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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5
    청년의 눈
    wooll

下限線

 

우선순위.
원칙.

 

그게 왜 중요한지..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신경쓰지 않는 게 아니라)모르고 있는 것 같단 인상을 받는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인간사는 복잡다단하고
모든 것을 일사천리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정의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고
시선을 취하는 각도에 따라 옳고 그름도 바뀌게 마련.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원칙을 정해 놓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봐줄 수 있는 선은 여기까지다,
우리가 넘겨선 안될 선은 여기까지다, 하고.

 

상식과 선의란 것은 위태롭게 흔들리는 불꽃 끝자락과 같은 것이기에.
모호하고 약하고.
그래서 피곤하고 또 피곤하지만 원칙을 세밀히 점검하고 분명히 해야만 하는 것이다.
바로, 나중에 죽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소수자들은, 불리한 조건에 처한 자들은 살얼음판 걷듯이 원칙 재확인에 민감하다.
그런 그들이 짜증나?
안 죽으려고 그러는 거야.
내팽개쳐지고 짓밟히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라고.
살려면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따지고 드는 게 무작정 피곤한 님네들은, 자신들이 뭘 넘나드는지,
얼마나 변덕이 죽 끓듯 하는지
절대 자각이 없지.
그러면서 스스로는 상식적이라고 생각하고들 있지.
그렇게 원칙 신경 안쓰고 살다 보니,
뭘 원하고 뭘 위하는지 궁극적인 데까지 헷갈리고 무너지지.

 

남 일 따위 알 바 아니라도,
인간으로서의 염치와 예의가 있거들랑
들리라고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소리는 따로 있고
보이라고 꺼내 취할 수 있는 행동도 따로 있는 거다.
하지만 이놈의 사회는 염치도 없고 예의도 없고.

 

남의 일 같아 보여도 달려들어 원칙을 점검하고 고민해라.

그래놓지 않으면 부메랑이 돌고 돌아 언젠간

네가 지금은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네 목을 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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像의 촛점

미네르바가 가짜냐 아니냐-하는 논란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검 하는 짓들이 제 살 길 트는 것에는 정말이지 도가 텄구나-하는 것이다.
'알고보니 그놈이 별 볼일 없는 찌질이냐 아니냐'로 여론을 터주기 위해
이미 몇달 전부터 그렇게 준비해 왔던 거였나, 하는 뒷통수 서늘해지는 감각.

 

만일 가짜가 존재한다면
그건 현재 일부 네티즌들이 의심하듯 지금 잡힌 그 박모씨가 아니라
몇달 전 정부 쪽에서 흘러나왔다는
50대 이상의 프로급 고위 애널리스트라는 정보일 가능성이 더 크단 얘기다.
어쩌면 신동아에도 그 만들어진 캐릭터의 실재성 부여를 위해 가라 글을 일부러 올렸고.

봐. 본인은 안썼단 글이 잡지엔 실렸고 조낸 이상한데도 검찰은 거긴 수사 안한대잖아.
이따구로 애들한테 괴리감 들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그럴싸하게 보이는 스펙으로 구라를 쳐 놨단 거다.
순전히 당혹감의 낙차폭을 크게 하여 관심을 '진위여부'로 몰고 가게 하기 위해.

 

생각해 봐라.
지금 현실적으로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개 네티즌을 향한 정부의 오바질 및 여론 통제 시도'에 촛점을 맞추게 하는 것하고,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제2, 제3의 '진짜'라는 像에 촛점을 맞추게 하는 것하고,
어느 쪽이 정/검 측이 원하는 데까지 가기가 쉽겠냔 말이다.

 

물론 아구가 안 들어맞는 점들이 좀 있는 만큼
정말로 지금 체포된 박모씨가 아닌 진짜가 존재할 가능성도 0%라 단언할 수 없겠지.
허나 어차피 날조라는 번거로운 짓을 할 거라면 말이다,
멀쩡히 살아있는 진짜를 내버려 두고
또한 역시나 멀쩡히 살아있는 가짜를 굳이 창출하여
대중 앞에 선보이는 위험한 짓을 하는 게 편할까,
진짜는 자기네 수중에 넣고 대중의 관심은 허상 쪽으로 돌려버리는 게 편할까.

 

체포되지 않은 진짜 미네르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말이지만,
정/검이 이런 식으로 몰아간다고 정말로 그렇게 몰려버리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들이 대중의 수준을 정확하게 봤단 얘기니까.
뭐 어차피 내가 얘기한 방향도 일종의 음모론에 불과하고,
음모론에 경도되어 봤자
실효 이득의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단 것은 나도 살면서 배웠던 바다.
음모론까지 가지 않아도..
이미 눈 앞의 팩트만으로도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고칠 수 있는 것도 팩트고 취득할 수 있는 증거도 팩트며 기억할 수 있는 것도 팩트다.
가질 수 있었던 실재하는 기회를 허상 때문에 놓쳐버리는 바보짓을 또 반복하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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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떠나는 중이 되기 전에..

'미네르바' 구속 수감.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09/01/10/0702000000AKR20090110045553004.HTML

 

누구 표현대로, 이대로 가다간 홧병으로 죽을 거 같다.
2009년이라는 시점에 이런 꼴을 내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놀라운 것은 이 정권이 미네르바를 체포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아니다.
그걸 바라보며 표현의 자유가 좆밥이 됐다는 사실을 전혀 문제의식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내 부모형제를 포함한 (어떤 종류의, 아직은 '일부'라고 표현하고 싶은)일반 대중들이다.
구속만이 문제가 된다면 시위를 하든 청원 운동을 하든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지만,
법원의 '국가 신인도 영향 준다, 구속한다'란 말이 만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이건 그냥 막장이란 얘기밖에 안된다..

 

안다, 부당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는 거.
보수 언론조차도 '논란이 있다'고 보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있다는 거.

 

하지만 소위 '강남 좌파'라 표현되는 그 카테고리에 아마도 들어갈 나는,
보수 성향과 富와 권력과 헤게모니를 모두 쥔 사회 한복판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나는,
바른말 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이 실태를
너무도 생생히 두 눈으로 계속, 계속, 계속 지켜보고 있다.
이른바 꼰대 레벨로 들어가신 분들이야 그렇다 쳐도
'미래'를 가늠하게 할 그들의 2세, 3세들도
권력 계급이 가진 모든 것을 그 정신과 함께 고스란히 이양받는 것을 본다.
그들이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러는 것을,
다른 계급의 사람들이 뭐라든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들의 말은 전혀 그 계급 근처도 아닌 사람들한테도 '먹힌다'.

우리 모두 봐 왔듯이.

 

상위 몇%라 일컬어지는 사람들,
그들을 만만히 볼 수 있을 거 같나.
절대 그렇게 안된다.
'몇백 몇천만 vs 한줌'같지.
하. 정말 그럴 거 같나.

 

상식이 있고 제정신 박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틈에 내가 살 수 있었더라면
나는 보다 안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괜찮아, 바뀔 수 있어, 이런 생각을 어쩌면 보다 짙게 가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난 '강남'으로 대변되는 그 계층의 복판에 있었고,
무서워서 죽을 거 같다.

 

몇 차례나 거듭 얘기했듯, 권력 이동이다.
방법은 정말 그것 뿐이다.
상위 몇% 계급에서 한 다리 정도는 빠져나와있는 제스처라도 보였던 10년간의 권력을
지난 대선에서, 총선에서 완전히 도로 뺏겼고, 기다렸다는 듯 이 지경이 된 거다.
권력을 탈환해야 하고 죽어라고 뺏기지 말아야 한다.
힘 부족한 이들이 쪽수로 밀어붙일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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