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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과 우리 집 가사분담

내일 지나 모레면 서울에 다시 올라가게 될테니 이번 귀향 일정도 반이 넘어서고 있다. 그 동안 못된 아들로 지낸 인생인지라 집에만 오면 분위기 싸해지기 십상이었는데 이번 추석은 지금까진 분위기 좋다^^ (설마 나만의 착각은 아니겠지) 어제 새벽에 친구들이랑 술 먹고 들어오다가 엄마한테 택시비 들고 아파트 입구로 나오라고 전화한 것 빼곤 --;; 우리 엄마 아부지야 내 기사들 꼼꼼히 다 읽고 모니터링까지 해 줄 뿐더러 내 블로그의 '오늘은' 밀리면 그것 걱정도 해줄 정도의 정치적 의식을 지닌 분들 아닌가^^ 이런 걸 보면 난 참 복받은 넘이다 :)

 

추석이면 여기저기서 가사노동의 괴로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우리집은 좀 다르다. 사실 우린 제사도 안지내는데다가 할머니 돌아가신 이후엔 추석이건 설이건 거의 음식도 안 한다. 여기저기서 얻어오는 것만해도 냉장실이 그득한 나머지 냉동실까지 채우고 서울 오는 내 손에도 가볍지 않은 보따리가 들릴 정도다. 그래도 물론  일거리는 꽤 있다. 말 안듣는 아들 거둬 먹일일이나 할아부지 할머니 묘소 돌볼일, 고모네 방문할 일. 물론 엄마도 청춘 시절(내가 초등학교 다닐적 정도까지?)에는 명절이면 집안일에 허덕거렸었지만...

 

언제 부턴지 모르겠지만 (아마 제대 직후부터가 아닌가 싶다) 부산 집에 오면 음식이나 각종 집안 일들도 꽤 하는 편이다. (집안일 맨날 하는 엄마, 그리고 엄마 학교 다닐때면 청소를 도맡아 하고 반찬은 아니더라도 밥 앉히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게 생각하는 아부지만 하겠냐만.. 이런면을 보면 우리집 가사분담은 어디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다. 정말 자랑스럽다!! ) 그닥 어렵지 않은 별식을 만든다던가(이번엔 갈비 양념에 재워서 구웠다, 난 음식할때 고무장갑이나 비닐 장갑 끼는거 싫어하는 편인데 갈비 재우고 나니 한동안 손에서 다진 마늘과 간장 참기름 물엿이 섞인 오묘한 맛있는 냄새가 오래 가더라 배고프면 손가락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엄마, 아부지, 동생 옷들 다림질 한다던가 등등

 

첫 째 내가 이런 일들을 별로 안 힘들어 하고 둘 째 일년에 몇번이라고 이럴 때 아니면 내가 언제 식구들 일 돕겠나 싶어서 즐겁게 하려고 애 쓰는 편인데...이런 일 하는 것보다 다른 집 아들처럼 두툼한 돈 봉투 안겨드려야 하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근데 어쩌랴~ 앞으로도 그게 쉽진 않을 것 같으니...--;;

 

엄마, 아버지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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