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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비평> -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발걸음에
든든한 깃발이 되길
- 독자
추상이 아닌 사회주의 ‘혁명’
<혁명> 창간준비 1호(이하 ‘혁명1호’)는 ‘왜 지금 혁명당 건설을 말하는가?’라는 선언적 글로 서두를 연다. 만성적 경제위기를 넘어 공황의 실체가 세계 자본가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현 시기 자본주의 하에서 서유럽을 중심으로 불완전하나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진 노동자투쟁의 전선이 형성되는 지금은 다시금 야만이냐 사회주의 혁명이냐를 근본적 물음으로 던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역사적으로 혁명세력의 부재로 인해 현재까지 고통 받는 노동자계급 투쟁이 한국에서 역시 다르지 않은 척박함 속에 사회주의자/선진노동자들에게 ‘혁명정당 건설’의 과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그렇다. 이 글에서 정확히 지적한 것처럼 지금은 전 세계를 망라해 사회주의자/선진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혁명’의 깃발을 치켜 올려야 할 때다. 스탈린주의와 사민주의로 사회주의가 먹칠이 될 때 노동자계급은 그들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 ‘혁명’을 잃었다. 한국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부터 노개투 총파업까지 노동해방이라는 추상적 구호 속에 우리는 ‘사회주의혁명’을 새겼으나 조합주의와 개량주의정당의 거간꾼 노릇에 이미 사회주의혁명은 물론 노동해방이라는 구호 역시 사라졌다. 하지만 한국 역시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일부로서 혁명적 잠재력을 지닌 노동자투쟁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전개되고 있다. 지금 노동자계급은 혁명주의 세력에게 전투적 조합주의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개량주의와 구분되지 않는 중도주의 잡탕정치가 아니라 분명한 혁명정치를 요구한다. 이것은 곧 혁명당 건설의 당면과제로 연결되며, 이로부터 가칭)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의 기관지 명칭이 추상적 노동해방이나 추상적 사회주의가 아닌 ‘혁명’이라는 점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개량주의 정당과 노동조합 관료
‘혁명1호’는 이어지는 세 개의 글에서 현 국가부채 위기가 세계자본주의의 근본적 위기의 한 현상임을 제기함과 동시에 개량주의 정당들의 본질이 자본주의 체제유지 정치임을 비판한다. 이미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통해 현 자본주의 체제 위기가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진 후로 세계 각국의 국가 파산 위기와 금번 미국의 경제위기까지 현 자본주의 체계는 과잉축적 위기로 인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을 감춘 채 근근히 유지하고 있음이 만천하에 밝혀졌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자본가들과 온갖 진보적 탈을 쓴 개량주의자들뿐이다. 이들은 현 국가부채 위기가 제국주의 시대의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근본적 원인을 두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부 사회주의자들 역시 제국주의 시대임을 인정하는 대신 제국주의 시대 규정을 ‘자동붕괴론’과 ‘파국론’ 따위의 유치한 논조로 비판한다. 이들의 대안은 너무도 명백히 공상적임을 ‘혁명1호’는 밝히고 있다.
현재의 위기가 일시적 위기가 아님을 노동자들은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다. 실질임금 삭감, 비정규직화, 만연한 정리해고, 청년실업…. 이에 대해 자본가들이 내놓는 대책에 대해 이미 노동자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개량주의자들의 공상적 해결책은 믿는가. 이미 각종 복지정책을 중심으로 한 개량주의 정당들의 정책이 현 정권에서 격렬하게 저지되는 것을 실감한 노동자들은 개량주의 정당들의 집권을 대안이라 여기지 않는다. 촛불시위부터 희망버스까지 그 중심에 위치한 미조직/비정규노동자들의 폭발적 투쟁에서 우리는 아직 정립되고 체계화되진 않았으나 전반적 체제위기를 감지하는 새로운 노동자층의 본능적 반응을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개량주의 정당들은 민주대연합 및 그 연장선에 있는 진보대통합이라는 자본가 정당과의 연합정부 구상으로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있다. ‘혁명1호’는 이에 대해 이제는 소극(笑劇)이라고 규정하며 한국의 진보정당 운동이 타락하는 역사적 과정을 간략히 서술한다. 진보대통합은 이제 고작해야 총선·대선 선거대응을 위한 개편이며 인민전선의 재판이라는 결론으로부터 사회주의/공산주의 전망에 기초한 당운동이 필요함을 제기한다. 이어 민주노동당 강령 개정에 대해 ‘혁명1호’는 단호하게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노동자계급을 자본가에게 팔아넘기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에 대한 비타협적인 투쟁이 필요함과 함께 민주노동당 강령 전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노동자계급의 자립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10여년이 넘는 한국 진보정당운동은 이제 개량주의 정당과 관료화된 노동조합이라는 ‘양날개’를 통해 노동자계급을 자본가에게 투항시키는 반노동자계급 정치를 서유럽과 같은 양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함께류는 개량주의 정당 내에서 노동자대중과 함께 하는 노동자운동이라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는 개량주의 정당의 2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일부 사회주의 세력 역시 관료화된 노동조합에 대한 근원적 비판을 회피하고 전투적 조합주의의 잔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료화된 노동조합과 단절하지 못하고 이러한 비판을 ‘노동조합 포기’라고 속보이는 주장을 하는 모든 추수주의세력의 정치적 역할은 결국 노동자계급의 독자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세력에 맞서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정치적 자립성을 지키며 노동자 직접행동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며, 여기서 혁명세력의 고유한 과제와 역할이 요구된다.
노동조합 운동의 쇠퇴와 노동자투쟁의 희망
‘혁명1호’는 주간연속 2교대 투쟁과 2차 희망버스 평가의 두 가지 현장투쟁 기사를 수록했다. 최근 정세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두 가지 투쟁에 대한 글로서, 둘 다 현재의 노동조합 운동의 실태를 절실히 보여준다. 사실상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과 유성기업에 대한 계급적 연대를 기권한 현대차지부, 정리해고에 합의한 한진중공업의 어용집행부. 이러한 노동조합들의 현 상태는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 문제를 분명하게 할 것을 요구한다. 과연 노동조합이 근본적으로 한계를 지닌 체제 내의 조직이라는 이유로 기권한다면 이는 결정적 오류일 것이다. 선진노동자들과 혁명세력은 오히려 노동자 조직으로서의 노동조합 고유의 특성을 확대하고 그것이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는 노동자의 대중투쟁기관으로서 작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가 단지 ‘전투적’인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노동자계급 강령을 가진 혁명정당의 개입과 선진노동자들의 결집이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혁명정당의 건설이 폭발적인 노동자투쟁의 가능성이 전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현재의 자본주의에 결정적 일격을 가할 노동자계급의 무기이자 과제임을 ‘혁명 1호’에 실린 한 글에서 생생히 볼 수 있다. ‘<그리스> 준혁명적 상황, 그러나 노동자계급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글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준혁명적 상황의 그리스에서 노동조합 지도부와 개량주의 정당들의 투쟁 파괴에 맞서 혁명정당 건설과 함께 무기한 총파업, 파업위원회, 노동자 정방대 같은 이행요구를 제기, 실행하는 것이 승리를 위해 필수불가결함을 이 글은 잘 보여준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체제의 전반적 위기와 노동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현 시기 언제든 대중적 투쟁이 폭발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때에 더더욱 준비된 혁명정당 건설을 위해 선진노동자들과 투사들이 결집하는 것이 그래서 더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투쟁하는 투사들과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기고글 ‘장기투쟁사업장 : 이제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 할 때다!’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자세를 갖고 싸움에 임해야 하는지 단호한 투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전망이 없다고 상급단체를 비롯한 많은 노동조합 조직이 사실상 기권했지만 끈질기게 원칙을 고수하며 투쟁하는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투쟁은 표현된 활자 그대로 “결코 투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기를 지금도 자본가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상급단체 등을 통한 대리교섭, 양보교섭으로 얼룩지는 선례가 아닌, 투쟁으로 당당히 쟁취하겠다는 이러한 노동자투사들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것이 비현실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바람과 기대
혁명1호를 읽고 다음과 같은 바람을 갖게 된다. 또 하나의 기고글 ‘복수노조 시대 : 민주노총은 기득권 유지에 안주할 것인가?’는 시의적절한 비평임에 분명했고 현재 개정노조법 관련해 많은 사업장에서 투쟁전망 수립에 고민과 혼란에 빠져있다. 민주노총, 산별연맹 차원의 어떠한 전술방침도 없어 단위사업장 노조별 각개대응에 매몰되어 있고 법리적 해석에 따른 다툼이 상당부분 시간을 차지할 것이다. 복수노조 관련 투쟁 및 대응에 주요한 전술적 방향제시와 함께 미조직 노동자 조직의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상기시키는 기획도 필요하다.
세계 자본주의 경제위기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글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 반대에 매몰되어 있는 개량주의자들과 실상 이와 다르지 않은 수준의 자본주의 반대에 머무르는 이른바 좌파들에 대응해 혁명세력은 분명하게 제국주의 시대 자본주의체제는 더욱더 깊은 붕괴와 위기로 스스로를 몰아갈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결국 노동자계급에 대한 학살이냐 노동자계급에 의한 혁명이냐로 판가름 날것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분석은 선진노동자들과 투사들에게 예리한 시각과 혁명적 인식의 기초가 되어줄 것이라 본다.
또한 기존 다수 정치조직들의 신문형식의 기관지와 달리 정세적 주요사안과 정치적 주제를 신문보다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만큼 다음과 같은 측면을 강화하면 좋을 것이다. 단순한 토론용 기사가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시의적절하게 전술적 지침이 될 수 있을 만큼의 적확성과 예리함, 일관된 방침제시와 함께 주요한 현장투쟁에 대한 밀착력 있는 기사가 지속적으로 수록된다면 더 바랄 나위 없을 것이다. 주요한 현장투쟁의 사안과 함께 학습지재능투쟁 기고글과 같이 현장에서 투쟁하는 투사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곳보다 꾸준하게 수록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투사들과 함께 하는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발걸음에 가칭)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과 <혁명>지가 굽힘없이 나부끼는 깃발이 되길 ‘혁명1호’를 읽고 굳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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