 팩트만으로도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고칠 수 있는 것도 팩트고 취득할 수 있는 증거도 팩트며 기억할 수 있는 것도 팩트다.
가질 수 있었던 실재하는 기회를 허상 때문에 놓쳐버리는 바보짓을 또 반복하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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