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5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10/07
    번제를 올리는 양떼
    wooll
  2. 2010/08/21
    BBC 2010판 Sherlock
    wooll
  3. 2010/05/31
    바담 풍
    wooll

아마 이런 게 필요할거야

미래를 대비하는 소비도,
미래를 대비하는 저축도,
기저가 '불안감'이라면 참으로 허망하기 짝이 없구나.

.

.

트위터로 리트윗하기

Charlie Brown

 

'어쩌다 그림쟁이 따위가 되었지' 종류의 자조에 대해 대학 동기와 트윗이 오갔다.
걔가 정확히 어떤지는 나도 모르지만, 내 쪽은 자조는 아니다.
난 진심으로 이렇게 사는 게 좀 창피하니까.
남한테 대놓고 스스럼 없이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내가 정말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얘기하면 상대방 기분이 언짢아질까봐 염려가 되니까.
 
둘이 처한 상황도 어차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남들 보기엔 똑같이 '그림'이겠지만 걔랑 나는 필드도 전혀 다르고..
 
그렇다고, 내가 할 수만 있다면 이 짓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게 아니란 건
이런 자괴감을 좀 웃기게 만든다.
벗어나려는 생각은 평생 해본 적 없다.
이 따위로 계속 사는 건 절대 내 소망일 수 없는데도.
원하지 않는 것도,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편한 말로 '신이 내준 숙제'라 표현해왔지만
사실상 神도 운명도 믿지 않는 주제에 그게 알맞은 설명일 순 없고.
언술적 해석이 가능한 선까지 들추다 보면
결국은 내게도 어떤 이상적인 만화작업의 상이 있고 그냥 그걸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청 용역만 줄곧 해와서인 탓이 크겠지.
그게 같은 용병일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
즐거이 내 노동력을 투여하려는 의지가 샘솟는 프로젝트라면 얘기가 다르겠으나
그렇지도 않은 일에 인생이 몇 년 씩 꼴아박히고 있다고 느껴지면.
 
인생이 제 속도로 흘러갈 때에야 사람은 안 망가지고 살 수 있다.
일주일이 흐르면, 일주일 치의 경험을 해야 그게 사는 것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빌어먹을 점은
서사적 컨텐츠인 주제에
만드는 사람의 손 끝에서 빚어지는 시간과 현실에서 흘러가는 시간이
심각하게 불일치한다는 것이다.
미치도록 느리게 흐르는 그놈의 것이
만드는 사람의 인생을 왕창왕창 잡아 먹는다.
타임 슬립 해가며 늙게 만든다.
크리스 웨어는 작업 시간 대 실제 이야기 속 진행 시간의 비율을
4000 : 1 이라고 했단다.-_-
또 평생을 작업했고 전대미문의 성공까지 거둔 작가이면서도 찰스 슐츠가
'만화 작업은 당신을 파괴할 것이다 ... 마음을 부숴버린다'고 했다는 건.
 
저런 짓에다가 짧은 생을 갖다 쓸 만큼의 뭔가를,
개삽질을 대강이라도 상쇄할 만하다고 여겨지는 대가를 내가 가질 수 있나.
문제는 그거지.
지금은 그게 안되니깐 손해보는 장사 하고 앉았는 자괴감이 드는 거고.
 
...줄줄이 썼는데 사실 그다지 상관은 없다.
이미 벌어진 일.
저질러진 일에다 머리 싸매지 말라고 의사가 그랬다.
 
아직은 살아 있고.
.
.
 
'어쩌다 그림쟁이 따위가 되었지' 종류의 자조에 대해 대학 동기와 트윗이 오갔다.
걔가 정확히 어떤지는 나도 모르지만, 내 쪽은 자조는 아니다.
난 진심으로 이렇게 사는 게 좀 창피하니까.
남한테 대놓고 스스럼 없이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내가 정말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얘기하면 상대방 기분이 언짢아질까봐 염려가 되니까.
 
둘이 처한 상황도 어차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남들 보기엔 똑같이 '그림'이겠지만 걔랑 나는 필드도 전혀 다르고..
 
그렇다고, 내가 할 수만 있다면 이 짓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게 아니란 건
이런 자괴감을 좀 웃기게 만든다.
벗어나려는 생각은 평생 단 한 순간도 해본 적 없다.
이 따위로 계속 사는 건 절대 내 소망일 수 없는데도.
원하지 않는 것도,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편한 말로 '신이 내준 숙제'라 표현해왔지만
사실상 神도 운명도 믿지 않는 주제에 그게 알맞은 설명일 순 없고.
언술적 해석이 가능한 선까지 들추다 보면
결국은 내게도 어떤 이상적인 만화작업의 상이 있고 그냥 그걸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것'이 아닌, 하청 용역만 줄곧 해와서인 탓이 크겠지.
그게 같은 용병일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
즐거이 내 노동력을 투여하려는 의지가 샘솟는 프로젝트라면 얘기가 다르겠으나
그렇지도 않은 일에 인생이 몇 년 씩 꼴아박히고 있다고 느껴지면.
 
인생이 제 속도로 흘러갈 때에야 사람은 안 망가지고 살 수 있다.
일주일이 흐르면, 일주일 치의 경험을 해야 그게 사는 것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빌어먹을 점은
서사적 컨텐츠인 주제에
만드는 사람의 손 끝에서 빚어지는 시간과 현실에서 흘러가는 시간이
심각하게 불일치한다는 것이다.
미치도록 느리게 흐르는 그놈의 것이
만드는 사람의 인생을 왕창왕창 잡아 먹는다.
타임 슬립 해가며 늙게 만든다.
크리스 웨어는 작업 시간 대 실제 이야기 속 진행 시간의 비율을
4000 : 1 이라고 했단다.-_-
또 평생을 작업했고 전대미문의 성공까지 거둔 작가이면서도 찰스 슐츠가
'만화 작업은 당신을 파괴할 것이다 ... 마음을 부숴버린다'고 했다는 건.
 
물론 당연히, 어느 정도는 포기는 인간에게 있어 필수 불가결이다.
생은 짧으니까 다 가질 수는 없지.
원하는 걸 가지려면 직쌀나게 노력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그 노력이란 걸 하는 데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드는 거다.
 
...줄줄이 썼는데 사실 그다지 상관은 없다.
이미 벌어진 일.
저질러진 일에다 머리 싸매지 말라고 의사가 그랬다.
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사는 일

 

엊그제 만화가 김지은씨가 돌아가신 걸 알게 되었다.
웹질 중 여느때처럼 들어가본 그 사람의 블로그.
안그래도 최근 들어서는
'아.. 이 분, 이젠 힘든건가'란 느낌을 죄책감과 함께 갖게 했을 만큼
상태가 많이 안좋아 보였는데,
바로 6월 2일에 겨우 올린 듯한 짤막한 한 줄 남짓한 포스팅에
더 이상 약은 무용지물이며 부모님 계신 본가에 내려와 있다-고..
그 글을 보고도 맘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는데.
다음날 댓글이 엄청 달렸길래 그저 격려의 글들이려니 하고 펼쳤다가,
바로 전날 밤에 돌아가셨노라고 제자인 오은지씨가 소식을 전한 것을 본 것이었다.
 
허망하고 안타깝고 슬펐다.
엄청난 팬까진 아니었어도, 내 십대 시절 그분의 데뷔부터 늘 봐왔던 작가다.
그간 출간된 책들의 8할은 다 책장에 꽂혀 있을 정도로는.
 
게다가 그분 암 투병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생을 향해, 작업을 향해, 저돌적일 정도로 포지티브하게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던 터였다.
남의 불행을 상대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윤리적 차원의 미안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 때 종종 그 작가의 블로그를 찾곤 했었다.
치열하리만치 열심히 사는 모습은 경외감을 지닐 만한 것이었고
난 '이렇게 힘든 사람도 이렇게 사력을 다해 사는데'라는 기분을 거기서 얻고 싶어 했었다.
 
그 투지도 그림도 생활도 자잘한 취향도 사념들도..
하루 사이에 사라진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그토록이나 돌이킬 수 없이 다른 것이다.
 
그 블로그에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장염이라고만 생각하고 고생하다가,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고..하는
일련의 지난 글들을 다시 보았다.
진단 받은 것이 2009년 9월이더라.
재작년 늦여름만 해도
원고해야 되는데 왜 이렇게 장염이 안 나아~라 불평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 후 2년을 못 채우고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인간이란 이런 것이다.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기에, 하물며 운명은 영영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육체는, 또 거기에 얽힌 정신은, 이렇게나 유약하고 불안하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있는 힘을 다해 부여잡아야 하는 것인지 다시금 느낀다.
갖춰지고 주어진 조건이란 게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
관성적으로 흘려버려도 될 것이 과연 존재는 하는 것일까.
그저 살아 존재하는 것조차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지
나 또한 고작 이 정도 병으로도 뼈저리게 겪었다.
 
고해의 생을 사는 인간이란 존재에게 예의와 도리를 다하기 위해선
정말로..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슬픈 가운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