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대책

분류없음 2016/02/27 04:15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월 25일 "정신건강 종합대책" 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시작해 2020년까지 시행할 예정의 이 계획은 늦은 감이 있어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

 

지만은 않다. 정부 발표를 보면 전체 국민 가운데 25%가량의 사람들이 정신건강 관련한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유병률 (prevalence rate) 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꽤 높은 수치다. 캐나다에서는 국민의 20%, 그러니까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정신건강의 곤란을 경험한다고 전한다. 캐나다 정부가 국민 20%의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쏟아붓는 재정과 인력배치 등을 감안할 때 25% 인구를 잠정추산하고 세운 계획치고는 형편없다. 더구나 한국 인구는 캐나다보다 천만 명 이상 많다. 내용은 더 형편없다. 핵심은 "문턱을 낮춰서" "항우울제 복용 비율을 높여서" "초기에 치료" 하겠다는 건데 누구 좋은 일을 시키려고 이런 정책을 세웠을까? 혹시 제약자본...? 북미에선 아스피린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프로작이 한국에서도 마침내 널리 널리 퍼지겠구나. 

 

 

가정의나 동네 의원의 내과의가 우울증 진단을 하고 항우울제를 처방하겠다는 게이트키핑 발상을 보자. 이건 현재 한국사회의 의료체계에서 "항우울제 처방, 복용 비율을 OECD 수준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발상으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연동해서 환자 개인 부담비율을 낮추겠다는 (사실은 항우울제 사느라 더 많은 인구의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쓸테니 민중의 총부담은 늘어난다) 것도 같은 소리로 들린다. 

 

 

현재 한국에서는 가정의 (패밀리 닥터, family physician) 개념이 희박하거나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의료서비스이용자들은 가정의를 먼저 찾고 전문의 리퍼럴을 받기보다 각 질환이나 증상에 따라 의료쇼핑을 한다. 각자 알아서 다닌다. 안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의원이 가정의학과 의원처럼 동네에 널려있다. 어떤 개업의들은 내과 간판을 같이 달고 장사한다. 개업한 의사들은 쿼터제 적용없이 장사를 하니 초기에 많은 비용을 들여 쓸데없는 의료자재들을 도입하고 처음에 질러댄 그 비용 (원가) 을 뽑아내야하니 그만큼 많이많이 환자를 닥치는대로 받고 진단을 남발해 공단에 비용을 청구한다. 악순환이다. 이 상황을 그대로 둔 채 국민 25%가 경험하는 질환의 문턱을 낮추면 상황은 어떻게 돌아갈까? 두고 볼 일이지만 앞으로 내과 혹은 가정의학과 간판으로 고쳐다는 동네 의원들이 점점점 늘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들이 우울증 등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을까 그게 의심스럽다. 일전에 컬리지에서 공부했을 때 자료를 다시 보니 DSM4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버전4) 의 진단 정확도 (Reliability) 가 그렇게 높지 않다. 0.70 이상이면 신뢰할 만하다고 가정했을 때 그 수치를 넘어선 질환은 바이폴라 (0.84), 알콜 중독 (0.75), 거식증 (0.75)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술 (알콜 중독) 에 대한 관용, 중독을 포함한 정신질환에 관한 편견이 강고한 점 등이다. 우선 술에 대해선 우리나라처럼 관대한 곳이 없다. 24시간 어느 곳에서든 편의점만 있으면 술을, 그것도 20도에 육박하는 소주를 사서 들고다니며 마실 수 있다. 텔레비젼을 틀면 언제든 소주/맥주 광고를 볼 수 있다. 술을 마시고 저지른 성폭력이나 폭행은 감형받는다. 국회의원부터 술마시고 여자를 추행해도 별 문제없는 그런 관행이 널리 자리잡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하는지 뻔히 보이지 않는가. 

 

 

알콜중독, 담배중독, 여타 중독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보통의 평범한 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 그 상황에 처하면 부처님 할머니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이 일상을 위협할 때 특히 타인의 안전을 위협할 때에는 반드시 처벌받고 교정받아야 한다는 상식을 갖는 게 필요하다. 그게 책임이다. 나에게, 나의 주변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특별히 문제있는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야, 하고 생각하는 순간 편견과 차별이 자라난다. 그런 환경에서는 진단도, 치료도, 재활도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이 "격리" 라는 손쉬운 방법을 고안하게 된 거다.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에서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호모섹슈얼리티를 정신질환으로 이해한다. 미안하지만 (!)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1952년 DSM 을 도입했을 때에는 정신질환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이십 년이 흐른 1973년, DSM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만약 여전히 동성애를 정신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1952년에서 1973년 사이에 살고 있는 거나 진배없다. 동성애가 1952년에는 정신질환으로 알려져서 치료도 받고 정신병원에도 가고 그랬는데 왜 이제는 그렇지 않을까. 의당 질문할 수 있다. 첫째는, 정신질환도 시대적 맥락, 상황에 따라 달리 규정받을 수 있다는 것 둘째는, 정신질환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명박귾혜 세상에서 살면서 미치지 않고 살아가는 게 이상한 게 맞긴 맞지만 "그들"이 우리를 정신나간 사람 혹은 우주의 기운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한다면 그냥 그렇게 살아주는 게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다 싶다. 저항하지 말고 운명을 받아들이자는 게 아니라 그래 나 미쳤다. 그런데 너는, 안 미친 너는 뭘 하고 있는데? 라고 소리지르고 미친 척 덤비자는 얘기. (판사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2016/02/27 04:15 2016/02/27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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