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김치

분류없음 2015/08/02 01:31

제목: 복숭아김치 외

 

 

복숭아 김치

 

그저께 퇴근했더니 짝이 복숭아 김치를 만들고 계셨다. 살집이 단단한 백도 (white flesh peach) 를 깍두기 모양으로 썰고 아시안 배 (asian pear) 와 역시 살집이 단단한 갈라 사과 (gala apple) 도 같은 모양으로 준비. 피시 소스와 레몬, 라임, 소금 등 기본 드레싱 재료들을 발란싱을 맞춰 잘 넣었다. 정말 맛있었다. 특히 레몬 때문인지 더더욱 맛이 났다. 여름엔 역시 복숭아. 잘 익은 백도를 차갑게 먹는 것도 그만이지만 단단한 살집의 백도를 사과처럼 썰어 먹는 맛도 제법이다. 복숭아는 역시 역시 여름의 최고 과일. 자스민 쌀에 썬 채소+버터+소금을 넣은 밥과 함께 먹었다. 최고의 요리왕 나의 짝.

 

 

거미

 

그저께였나. 낮에 일터에서 유닛체크를 하는데 한 여성 클라이언트가 "can you kill this guy for me?" 라고 물었다. 조현증이 다소 심한 편인데 그동안 나의 관찰로는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어 보였다. 일주일에 한 번 담당 워커를 만나 생활계획을 세우고 사회활동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보호관찰 담당자를 만나고 담당 의사를 만나 약을 확인하고 건강진단을 제대로만 하면 말이다. (---> 그런데 사실 이게 제일 어렵다.) 대체 어떤 녀석을 죽여달라는 거야. 차분하려고 애쓰면서 다시 확인. 방 입구에 거미가 있었다. 그렇게 큰 녀석은 아닌데 나도 벌레라면 질색이라고. 죽일 수 없고 잘 들어서 밖에 던지면 알아서 살아가겠지. 미안한데 네 방에서 티슈 한 장만, 아니 여러 장 줄래? 휴지를 딱 한 장만 주더라. 눈을 꼬옥 감고 휴지로 거미를 집어서 비상문으로 던져버렸다. 바닥에 뚝 떨어진 거미가 저만치 걸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휴우-- 집이었다면 엄두도 못냈을 일을 해냈다. 집에서 벌레가 나타나면 나는 소리를 지르고 겅중겅중 뛰거나 안절부절. 짝이 조용히 들어 발코니 밖으로 던진다. 식은땀이 말그대로 식을 때까지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용감한 나의 짝. 

 

 

크로넌버그 1664 블랑

 

어제 퇴근길에 사야할 게 있는지 전화를 했다. 가령 바나나나, 토마토나 뭐 그런 것들. 의외로 짝께서 핫윙과 맥주를 말씀하셨다. 동네 리쿼스토어에 들렀다. 꽃개는 라이트한 맥주 중에 크로넌버그 1664 블랑 (Kronenbourg 1664 Blanc) 을 젤로 좋아한다. 이게 캔으로 있으면 좋겠는데 우리 동네 리쿼스토어에는 늘 식스팩만 있다. 식스팩 하나와 로컬 크리모어 스프링스 필스너 (Creemore Springs Lot 9 Pilsner) 두 캔을 샀다. 핫윙을 사서 집에 오는 길. 짝과 여유 있는 금요일 오후를 보낼 생각에 기쁘게 귀가. 

 

 

블루문 

 

보름달이 두번째 떠오르는 블루문. 지난밤 날씨 때문에 달을 볼 수 없었다. 다만 반대 대륙에 살고 있는 친구가 찍은 사진으로 만족. 보름달이 뜨는 밤엔 잠을 잘 이룰 수 없다. 침실 창문 가득 달이 들어차기 때문.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언니들과 남동생. 얼굴만 본 남동생 부인과 사진으로만 본 남동생+그의 아내가 낳은 아이들 두 명, 이른바 조카들. 그들을 잠깐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 고향땅에 있을 적에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생각한다.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잘들 살고 있겠지, 부디. 다음으로 이 나라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떠올린다. 친절한 사람, 잔인했던 사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 피부색도, 얼굴도, 말투도 각기 다른 사람들. 마지막으로 지금 곁에서 잠든 사람을 생각한다.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솔직하고 때론 자신에게 가혹해서 지켜보며 조마조마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잘해내고 있군요. 건강하고 아프지 말아요. 냉면처럼 가늘고 모질게 잘 살아봅시다. 

 

 

* 복숭아 김치에 소금에 절인 모나게 썬 오이/고추가루가 있었다. 스킵했던 주요 식재료 두 개 추가. 잊지 않기 위해서.  

 

 

2015/08/02 01:31 2015/08/02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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