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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오늘(9.29))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 영면.

 

1902년 9월 29일 프랑스의 문필가이자 소설가 에밀 졸라(1840-1902)가 영면했다. 그리고 에밀 졸라는 파리의 판테온에 묻혔다. 판테온은 정말 프랑스 사람 특유의 자존심이나 허풍에 걸맞는 공동묘지 이름이 아닌가? 만신전이라니... 사실 에밀 졸라는 한국 사람들에게 친숙한 소설가이다. 그의 소설을 한편도 안 읽어본 사람 조차 이 세상에서 제일 불효자로 에밀 졸라를 많이 기억하는 편이다. 비근한 예로는 세상에서 가장 마른 ‘비사이로 막가’ 일본의 최고 대머리 ‘도끼로 이마까라’ 등이 있다.


또한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는 염상섭과 더불어 에밀 졸라는 자연주의 소설가로 각인되어있다. 에밀 졸라는 발자크의 인간희극 시리즈에 맞서기 위해 루공 마카르 총서를 썼다. 루공 마카르 총서는 이십권으로 이루어진 연작(?)성격의 종합 소설이다. 루공과 마카르 두 집안의 복잡다단한 이야기를 통해 제2제정 프랑스 사회를 묘사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물론 난 이걸 다 읽어보진 않았다.)  일찍이 맑스가 ‘서점의 잡다한 경제학 책을 뒤적이는 것보다 발자크 소설을 읽는 것이 경제학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상찬할 정도로 발자크는 리얼리즘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발자크의 인간희극은 자본주의 사회의 상승기를 그린 것이다. 이에 반해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는 그 이면을 그려낸 것이다. 철도와 해운의 발달 이면에 있는 이촌향도 현상, 도시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 노동쟁의등이 졸라의 소설에 잘 나타나 있다. 모파상 또한 졸라의 문하에서 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졸라의 작품으로는 제르미날(대혁명 이후 프랑스는 자체적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달 이름들을 거부하고 알아서 만든 것이란다. 제르미날의 의미는 ‘싹트는 달’이다.) 이 있다. 기회가 되면 다들 읽어보시길...제르미날에서 그려지는 광부들은 굳건한 의지와 도덕적 우월성을 자랑하는 순결한 노동전사들이 아니다. 온갖 패덕과 성적 문란상을 저지르고 있으며 부르주아지들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지저분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노조는 결성되고 그들은 일어서서 맞선다. 정말 싹트는 달인게다(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렇고 그런 뻔한 소설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물론 인터내셔널 깃발이 등장하는 장면은 좀 뜬금없긴 하다) 158분짜리 대작으로 제작된 영화 ‘제르미날’도 참으로 볼만한 영화다. 프랑스의 안성기 쯤 되는 제라르 드 빠르디유가 나온다.


마농의 샘의 감독이기도 한 클로드 베리가 역시 감독을 했는데 전하는 바에 의하면 클로드 베리의 아버지는 평생을 직공으로 살다간 노동자였다고 하고 베리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노동계급의 비애와 소망을 동시에 엿보았단다. 광부 마외 역의 제라르 드 빠르디유와 그의 아내 역을 맡은 미유 미유의 아버지들도 노동자였고 그들은 이 영화를 통해 부모를 추모했단다. 주인공 에티엔느 역의 르노 도 프랑스에선 대강 안치환 쯤 된다나?


영화를 보면 참 가슴 찡한 장면들이 많다. 과묵한 가부장 노동자에서 전사로 변신한 마외(제라르 드 파르디유)는 파업 대열을 막아선 군인들 앞에서 외친다. “쏴바라. 어서 쏴봐! 이 개자식들아” 파업과 갱도 붕괴 과정에서 남편과 자식을 잃었으면서도 조업재개에 끝까지 반대하던 마외의 아내 마유드(미유 미유)는 사십이 넘은 나이에 수백미터 지하 갱도로 다시 내려가면서 “남편도 없다, 자식도 없다, 희망도 없다,그러나 살기 위해 나는 내려간다”고 되뇌인다. 약간 유치하지만 영화로 보면 감동스러운 에티엔의 발언 “파업은 실패다. 그러나 빵을 쥐고 주인행세를 하는 몇 안되는 무리들과 수천만의 노동자들이 대면할 그날은 반드시 온다”ㅠㅠ


이 영화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가 몇가지 더 있다. 헐리우드 영화가 그야말로 몰아치던 94년 미국영화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에서는 당시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노동계, 문화계, 좌파 정당들이 발 벗고 나서 이 영화를 홍보했었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자면 예전에 민주노총 공식 후원 영화가 하나 있긴 했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 이거 연극은 정말 재밌었는데 영화로는 완전 쉣이었지. 안성기, 문성근, 황신혜, 심혜진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했지만)


내 기억에 이 영화는 한국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주라기 공원’이랑 정면 대결했었다. 무모하나 용감한 배급이었는데 결과는 말안해도 알겠지 ㅠㅠ 보름만에 극장에서 내려왔다.


에밀 졸라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드레퓌스 사건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그건 다음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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