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반복

분류없음 2013/08/19 12:13

일하러 가는 날마다 들르는 편의점이 있다. 주유소와 편의점을 겸해 24시간 장사를 하는 곳인데 모든 종업원이 같은 인종 (인도-아리안종) 사람들이다. 그들이 한가족인지는 모르겠다. 

 

처음에는 인사도 잘 하고 친절해서 흐응? 웬일이야, 동아시안한테. 했는데 상술이 아주 기가 막히다. 가령, 계산대에 초콜릿바나 호울스드롭, 음료 등을 바구니에 잘 담아 요령껏 장식한다. 손님이 계산을 하려 지갑을 꺼내면 "2for2 only today" 하면서 충동구매를 유도한다. 괜찮다고, 하지만 고맙다고 하면 거듭 권한다. 오늘 뿐이라고, 스페셜이라고 거의 '구걸' 수준이다. 정말 괜찮다고, 나는 충분하다고 하면 상하지 않으니까 일단 사란다. 초콜릿바는 절대 산 적이 없고 호울스는 두어 번 샀다. 그런데 최근에 물과 에너지음료를 쌓아놓고 또 사라고 난리부르스를 떠는데 그날 나는 이미 물 두 통을 가방에 넣어온 터였다. "나는 그 물을 좋아하지 않아" / "그럼 다른 맛(flavour)이 들어간 물을 사렴" / "나는 그냥 순수한 물을 좋아해" / "그럼 에너지드링크를 사렴" / "내일 모레 다시 오니까 그 때 살께" 

 

이틀 뒤, 그 날은 이전 근무와 다른 시간대였기 때문에 편의점의 그 악착같은 종업원도 없겠구나, 하면서 룰루랄라 담배를 사러 갔는데 아뿔싸, 그 때 그 사람이다. 결국 먹지도 않는 에너지드링크와 맛없는 물을 샀다. 

 

이틀 뒤, 다른 근무 시간대. 얼굴이 다른 종업원이다. 2리터짜리 물을 사는데 또 에너지드링크를 사란다. "그저께 샀어" / "나한테 산 게 아니잖아" / "(뭥미) 그건 니 비지니스고, 지금 사는 이 물이 얼마나 맛있는데" / "그럼, 복권을 사" / "나는 살면서 지금까지 복권을 산 적이 없어" / "그럼 오늘이 네 인생에서 복권을 사는 첫 날이 되겠네. 한 장? 아니면 두 장?" / " 나는 산다고 말한 적 없어. 앞으로도 사지 않을 거야" / "너는 한 번도 안 샀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높아, 한 장만 사" / "아니, 난 과거에도 사지 않았고 앞으로도 사지 않을거야. 미안해. 하지만 고마워" / "초콜릿바라도 사" / "미안, 단 걸 좋아하지 않아서"

 

집요한 이 사람들은 결국 나처럼 충성도 높은 단골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집요함이 이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겠으나 어쩐지 지금 나에게는 이들의 방식을 받아줄만한 여유가 없다. 

 

영어공부도 하루이틀이지, 똑같은 대사 반복하는 것도 지겨워. 젠장. 

2013/08/19 12:13 2013/08/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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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하조직 2013/08/20 14:37 Modify/Delete Reply

    단거 좋아하면서... 거짓말쟁이 ㅋㅋㅋㅋㅋ

  2. 돈 야핑 2013/08/20 23:21 Modify/Delete Reply

    뭐야 이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옘병알 =ㅅ=;;;

  3. 꽃개 2013/08/21 07:48 Modify/Delete Reply

    지하조직 / 흥, 나 단 것 안 좋아함 :P
    돈야핑 /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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