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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중공업 해고자 인터뷰> - 한진노동자,
청문회를 넘어 계속 전진!!
- 이용대 / 김병효
이번 기사에서는 한진 조합원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여기에서 담고자 한 것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김진숙 동지 외에 한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고자 했다. 한진 투쟁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마 김진숙 동지일 것이다. 그는 이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김진숙 동지의 85 크레인 농성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채길용 집행부의 기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투쟁 의지를 굽히고 있지 않은 한진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김진숙 동지도 꿋꿋이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바로 이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 것이다.
둘째, 한진 투쟁의 주체 상태를 드러내고자 했다. 정리해고를 둘러싼 한진중공업 투쟁은 이미 한진중공업만의 투쟁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진중공업의 구체적인 현실과 무관한 투쟁도 아니다. 희망 버스 이후로 정리해고 문제가 다시 한 번 크게 사회적 이슈가 되고 한진 투쟁이 노자 간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지만, 여전히 한진 노동자들을 제외하고서 이 문제를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한 번의 인터뷰로 현재 조합원들의 상태를 정확히 담아낼 수는 없겠으나, 대략적으로라도 파악을 가능하리라고 본다.
여기서는 지난 6월 27일 채길용 집행부의 합의 당시,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며 85 크레인을 함께 지키던 동지들 가운데 한 명인 이용대 동지를 만나보았다. 한진 동지들이 조남호 국회 청문회와 4차 희망버스를 앞두고 한진 노동자들이 상경투쟁을 전개하고 있던 터라, 청문회를 하루 앞둔 8월 17일 여의도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 : 이번에 단순히 청문회뿐만 아니라 4차 희망 버스까지 상경투쟁을 상정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번 상경투쟁의 의의는 무엇인가?
답변 : 부산에서 올라오면서 서울을 뒤집자고 생각하고 올라왔다. 청문회와 상관없이 가열차게 투쟁하고자 올라왔다. 그런데 막상 상경 첫 날부터 날씨도 그렇고 너무 지치는 감이 든다.
질문 : 6월 27일 채길용 집행부의 합의가 투쟁에 있어서도 많이 걸림돌이 될 텐데, 이 합의에 대해서 조합원들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답변 : 합의할 당시 합의 내용을 두고 조합 간담회는 합의를 거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지회장의 독단적 행동을 우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6월 27일 당일 기자회견을 못하도록 조합 계단을 막아서기도 했는데, 그 땐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어쨌든 합의는 절대 전체 조합원의 뜻이 아니다. 상식선에서 보더라도, 노조 생리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조합원 입장에서 산별노조가 왜 있는가? 한 마디로 반노동자적, 반조직적 행태이자, 조남호보다 더 심한 살인행위다.
질문 : 어쨌든 현재 정투위가 지회에 속하는 조직 체계인데, 지회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답변 : 극과 극이다. 조남호가 행정적 절차로서 정리해고 문제에 접근했다면, 채길용은 직접 우리게 총구를 겨눴다. 우리가 크레인에서 끌려나올 때, 채길용은 노사협의회를 진행하면서 미소짓고 있었다.
질문 : 채길용 집행부의 6월 27일 반노동자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채길용 집행부에 대한 탄핵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3차 희망버스 당시 노동자 시민 일동으로 해서 채길용 집행부 탄핵 및 규탄 요구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한진 조합원들이 직접 채길용 집행부 탄핵 시도한 적은 없었는가?
답변 : 유인물로는 기존에도 채길용 비판을 많이 제기했다. 하지만 채길용은 개인적이로도 걸린 것이 많아서 절대 자진사퇴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 지회장 앞으로 압류 및 고소고발 건들이 있는데, 사측은 물론이고 부산시를 비롯한 정부 관련기관에서의 압박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합의 내용 중에 85호 크레인 문제를 지회가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전에 사퇴한다 하더라도 사측에서 자기 개인 문제를 해결해 줄 리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남아 있으려 하는 것이다.
질문 : 투쟁 초기부터 금속노조가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금속노조가 어떻게 지금까지 투쟁을 이끌어 왔는가?
답변 : 금속노조 부양지부가 적극적으로 연대했다. 그런데 투쟁에 결합하면서 가슴을 가지고 와야 하는데 머리만 갖고 와서 아쉽다. 간부들 투쟁 오면 만나서 반갑고 술먹고, 대의원들 보내서 인사치레하고..... 집행 간부들조차 자기 사업장에 피해볼까 하튼 태도 때문에 오늘 같은 꼴이 났다. 향후에 한 번 정도는 워크샾 형태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고, 뚫고나갈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전에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도 심한 말 한 적이 있는데, 이번 투쟁 마무리 이후에 꼭 제기하고 싶다.
관련해서 금속노조 및 민주노총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금속 선거 일정으로 여의치 않은 것은 알지만, 당장에 채길용 집행부에 대해 징계는 고사하고 최소한 입장이나 성명도 내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불신이 상당하다.
질문 : 한진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됐는가? 한진 동지들의 정리해고에 앞서, 인위적인 방식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대규모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인원 조정이 진행되었다. 금속노조를 비롯해 한진 지회 동지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을 못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답변 : 지부에서 비정규직 담당 대의원이었다. 매번 성과금 받을 때마다, 비정규직들과 50%라도 나눴어야 한다. 노조에서 이걸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한 것은 사실 정규직들이 자기 몫이 줄어들까봐 우려해서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끌어안았을 때 협력업체까지 전부 멈출 수 있었는데, 그 가능성을 살리지 못했다.
질문 : 조남호가 귀국한 이후 새롭게 형성된 대화 국면에 금속노조와 지회가 참가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금속노조는 6월 27일 채길용의 합의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투쟁을 지속한다고 방침을 제출하면서도, 당장에 합의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관했었는데, 이제 와서 금속노조와 지회가 어떤 요구를 가지고 대화에 임하고 있는가?
답변 : 공식 교섭은 아니고 간담회 형태로 진행된 적이 있다. 6월 27일 합의 이후에 일단 노사정회의 형태로 대화기 진행되긴 했다. 노측은 채길용집행부 2인 및 금속노조 김호규 부위원장이 참여하고 있다. 채길용은 어쨌든 임기 동안은 지회장으로서 참석하는 것이고, 결정 및 발언권은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위임하에 김호규 부위원장이 가지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청문회로 지금은 중단된 상황이다. 여기서 요구사항 중 핵심은 여전히 정리해고 철회다. 투쟁과정에서 벌어진 손배, 가압류 문제와 애초에 2009~2010년 임단협 문제 또한 포함되어 있다.
질문 : 청문회와 관련해서 야5당 대표는 조남호에 대한 청문회 요구와 함께 △한진중공업 문제와 교사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확대 등 긴급노동현안 해결 위한 야5당 정책협의회 구성 △조남호 회장을 둘러싼 5대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규명 △한진중공업 문제의 근본 원인인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입법과 공동 국정감사 등을 위해 공동 보조를 맞춰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야5당 논의에는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가? 야5당에게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한 적이 있는가?
답변 : 특별한 개입은 없다. 1차 희망 버스 전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에서 관심을 보낸 적이 있었다. 노조, 정치권 모두 윈윈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정동영과 국회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 일부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특히 정동영은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정리해고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리해고 도입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일부러 상임위도 환노위에 들어간 것 아니겠나.
질문 : 한진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한나라당조차도 조남호를 청문회에 세우는 것을 회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동영도 나름의 정치적 도박을 하는 것 아니겠나? 게다가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하여 정동영은 정리해고 도입의 책임자이다. 또한 자신의 지역구인 전주에서 버스 파업에 대해 보이는 반노동자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과연 이런 세력에 기대할 것이 있는가? 청문회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답변 : 물론 진정성이 있다고 보는 것과 다르게 정치인을 믿고 기댄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당장 현상적인 것으로만 보면 안된다. 청문회를 통해서 조남호 해외계좌 문제, 수빅 조선소 투자 내역, 그리고 이 과정에서 조세포탈 문제 등에 대해 국세청을 통해서라도 헤집어야 한다. 조남호를 들춰냄으로써 재벌들의 행태를 까발리는 케이스가 되었으면 한다. 청문회 자체가 당장 정리해고 철회나 구체적인 답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런 문제들이 폭로됨으로써, 한편으로는 조남호를 비롯한 사측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고, 희망버스 관련해서도 좀 더 대중적인 결합을 추동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질문 : 청문회를 통해서 정리해고 철회를 비롯한 요구사항들이 관철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답변 : 청문회를 통해 조남호의 행태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사측도 합의에 나설 수 있지 않겠나. 여기에는 사실 사측도 내심도 깔려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며 밀어붙여왔는데 명분과 자존심 때문에라도 이제 와서 정리해고 철회를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황 아니겠나. 그래서 지노위 판결이나 청문회 등을 빌미로 어떻게든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지면 사측도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재검토 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현장에서 사측이 추가로 희망퇴직을 받고, 이 경우에 학자금을 지원한다느니, 3년 내 정상화되면 다시 복귀시킨다느니 한다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 정리해고 철회가 불가피하다면 희망퇴직의 형태로 최대한 많은 인원을 내보낸 후 사실상 복귀할 사람이 없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질문 : 한진이 수빅 조선소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면서 모든 노동자들을 하청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 쉽사리 정책을 바꾸기 쉽지 않을 듯 한데.
답변 : 전에 필리핀 유학생이 한 번 크레인 앞으로 찾아왔었다. 부산의 어느 대학 석사과정 학생이었는데 필리핀 인권유린 문제를 알려왔다. 필리핀의 인권상황이 열악하다. 2007년부터 공식적으로만 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열악한 작업 조건인 것은 물론 산재도 은폐되고 있다. 그런대 조남호는 필리핀에서 국빈 대우를 받는다. 투쟁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필리핀 가자는 이야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이 문제도 다뤄지지 않겠나?
질문 : 희망 버스가 한진 투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본다. 현장에 남아있는 동지들의 경우 희망버스에 대해 평가는 어떤가?
답변 : 출근선전전 때마다 보기 싫은 놈들 보면서 열불이 난다. 하지만 그 동지들을 잡아야 한다. 이 동지들의 경우 희망버스 진행되는 것 보면서 좀 나아지는 것도 있는데, 그만큼 사측의 압박도 심해졌다. 사측의 지속적인 회유는 물론이고 비대상자인 조합원들이 복귀하면서 50만원씩 투쟁기금을 내기로 했는데, 이런 부분까지 사측이 직접 나서서 포기 각서를 받기까지 했다. 그리고 조합원들 투쟁 결합 정도에 따라서 분류하고 파악하고 있다.
질문 : 3차 희망버스 당시 어버이 연합과 우익 단체들의 방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또한 지역에서 느끼는 시민들의 정서는 어떤가?
답변 : 내 고향이 영도다. 영도, 부산 경제가 침체되어 있다. 시장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 영도에 있는 4개 시장이 다 작살났다. 7월 30일 3차 희망 버스 당시에 통반장들 돈 지원받고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을 영도 시민들 전체 의견이라고 볼 수 없다. 영도 시민들의 70%는 한진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 어쨌든 어버이 연합이 서울의 주요 거점에 집회 신고를 다 내놓는 바람에 상경 기간에 집회조차 제대로 진행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질문 : 희망 버스에 금속노조를 비롯한 많은 사회단체들도 참여하고 있는데, 정투위 동지들도 희망 버스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가? 또 어떤 요구로 결합하고 있는가?
답변 : 어제 광화문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구체적인 진행상황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4차 희망 버스 기획부터 참여하고 있다. 노동자들도 희망 버스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희망 버스의 요구는 기본적으로 김진숙 동지가 요구하고 추구했던 바와 동일하다. 쌍차에서 15분이 돌아가셨다. 이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한 가족을 죽이는 것이다. 정리해고 철회를 통해서 이것을 막아내자는 것이다.
질문 : 끝으로 희망 버스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답변 : 그리고 대학생들 반값 등록금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자녀가 3명이다. 당장 학자금 문제가 걸려있다. 집 담보로 대출받거나 전세를 월세로 바꿔야 하는데, 이 때문에 학교 선택에도 제한이 생긴다. 그런데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보수적인 것 같다. 사람 사는 세상이 뭔지, 뭐가 올바른 것인지 많이들 투쟁에 참가해서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특히 학생 동지들이 약자들의 고통을 겪어보고 이해해 줬으면 한다. 여름 휴가 대신 한진에 방문한 학생들은 나중에 훌륭한 부모가 될 것이다.
인터뷰 후기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였기에, 청문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정투위 차원에서 청문회에 기대할 것은 없다고 하면서도 조합원들의 행보나 발언 속에는 청문회를 통해 해결의 가닥이 잡히지는 않을까 하는 조합원들의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특히 정동영으로 표현되는 민주당의 좌클릭에 대한 기대감 역시 존재하는 듯 했다.
인터뷰를 하던 8월 17일에는 가대위 동지들도 상경하여 함께 문화제를 진행했다. 청문회 직접 참관은 못하더라도 바로 옆에서 한진 동지들과 청문회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올라온 것이다. 그런데 인터뷰에 앞서 만난 가대위의 한 동지는 ‘희망버스로 인해 노동자로서의 자긍심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현재 정투위 동지들이 희망버스나 정치권 뒤에 숨으려 한다’며, 대리주의를 지적하기도 했다.
엄마 손을 잡고 올라온 초등학교 아이는 비가 살짝 흩날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진 동지들을 보자마자 피케팅을 하겠다며 피켓을 찾기도 했다. 그래, 아이야. 니가 바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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