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일 - 4일

2011/02/04 21:45 분류없음

뻔뻔하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나는 생각보다 빨리 괜찮아 졌다. 작업실이 생겨서 이기도 했고, 그곳의 다른 두 분이 나에 대한 애정을 멈추지 않으셨기 때문이기도 했고, 주변 친구의 도움 덕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너무 인간이라서 그런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부쩍 요며칠 생각을 하곤 했다. 나는 야속하게 빨리도 잊었구나. 혹은 그 분도 나에 대한 것은 생각조차 안하실까 그런 생각도 하고. 나는 까먹고 살아도 그 분이 까먹는 건 뭔가 얄밉다는 생각도 들고.

 

 

명절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명절이니 휴일이니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주제에, 남들 노는 때라고 하면 괜히 같이 분위기에 휩쓸릴 때가 있다. 그래서 어제 오늘은 정말 평소 안하던 짓도 했다. 어제 오늘 영화를 1편씩 본 것이다. 그리고 3일 내내 이제는 어떤 면에서 보면 내 삶의 일부인 커피숍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사실 이번 명절은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것도 굉장히 다채로운 이유들로. 펑펑우는 눈물이 아니었던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조용한 눈물을 여러번 흘린 3일이었다. 책, 영화, 전화, 기억들로 인해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났다. 사실 펑펑 울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는 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그러지 못했다. 사실 어떤 면에서보면 그게 뭔상관인가 싶지만, 그냥 나는 그랬다.

 

 

이제 나에게 명절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뭔가 한템포 멈춰서 여러가지를 정리했다가 흐트러 놓았다가 하는 뭐 그런, 물론 예전보다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평안한 명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참 외로운 시간들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 서른 한살이다. 화장을 할때마다 눈꺼풀의 주름을 보면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혹은 정말로 가는 세월에 대해서 실감한다. 엄청나게 소설을 읽고 싶다가도 막상 어떤 소설도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누군가가 힘내라고 괜찮다고 잘될거라고 완전 뻔한 이야기를 진심으로 해주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에게 호감이 있으면서도 하나도 없다. 동시에 그 호감들이 두렵다.

 

 

묘한 명절이다. 고요한 명절이다. 자꾸 뭔가 어떤 일을 앞두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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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향란 드로잉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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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4 21:45 2011/02/0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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