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침실로

분류없음 2015/07/26 12:59

* 포스팅을 다 하고 났는데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가 떠올랐다. 제목을 바꿨다. 그것으로

 

 

앞으로 2-3주 정도 시프트가 바뀌어 주중에 근무를 하고 주말엔 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많은 이들이 그러듯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다섯 시 경 집에 돌아오는 일은 절반은 좋고 절반은 그저 그런 기분이다. 꽃개가 희구하는 평범성 - 보통사람의 위대한 생활 - 을 구현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꽃개가 적을 둔 교회 (MCCT) 에서 (성인을 위한) 여름성경학교 같은 걸 열었다. "서머 섹슈얼리티 인스티튜트 (Summer Sexuality Institute)". 미국의 플로리다 팜비치 (MCCPB) 에서 봉직하시는 레즈비언 목사님이신 리아 브라운 Rev. Dr. Lea Brown 께서 하루짜리 워크샵과 3주간 주일 말씀을 이끄신다. 오늘 그 워크샵에 참석했다. 뒷부분은 이 도시에 온 첫 해 참여한 8주짜리 세미나 "Homosexuality and Bible (동성애와 성경)" 와 중복하는 내용이어서 일찍 자리를 떴다. 

 

 

각자 이런저런 경험을 나누고 목사님 스스로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기 자신을 알게 되었는지, 교회 (MCC) 를 알게 되었는지,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아가서 (雅歌, Song of Songs) 이야기를 하시며 왜 교회가 성 (Sex) 에 대해 함구하는지, 따라서 왜 무지한지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닌데, 한국의 요즘 교회들이 얼마나 많이 성 (Sex) 과 섹슈얼리티에 대해 얘기하는데 -- 그들은 주로 항문섹스를 다룬다.

 

 

어렸을 때 다니던 교회에서 단 한 번도 아가 (Song of Songs) 를 주제로 설교말씀을 들었던 적이 없다. 간혹 성경 공부를 해도 아가서를 공부한 적이 없다. 알려진 것처럼 아가는 에스더와 함께 하나님을 언급하지 않는다. 독특하다. 이에 더해 "야한" 표현이 많아서 아가를 읽으면 다소 "혼란"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애써 해석을 한다. 다른 성경 부분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서 "아가서" 만큼은 해석을 한다. 교회와 하나님의 관계랄지, 교회와 성도의 관계랄지... 라고 해석한다. 보수적인 목사들은 설교주제로 아가를 잘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말그대로 아가는 '아름다울 아', '노래 가'이므로 "아름다운 노래"이다. 시이면서 노래다. 때론 얼굴이 화끈할 정도로 묘사가 직접적이지만 그만큼 은유 (metaphor) 가 많다. 따라서 아가서를 재해석해 읽는 (한국 일부) 교회는 성경독해를 잘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성경을 해석하려는 태도는 문제적이다. 아전인수격으로, 이인령비인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관성이 없다. 

 

 

오늘 워크샵에서 재미난 몇 가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중 하나. 아가 5장에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발을 씻는 묘사가 있다. 인류학이나 서양문학사에서 "발 (feet)"은 곧잘 "성기 (genitals)" 를 은유한다고. 재밌다. 중국의 오랜 풍습이었던 전족 (Lotus feet) 이 떠올랐다. 연꽃 (lotus) 은 종종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게 참 많다. 사람사는 게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다.

또 하나는 오늘의 이 사단 (육체와 성을 억압하여 인간의 본성이자 즐거움을 정작 교회에서는 말할 수 없게 만든) 을 만든 이로 아우구스티누스 (영어명은 어거스틴, Aurelius Augustinus) 와 사도 바울 (영어명은 폴, Paul the Apostle) 이 거론됐다. 신학+사회정의를 공부한 어떤 이가 언급했다. '철학은 플라톤, 신학은 어거스틴'이라는 말처럼 오늘날 신학의 정초를 놓은 이가 어거스틴인데 어거스틴을 붙잡고 늘어지면 어쩌자는거야. 그런 생각이 대번 들었다. 또 '예수가 없었으면 바울이 없고 바울이 없었으면 교회도 없다'는 말처럼  오늘날 교회의 아버지가 사도 바울인데 사도 바울을 붙잡고 늘어지면 어쩌자는 거야. 그런 생각도 들었다. 말인즉슨,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다루자는 건가, 하는 반발심이었다. 하지만 곧 그이는 사회적 맥락과 컨텍스트를 고려해야 한다고, 사도 바울이 살던 그 시대의 맥락, 사도 바울 개인의 맥락으로 오늘을 해석하면 곤란하다고 언급해 나의 반발심을 잠재웠다. 어거스틴이나 폴이나 공은 공이고 과는 과다. 공칠과삼. 어거스틴은 자세히 공부한 적이 없지만 폴은 그냥 떠오르는대로 말하자면 -- 생계형변절자가 얼마나 더 무섭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가령 탈북자 가운데 일부는 박정희-박근혜 부녀를 신격화하는 풍선삐라를 이북에 날려보내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북한에서 지배계급이었던 부류들 + 먹고사는 일이 너무 힘든 사람들 (로 알려져 있다). 혹은 김문수, 이재오 정도. 더 나가아면 신지호, 김영환?  

 

 

재미있는 워크샵이었다. 꽃개의 지적허영심을 채우기에도 좋았고 영적갈급함을 채우기에도 좋았고 영어공부하기에도 좋았고 전체적으로 좋았다. 메트로폴리탄커뮤니티처지 (MCC: Metropolitan Community Church) 의 일원이 된 일은 잘 한 일 같다. 한국에 있었다면 향린교회를 골랐을까. 한국에도 MCC 교회가 있다고는 하드만. 

 

 

 

마지막으로 오늘 리아 브라운 목사가 나눠준 핸드아웃에 있던 아가 2장 일부분 (영어는 NIV, 국어는 현대인의성경)

 

3 Like an apple[c] tree among the trees of the forest
    is my beloved among the young men.
 I delight to sit in his shade,
    and his fruit is sweet to my taste.
4 Let him lead me to the banquet hall,
    and let his banner over me be love.
5 Strengthen me with raisins,
    refresh me with apples,
    for I am faint with love.
6 His left arm is under my head,
    and his right arm embraces me.
7 Daughters of Jerusalem, I charge you
    by the gazelles and by the does of the field:
Do not arouse or awaken love
    until it so desires.
8 Listen! My beloved!
    Look! Here he comes,
leaping across the mountains,
    bounding over the hills.
9 My beloved is like a gazelle or a young stag.
    Look! There he stands behind our wall,
gazing through the windows,
    peering through the lattice.
10 My beloved spoke and said to me,
    “Arise, my darling,
    my beautiful one, come with me.
11 See! The winter is past;
    the rains are over and gone.
12 Flowers appear on the earth;
    the season of singing has come,
the cooing of doves
    is heard in our land.
13 The fig tree forms its early fruit;
    the blossoming vines spread their fragrance.
Arise, come, my darling;
    my beautiful one, come with me.”

 

3     여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남자와 비교해 보니 숲속의 사과나무 같구나. 내가 그의 그늘에 앉아서 기뻐하며 그의 열매를 맛있게 먹는구나.
4    그가 나를 데리고 연회장으로 들어가서 나에게 사랑의 기를 치켜올렸네.
5    건포도로 내 힘을 회복시키고 사과로 나를 시원하게 해 다오. 내가 사랑 때문에 병이 들었단다.
6    그가 나에게 그의 왼손을 베게 하고 오른손으로 나를 안는구나.
7    예루살렘 여자들아, 내가 너희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제발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지 말아다오.
8    여자: 사랑하는 님의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그가 산을 넘고 들을 지나 달려온다.
9    내 사랑하는 님은 노루와 어린 사슴 같구나. 그가 벽 뒤에 서서 창틈으로 들여다본다네.
10    내 사랑하는 님이 말한다. 남자 :나의 사랑, 나의 님이여, 일어나 함께 갑시다.
11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으며
12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는 때가 되어 비둘기 소리가 들리고 있소.
13    무화과가 맺히기 시작하고 포도나무가 꽃이 피어 향기를 날립니다. 나의 사랑, 나의 님이여, 일어나 함께 갑시다.

 

 

"나의 침실로" 가 떠오르는 건 어인 일?

 

나의 침실로

- 이상화(李相和)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 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寢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양털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런지 -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寺院)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 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느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
내 몸에 피란 피 -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 내 침실이 부활(復活)의 동굴(洞窟)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2015/07/26 12:59 2015/07/2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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