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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오늘(8.22) 마이클 콜린스 영면.

 내가 매체에서 일하게 되면 꼭 해봐야지 하고 욕심 냈던게 바로 이런 꼭지다. 진보넷에도 천일야화 코너가 있는데 나도 예전에 어디다가 '세헤라자데'라는 이름으로 진보천일야화를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이었다ㅠ.ㅠ)연재한 적이 있다.

 

그냥 오늘의 소사를 쭉 읊어주는게 아니라 그 가운데 좀 좌파적이면서도 현재에도 의미가 있을 만한 사건을 하나 골라서 자세히 소개하고 의미를 부여하는거....마치 한국일보에서 고종석이 하는 것 처럼 말야.

 

매체에서 일하긴 하지만 블로그에다가 이런 코너를 만드는것 하고 우리 매체는 상관이 없지만--;; 언젠가 써먹을 날이 있을테지 하고 자위해본다.

근데 이건 그렇게 힘든 작업은 아니지만 극도의 성실성이 필요한 작업이임엔 분명하다. 고로 매일 매일 블로그에 업데이트 시킬 수 없다는건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얼마나 오래 갈지, 얼마나 자주 뺴먹을진 모르겠지만...하여튼 오늘 이 작업을 시작해본다.

 

1922년 8월 22일 IRA의 창설자 마이클 콜린스가 32년의 짧지만 화끈한 그리고 아직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삶을 마감했다. 마이클 콜린스는 우리나라엔 리암 니슨과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하고 닐 조단이 감독한 영화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16년 더블린 부활절 투쟁이 영국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된 후 마이클 콜린스는 에이몬 드 발레라와 함께 처형을 모면하고 투옥되었다. 출옥 발레라는 신페인당의 의장이 되고 마이클 콜린스는 정보담당으로 활동했다. 마이클 콜린스는 이후 조직내 암약하는 영국 프락치들을 색출해 처형하며 성가를 높였다. 지난한 투쟁 이후 결국 영국은 마침내 평화를 선포하고 협상을 요구한다. 그러나 마이클 콜린스는 자신이 게릴라 전사이지 정치가가 아니라며(!)  협상 대표자로 선정된 걸 거부하다가 결국 협상대표로 선출됐다.

 

그러나 비타협적인 게릴라 마이클 콜린스가 들고 돌아온 런던협약의 주된 내용은 아일랜드의 분할이었다.(아직도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이고 지금은 좀 뜸하지만 북아일랜드에서 벌어졌던 IRA와 영국군의 충돌과 피의 역사는 유명하다. 얼마전 개봉한 블러디 선데이란 영화를 떠올려 보길. 그리고 신지 마카리가 쓰고 슈 아카나가 그린 뽀대나는 니고시에이터 만화 '용오' 에서도 IRA와 북아일랜드를 다룬 꼭지가 등장한다.) 아일랜드 의회는 협약을 비준하고 완전 독립을 요구하는 발레라는 의회를 탈퇴했다. 뭘 잘못 먹었는지 갑자기 마이클 콜린스는 평화를 떠들고 다니다가 동지들에게 열라게 욕을 잡숫다. 결국 영국군과의 싸움이 아닌 협약파-반협약파의 충돌이 벌어진 가운데 마이클 콜린스는 저격에 의해 짧고 화끈하지만 약간 헷갈리는 삶을 82년전 오늘 마감했다.

 협약 거부를 외치며 무기를 들었고 마이클 콜린스 저격의 배후에 있다고 의심받는  에이몬 드 발레라는 웃기기 짝이 없게도 1926년 협약안을 받아들이고 수상을 거쳐 초대 대통령 자리를 꿰어 찬다. 그리고 1966년 "역사는 마이클 콜린스가 위대했으며 나의 식견이 짧았음을 기록할 것이다."
라는 유명한 발언을 했다. 내가 보기에 그 발언은 발레라 자신이 민중을 배신하고 협약안을 받아들이고 게다가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가 영국하고 충돌하는 척 하면서도 뒤론 쇼부 치면서 한 세월 잘 보낸 점에 대한 캄플라쥐에 불과하다.

 

결국 예전 자신의 비타협적 투쟁 노선은 잘못된것이고 마이클 콜린스의 노선이 옳은 것이다란게지. 자신의 기만적 행보는 마이클 콜린스의 옳은 노선을 따른 것이고 따라서 합리적인 것이라는걸 강조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한것이 라고 난 생각한다.( 뭐 물론 난 아일랜드 사람이 아니고 그  역사에 정통하지 못하기에 반론이 있을 수 있을게다. 내 관점이 이렇다는 거지)다. 하여튼 마이클 콜린스에 대한 평가는 아일랜드 내에서 아직까지도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고향에 세워지는 기념물들이 족족 뽀개질 정도로...

 

아마 아일랜드 주류층에선 평가가 긍정적이고 비주류 쪽에선 평가가 나쁜 모양인데...이승만하고 비교하면 총들고 싸웠던 마이클 콜린스가 지하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겠지만 비슷한 면모가 있는것 같긴하다. 일단 국가의 건설이 중요하다(지가 대통령 해먹을려고 친일파 대거 중용하고 미국에 빌붙은 이승만 하고 마이클 콜린스를 동일 선상에 놓는건 어불성설이긴 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온갖 힘을 쏟았던 것, 그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는 지점에선 마찬가지라는 거지..

 

조직내에서 강온 대립이 있을때 강경파가 온건파를 공격해서 쳐내는 경우들은 드물지 않다. 근데 그 노선 투쟁에서 선명성을 무기로 권력을 잡은 강경파가 지가 쳐낸 온건파 보다 더 역겨운 짓거리를 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개혁의 화신인양 굴면서 이매진을 BGM으로 깔고 눈물 흘리는 연기를 통해 집권한 노무현을 보라! 저건 허위고 권력 잡으면 바뀌기마련이라고 비판을 이미 가했지만서도 씨바 미국 없으면 강제노동수용소에 있을거라면서 꼬리 칠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나?

 

첨언: 크라잉 게임에서 IRA 를 좀 묘하게 그려가지고 지네 나라에서 엄청 욕먹은 닐 조단은 마이클 콜린스를 영화화하면서는 그를 만방 영웅으로 그렸다. 이 영화 이전에 이미 쉰들러 리스트, 롭 로이 등에서 고뇌에 찼지만 결단력 있는 영웅의 이미지를 보였고 키가 190이 넘는 리암 니슨을 마이클 콜린스 역할에 캐스팅 했을때 부터 그 방향은 결정 됐는지도 모르지(그리고 리암 니슨 또한 아일리쉬다) 그리고 마이클 콜린스를 장식하기 위해 줄리아 로버츠를 애인으로 붙여주기도 했고... 하여튼 흥미로운 소재긴 했지만 영화 자체는 그닥 재밌지는 않았다는 기억이 남아있다.

아 그러고 보니 롭 로이에서도 리암 니슨은 잉글랜드에 저항하는 스코티시 영웅이었네..이제 웨일즈 저항 영웅만 남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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