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퍼스트’ 연극.무용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무대-②
-국내 초연 ‘무용작품 4편’ 가을무대 본격 노크
[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폭염도 끝자락에 와있다. 그런데 폭염과 맞짱을 뜨며 창작 혼을 불태운 사람들이 있다. 자신과의 싸움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치열하게 몰입한 시간을 보낸 사람들, 그들은 피와 땀으로 얼룩진 창작물을 들고 관객들 앞에 나선다.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무대에서 만나게 될 무용가 넷을 주목해본다.
먼저 제임스 전이다. 모든 예술가들의 꿈은 ‘영원한 현역으로 살고 싶다’는 것, ‘무대에 서다가 무대에서 죽고 싶다’고 말한다. 제임스 전은 이런 맥락에서 영원한 현역이다. 전 감독은 아직도 연출가로서 뿐 아니라 창작발레리나로서 무대를 누비고 있으니 말이다. 제임스 전이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포스트 2000, 발레정전(正典)>(10월 4·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인데 “환갑을 앞두고 인생의 한 페이지를 마무리한다는 자세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1.2부로 나눠 모두 5개의 작품이 펼쳐진다. 이 가운데 특히 2부에서 선보이게 될 ‘7Colors of lief’는 제임스 전의 60년 인생을 총 정리한 작품이며, 자신의 남은 인생이 무지개처럼 평화롭고 아름답기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같이 할 무용수는 정운식, 강석원, 안레사드로 나바로 바르베토, 김은정, 장지현, 이미리, 문예숙, 유리 이와모토, 오정윤, 최태현 외 서울발레시어터 단원들이다.
한편 안무가 박호빈이 선보일 작품은 <마크툽>(9월 29·3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마크툽은 ’모든 것은 이미 기록되어 있다‘라는 뜻으로 자아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표출한 작품이다. 박호빈은 얼마 전에 프랑스 남부 쌩 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는 800km에 달하는 산티아고 도보순례 길에 나섰다. 순례의 여정에서 만난 인연의 소중함과 관계의 미학에 주목하여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탐색에 포인트를 맞췄다. 이런 점이 바로 작가의 안무의도와 맞물리면서 감상의 묘미가 더해진다. 출연은 한류리, 이범건, 주하영, 박명훈,김모든, 정규연, 홍준호, 박호빈이다.
다음은 안무가 예효승의 <오피움>(10월 5~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이다. 예효승의 '오피움'은 환각제로 사용되는 양귀비(Opium)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인간을 향해 덧씌워진 온갖 억압적인 요소에 의해 닫히고 체험되지 않았던 신체에 내재된 감각을 춤으로 일깨운다. 총 7명의 무용수들이 무대를 달굴 예정인데 예효승 작가는 ’오피움‘을 위해 워크숍 겸 오디션을 통해서 3명의 무용수를 공개 선발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워크숍 지원 자격은 만 28세 이상 50세 이하 무용전공자로서 제한 한 것이 특이하다.
몸풀기, 따라하기, 즉흥동작, 솔로, 미션, 그룹별 즉흥, 인터뷰 등을 통하여 순발력과 분위기 형성에 따른 가능성 제시에 역점을 두고 선발된 류진욱(36), 손나예(36), 박정윤(38) 3명에 로스 맥코맥, 엘리 카스, 윤태준 또 예효승 안무가가 합세하여 독특한 개성이 발현될 무대를 위해 혼신을 다한다. 작가는 “언제 순수한 판타지의 세계를 체험했는지?” 묻는 기자 질문에 “부끄러움이나 굴레를 벗어던지고 순수해질 때 경험할 수 있다.”며 신체의 가능성이 최대치에 이르기 전의 모습일 수 있고 사람은 환경, 소리, 온도 등을 외부요인을 통하여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라면 “저의 경우는 섹스다”라는 답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안무가 이재영의 <구조의 구조>(9월 8·9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를 보자. 출연 무용수는 강예슬, 권혁, 김소연, 김혜진, 안지형, 이학, 이재영 7인이다. 이재영 작가는 몸의 구조와 형태에 대한 모습을 시대와 사회 속에 포함된 다양한 구조에 대입하여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즉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하고 많은, 이익공동체이든 공익공동체이든 국가와 사회라는 틀 즉 갖가지 다양한 구조 속에 인간이 어떻게 구속되어 가고 혹은 자유로워지는지(...) 구조의 구조 안에 갇힌 역설의 미학을 그리고자 한다.
모든 ‘여성적인 것은 우리를 구원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여러 가지 뜻을 함의하고 있으나 아름다움은 우리를 구원한다는 대명제와도 맥을 같이 한다. 네 사람의 아티스트들이 가을무대를 본격 노크하게 될 국내 초연의 무용작품들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치열하게 부딪친 그들의 삶과 예술혼이 녹아 있는 작업은 아름다울 이유가 충분하기에 말이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