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시에 일어나 세면을 하고 방에 않아 있는데 차가 왔단다. 내려갔다. 마티스 크기의 봉고차다. 차는 깨끗하다. 활달해보이는 운전사와 왠 여자가 같이 왔는데 그의 여자친구같다. 차를 타고 나갔다. 중국공상은행앞에서 잠깐 서자고 했다. 은행에 들어가 달러를 내미니 오늘은 안되고 내일된단다. 아마 오늘이 일요일이기 때문인거 같다. 여행을 하다보면 요일감각이 필요가 없어진다. 지금 중국돈의 차 대여료 줄 돈만 간신히 있다. 좀 불안하다.

 

2.  

그 운전사 커플과 국수와 만두를 먹었다. 그리고 출발했다. 수두후라는 근처 호수와 탠싱사라는 사원을 도는 코스란다. 내가 몇시 몇시 일정이냐고 종이에 쓰니 수두후는 차로 한시간거리고 탠싱사는 그 중간에 있단다. 내가 세군데 아니냐 했더니 그가 두군데란다. 날씨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 차는 완만한 도로를 유유히 가로질러 나간다. 운전사와 유쾌하게 웃으면서 대화를 했다. 차는 비포장도로로 들어서 한 매표소 입구에 선다. 아니나 다를까 입장료가 30원이다. 두 지역주민은 무료이고 나만 내는것이다. 돈이 모자르다. 운전사에게 달러를 보여주며 오늘 안되었고 내일 주겠다고 한다. 운전사 알았다고 한다. 기분이 찜찜하다.

 

수두후 사진. 호수에 비친 하늘같은 걸 기대했는데 그냥 얼음만 보고 왔다

 

3.

걸어서 호수쪽으로 걸어갔다. 호수에 다다랐다. 음 호수가 빙판이다. 내가 기대했던건 푸른하늘이 비치는 맑은 호수였는데 그저 평범한 호수가 되버렸다. 중국어 발음으로도 얼음은 빙이다. 어쨌든 호수를 따라 죽 혼자 걷다가 돌아왔다. 운전사 커플이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다. 약간 급해지는 느낌이다.

 

4.

얼음이 얼어 호수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고 운전사에게 말하고 다른 곳을 가보자고 했다. 20키로 거리의 다른 호수 지명을 손으로 짚었더니 거긴 말을 타고 들어가야 한단다. 그래서 중덴 도심에서 7키로 떨어진 조류서식지인 나파하이로 가자고 했다. 그가 좋다고 한다. 돌아오는길 중간의 탠싱사에 들렀다. 여기는 노천온천이다. 여기 절은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니 숙소들이 있고 한 단체관광객들이 불판에 고기를 굽고 있다. 그 밑은 수영장이다. 한 커플이 수영복을 입고 주부를 타며 장난을 치고 있다. 이 경치와 수영복은 정말이지 안 어울린다. 숙소 주인이 온천 목욕을 하고 오라는게 이거였구나. 탠싱사하면 절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광경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탠싱사 입장권. 사진은 노천 수영장이고 산 건너편에 장족들의 노천 온천이 있다

 

5.

한바뀌돌고 다시 올라왔다. 내가 중간 산길과 왼쪽 강뚝길로 가겠다고 하자 자긴 차에서 기다리겠단다. 불편하다. 내 마음대로 시간을 조정할 수가 없다. 돈을 오늘 주지 못해 더더욱 그렇다. 중간 산길을 한 바뀌돌고 왼쪽 강둑길로 들어섰다. 이쪽은 장족마을이다. 아이들이 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내가 한 아이에게 니하오하니 이 아이 헬로우 헬로우 하면서 놀린다. 저쪽 사람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거의 다다르는데 한 할머니가 목욕을 하고 옷을 입는지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민망해서 주춤거리고 고개를 돌리고 가고 있는데 이 할머니 전혀 상관없는 눈치다.

 

6.

고개를 저쪽으로 돌리고 할머니 옆 계단을 내려 강쪽 난간으로 갔다. 빨래터 이겠거니한 모여있는 사람들은 노천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탕은 남탕 여탕 두개가 있었는데 약간의 담이 있을 뿐 일어서면 서로 얼굴이 보일 높이였다. 아줌마들은 전부 빨간 티벳식 터번모자를 쓰고 있었다. 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걸어온다. 남탕 입구에 다다라서 안에 있는 아저씨들과 인사를 한다. 난 빤히 쳐다보기는 그렇고 강을 바라보면서 몇번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여길 못들어가면 후회하는데... . 준비한게 없다. 그리고 이 운전사 기다리고 있다. 뭐가 아귀가 잘 안맞는다. 내일 이곳으로 짐싸서올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티벳장족들과 같이 노천목욕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7.

기다렸던 차는 나를 태우고 다시 출발한다. 나보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아마 속으론 자기는 두 군데로 들었다는 눈치다. 아직 세시간도 안 지났는데 150원은 아니다. 나파하이로 가자고 했다. 서로의 대화횟수가 줄어들었다. 나파하이에 도착했다. 여기도 좀 더 얇긴 하지만 얼음이 얼어있다. 철새들이 호수가의 먹이를 먹고 있다. 이곳이 수두후보다 훨씬 시원한 느낌이다.

 

8.

중덴으로 돌아오니 2시가 되어간다. 숙소 주인이 길가에 있다. 차에 올라탔다. 더이상 다른데 가자고는 말할 수가 없다. 숙소 주인이 점심을 먹자한다. 그래 일단 먹자. 그런데 운전사는 잠깐 차를 세워놓아야 한다는 눈치로 어딜 가고 그 여자친구, 여관주인, 나 이렇게 셋이서

안 매운 훠궈 비슷한 요리를 시켜먹었다. 여자친구는 끝에 말도 없이 가버리고 내가 계산을했다.

 

9.

식당을 나와 걷다가 숙소 주인은 들어가고 난 왕빠에 간다했다. 칭다오 맥주 한 캔과 물 휴지를 사고 왕빠에 들어갔다. 오늘 뭔가 일이 꼬여서 뒤틀려있는 느낌이다. 맑은 날씨이지만 기분은 흐려진다. 숙소에 들어가니 이 친구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 한다. 난로에 물이 끓고 있다. 내가 사발면을 사올테니 같이 먹자하니 자긴 배가 너무 부르단다. 한편 천진스럽기도 하고 개념없어 보이기도 하고 참 그렇다. 나가서 사발면과 빵을 사서 돌아와 그 친구에게 빵을 주었다. 사발면은 역시 맛이 없다. 그 운전사 친구에게 전화가 온 거 같다. 이 숙소 주인 전화하다 슬그머니 나간다.

 

10.

어떤 사람은 좀 아쉽기는 해도 그대로의 모습이 좋을때가 많다. 이 숙소 주인이 바로 그 사람이다. 어쩔 수가 없다. 그나마 전기 장판의 따뜻함이 위안이 된다.

 

 

* 050116 (일) 여행52일차

 

(잠) 중텐 포탈라 캐빈 욕실없는 트윈 3900원 (30원)

(식사) 점심 고기야체탕 4160원 (32원)

         저녁 사발면 빵   850원(6.5원)

(이동) 봉고차 반나절 대여 운전사 기름 포함 19500원 (150원)

(입장) 수두호 3900원 (30원)

          탠싱사 1300원 (10원)

(간식) 맥주 460원 (3.5원)

         과자 130원 (1원)

(기타) 물휴지 290원 (2.2원)

          인터넷 780원 (6원)

 

................................................... 총 35,27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22 14:52 2005/01/22 14:52
  1. 이슬이
    2005/01/22 15:24 Delete Reply Permalink

    또다시 기관지 제작이 돌아와 찬찬히 여행기를 갈무리하고 있습죠. 한국은 동중정입니다. 한편으론 정일 형의 어제-오늘-내일이 부럽지만 나 또한 어제-오늘을 어서 갈무리하고 내일을 예비하렵니다. 티벳으로 가기 전에 큰 맘 먹고 정통 중화요리 한 번 잡숫는 건 어떨런지


1.

현금이 거의 없어져 간다. 은행에서 환전을 해야한다. 중국에서 지천에 깔려있던 중국은행이 안보인다. 현금이 없으니 좀 불안하다. 일단 터미널쪽으로 가서 거기서 부터 은행을 찾아봐야겠다. 터미널 근처에서 만두한판을 사먹었다. 다른 이름의 은행들은 환전안한다고 저기로 가란다. 어디로 가란 말인가? 다시 중심가로 가서 한 은행에 가니 중국공상은행에서 환전해준단다. 이제 어딘지는 알았다. 중국공상은행으로 갔다. 문이 닫혀있고 셔터가 내려가있다. 벽에 무슨 공지가 붙어있다. 그걸 보고있는 중국인에게 물으니 하여튼 내일 문을 연단다.

 

2.

장족 옷차림이 대부분인 시장에 들어갔다. 몇가지 먹을 만한 곳을 봐두었다. 점심은 옆쪽의 뚝배기 밥집에서 먹엇다. 여기는 밥안에 기름을 두루고 밤과 완두콩을 듬뿍 넣은 밥이다.밥위에는 찐계란 하나를 4등분해 이쁘게 올려놓았다. 베이컨 몇 점도 함께... . 함께 나온 중국식간단김치인 파오차이와 함께 먹었다. 좀 느끼하다. 중국음식엔 기름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담백한 나물반찬들이 생각난다.

 

3.

중국 피씨방 맞은편에 유료 화장실이 있다. 한번 입장하는데 0.2원이다. 다른데로 갈까하다 웬지 끌려서 돈을 내고 입장을 했다. 3명이 앉을 수 있게 되어있는데 두명이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앞의 문은 없고 옆의 벽도 나지막하다. 잠시 뒤로 물러서서 벽 옆에서 생각을 했다. 그동안 여러번 이 화장실문화를 목격한 적은 있어도 함께 동참한적은 없다. 나도 이제 중국여행 50일이 넘었다. 중국에 가면 중국의 법을 따르자. 그래 앉자. 들어가서 왼쪽 자리에 앉았다. 이 느낌은 구정이나 추석전날 사촌 형님들과 조카랑 목욕탕 들어가서 큰 욕조에 같이 몸 뿔리던 그런 느낌이다. 그 중국인 둘은 먼저 떠났다. 나 혼자 조금더 일을 보다가 나도 그곳을 나왔다.

 

4.

왕빠에 들어갔다. 한 어린 친구가 한글 쓰기가 되는 컴에서 오락을 하고 있다. 주인이 나를 알아 보고 어린 친구에게 다른 자리로 가라한다. 어린 친구에게 고맙다고 했다. 오늘은 밀린 일기를 거의 채워놓으리라. 느릿느릿 이생각 저생각하며 웹 서핑도 좀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밤이 되었다.

 

5.

숙소로 돌아왔다. 주인에게 내일 차를 대여하겠다고 말했다. 150원에. 9시 좀 넘어 오라고 했다. 내일은 상그릴라 일대를 드라이브한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050115 (토) 여행 51일차

 

(잠) 중덴 트윈 3900원 (30원)

(식사) 아침  만두한판 390원 (3원)

         점심  뚝배기 밥 910원 (7원)

(간식) 사과주스 과자 620원 (4.7원)

(기타) 화장실 2번 60원 (0.4원)

         휴지 70원 (0.5원)

         인터넷 2210원 (17원)

 

.................................................. 총 8,16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21 21:03 2005/01/21 21:03
  1. catwoman
    2005/01/21 23:15 Delete Reply Permalink

    What's wrong with you? I hope you're safe.

  2. samakeun
    2005/01/21 23:44 Delete Reply Permalink

    1월31일부터 2월5일까지 뜻하지 않은 네팔 방문기회가 생겼습니다.여행이 아니라 무슨 회의에 가게 되었는데 공식일정 다음부터 설연휴라 아이비님처럼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잘 될런가 모르겠네요.


1.

여행 50일차 아침이다. 머리 바로 옆에 둔 컵에도 얼음이 얼고 저쪽 세수대야의 물도 두껍게 얼었다. 그런데 그렇게 추운 느낌은 없다. 보통 여행자들이 숙소의 더운바람 나오는 에어 컨디셔너때문에 감기에 많이 걸리는데 기침도 이젠 없다. 초기의 의혹들, 일주일 만에 돌아와도 얼굴보기, 빨리 돌아오면 어디좀 숨어있어 등등을 조금은 불식시키는 숫자 50이다. 처음이 어렵고 길게 느껴지지 100, 200, 300은 금방일거 같다.

 

2.

주인아저씨에게 샤워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저씨 장작을 가져와서 때기 시작한다. 이 또한 흐믓한 대접이다. 그냥 이 집에 더 머물러야 겠다. 방에 있는데 물이 되었단다. 한 양동이다. 다행히 샤워실은 물은 얼어있지만 온열전구가 있다. 평소 같았으면 금새 흘려버렸겠지만 한 양동이로 이 닦고, 면도하고, 머리감고, 샤워하고, 물이 조금 남아서 머리를 한 번 더 행구었다. 오늘 날씨는 춥지만 몸은 상쾌하다.

 

3

티벳의 초입부에 왔으니 티벳음식을 먹어보자. 티벳카페에 갔다. 통창 바로 옆에는 혁명열사공원이 있다. 좀 비싸지만 티벳식 아침 세트 메뉴를 시켰다. 버터차, 미수가루, 두툼한 치즈 한 접시, 갓 구운 밀가루 빵, 계란 2개가 나온다. 썩 입에 달라붙지는 않았지만 먹을 만하다.

치즈가 많이 남아 비닐 봉지에 넣어 나왔다.

 

4.

오늘은 집과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콜랙트 콜 전화가 잘 안된다. 중국에는 전화방이 널려 있다. 한국의 전화방이 아니라 그냥 전화를 몇 대 설치하고 거리 나라에 따라 전화요금을 받는 상점이다. 어머니와 통화가 되었다. 그동안 여러명이 함께 다닌다고 말해두었었다. 같이 다니는 사람 한국 집 전화번호를 대란다. 약간 시간을 끌면서 그냥 넘어가고 성경 시편 잠언 읽느냐고 해서 조금씩 읽고 있다고 명쾌하게 또 거짓말했다. 하지만 청두에서 목사님 만난 일과 전화번호 적어두었다는 사실은 강조해서 말했다. 절대 사고난 지역으로 가지마라. 알았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5.

어제 갔던 인터넷 왕빠에 들어갔다. 입구에 바로 있는 어제 자리에 앉았다. 다음 여행카페들어가서 보는데 베트남에 조류독감으로 2명이 죽었단다. 그래서 내가 있는 원난성에서 국경 30키로에 방역팬스를 설치하고 축산농민들에게 주의경보를 내렸다한다. 여기 원난성이 문제가 아니라 베트남 북부가 문제다. 원래 계획으로 하노이로 바로 가지않고 국경 시골마을을 먼저 돌려고 했는데 이 시골마을들이 사스지대인거 같다.

 

6.

그냥 여기서 티벳으로 넘어가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현재 외국인에게 티벳 육로 통과는 금지되어있다. 한 4~5십만원돈을 순전히 이동비와 허가비로 지출해야 갈 수 있다. 한가지 편법은 여기 중덴에서 한 7시간 버스 거리인 더친으로가 중국인 여행자들과 끼어서 가는 방법이 있단다. 이 날씨에 티벳루트는 완전 써바이벌이고 중국인 여행자들이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중국 티벳 루트는 지금 2006년을 목표로 해발 4천 5천 미터대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로가 놓여지고 있다. 이른바 중자(중국과 자본이)합작해서 티벳을 완전 손아귀에 움쿼지는 작전이다. 그 전초기지격인 도시가 여기 중덴이다. 그전에 티벳을 한번 가봐야 할텐데... . 원난성에서 비자를 연장하는 방법도 있고 지금부터 그리 걱정할 일이 못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7.

왕빠를 나와 한국식당으로 갔다. 김치찌게를 시키고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저쪽에 맥주 한 병 붙잡고 앉아있는 한 남성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일본인이였다. 이쪽으로 오라 해서 합석을 했다. 일본 북쪽 지방의 젊은 농사꾼이다. 겨울에는 시간이 나서 베트남 중국을 3개월정도 돌아다닐 계획이란다. 김치찌게가 나왔다. 먹을 만 하다. 그 일본인은 안주로 지지미하며 한국식 부침게를 시켰다. 내가 김치를 함께 먹으라 했더니. 기무치 맜있단다. 내가 첫날같던 티벳호텔 도미토리에 묵는단다. 다른 여행자도 있단다. 계속 그 일을 할 거냐 했더니 돈을 많이 벌어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싶단다. 내가 그건 드림이다고 하니 웃으면서 그렇단다. 청두로 간다해서 청두 정보를 주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혜어졌다.

 

8.

숙소로 오니 주인 아저씨가 화로불을 쬐고 있다. 오늘 여기저기 갔었다며 떠듬떠듬 대화를 하다 양숴에서 중국인과 피주좀 마셨다 하니 나가잔다. 좋다 하고 나가는데 한국식당 옆 집 2층이다. 이 술집이 동네 사랑방인가 보다. 주인과 인사를 하는데 내 숙소 아저씨의 형이라다. 영어도 하고 세련된 스타일이다. 한국 중국보다 훌륭하고 한국사람 베리리치(부자)하단다. 이 형과 달리 이 동생은 통념상 어수룩한 스타일이다. 형은 글로벌이고 동생은 로컬이다.

써빙보는 여자에게 여기 술하나 추천해달라해서 하나 시켰는데 12원짜리 버드와이저 작은병이 나온다. 중국맥주 큰 병이 5원인데. 또 한번 그 상술에 기막혀했다.

 

9.

이 친구에게 띠를 물어보는데 결국 나이를 확인하니 29살이다. 생각보다 어리다. 이 친구의 동네 친구들이 계속 우리자리에 하나씩 온다. 태어나기도 이 곳 상그릴라에서 태어났고 30년 가까이 살아 온 친구들이다. 그들은 앞으로 급속히 변화하는 상그릴라에서 어떻게 살아나갈까? 내 숙소 주인이 나에게 차 대절해서 수두호 탠칭사 좋다면 거기 도는데 200원이라고 장사를 한다. 물론 선의에 의한 제안이겠지만 이 로컬 친구에게서는 듣고 싶지 않았는데 할 수 없다. 내가 비싸다하니 150원이란다.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 050114 (금) 여행 50일차

 

(잠) 중덴 포탈라 케빈 3900원 (30원)

(식사) 아침 티벳아침식사세트  3640원 (28원)

          저녁 한국식당 김치찌게 2600원 (20원)

(간식) 술집 맥주2병 안주하나 티하나 3900원 (30원)

(기타) 인터넷 1300원 (10원)

          전화 1040원 (8원)

 

...................................총 16,38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16 18:20 2005/01/16 18:20
  1. 사막
    2005/01/16 23:19 Delete Reply Permalink

    살아돌아 올 수 있나? 사스 무서운데.. 조심하시고.

  2. 자일리톨
    2005/01/21 23:44 Delete Reply Permalink

    왠지 현지주민들의 사랑방같은 공간에서 술도 마시고 하는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여행을 간다면 꼭 그렇게 해보고 싶네요.


티벳 사원 숭잔린쓰

 

1.

일어나서 문을여니 햇살이 따사롭게 비춘다. 하지만 수도는 얼어있다. 창밖의 한 가족은 도끼로 나무를 쪼개고 있다. 끊인 식수물로 세면을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한시간에 3원한다는 스노우카페 컴은 안쓴지 오래되었나 보다. 안된단다. 일단 밥을 먹자. 한국식당에 들어갔다. 찌게 밥류가 20원이다. 싼건 아니지만 홍콩의 66달러짜리 찌게 3번을 먹을 수 있다. 된장찌게를 시켰다. 김치와 함께 된장찌게가 나온다. 주인아줌마는 다리의 한국여관인 NO3에서 요리를 하다가 여기에 음식점을 차렸다고 방명록에 나온다. 방명록에 한국인들의 메모가 가장 많다. 한국에서 먹던 된장찌게와 별 다르지 않다. 김치를 아껴서 먹고 있는데 중국인 종업원이 더 준다한다. 두 접시째 김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먹었다. 방명록에서 빈관정보를 발견했다. 바로 골목길 안쪽에 포탈라 케빈이 좋단다. 처음 사람은 50원에 트윈에 머물렀는데 좋았다고 하고 그 옆에 누가 40원에 흥정가능이라고 써 놓았다. 난 30원이면 되겠군.

 

2.

포탈라 케빈에 들어갔다. 아담한 ㅁ자구조의 2층집이다. 부엌에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한 아저씨가 나온다. 빈관이냐 물으니 2층으로 올라오란다. 트윈방인데 아담하고 깨끗하다. 전기장판도 있다. 그런데 전기 히터는 없다. 하루 묵어보고 추우면 다른 데로 옮기자. 주인아저씨얼굴은 아주 순박해보인다. 나하고 비슷한 나이 또래인거 같다. 내가 왕빠를 찾는다하니 같이 가잔다. 가까운 티벳카페는 한시간에 8원이라 포기하고 중국인 왕빠 두 군데를 갔는데 윈 98이다. 저번에서 한글서체를 다운받는데 실패해서 좀 해보다 나왔다. 나중에 생각하자.

 

3.

3번버스를 타고 숭잔린스에 갔다. 간덴 쑴쩰링 콤파라고도 불리우는 이곳에 수도승 600명이 있단다. 티벳 라사의 포탈라궁과 함게 작은 포탈라궁으로 불리우는 중국 남서부의 중요한 절이란다. 이 절 안에서 티벳의 내음을 확인하리라. 숭잔린스는 버스 종점에 있었다. 절앞 수도가에 티벳 옷차림의 소녀들이 보인다. 티벳 소녀들의 얼굴은 중국 장예모우 감독의 집으로 가는길에 나온 풋풋한 장쯔이의 얼굴들이다. 호기심 많고 야몰찬 느낌이다. 입장료 10원을 내고 올라갔다. 스님들은 친절한 인상이다. 먼저 나에게 니하오하고 인사를 한다.

 

4.

숭잔린스는 그 안에 수십개의 크고 작은 절과 수도공간이 있어 보인다. 계단을 올라 가장 큰 절 두개가 있고 옆으로 또 여러개의 독립된 공간이 있다. 적당한 크기의 사원안으로 들어갔다. 벽에보이는 티벳의 불교미술은 애써 온화하려 하지 않는다. 무섭게 내려보는 사천왕상인가 부터 꺼꾸로 매달린 얼굴과 해골이 이어지는 그림등 나로서는 더 가슴에 다가오는 그림들이다. 저 앞에 달라이라마의 젊었을적 사진이 있다. 태어나기 전부터인가 태어나서 부터인가 달라이라마로 점지(?)되었다는데 어린시절 그걸 감당하기 위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는 그 벽을 넘어섰다.

 

5.

이렇게 달라이라마와 눈을 맞추고 있는데 한 10대 수도승이 나에게 인사를 한다. 머라 하면서 이리로 와보라 한다. 가보니 절입구 안쪽에 목걸이들이 걸려있다. 이거 봤느냐는 말이다. 약간 김이 샌다. 이 상품이 왜 절 안까지 들어와있나. 그 어린수도승은 아주 천진한 얼굴이다. 부디 그에게 깨달음이 있기를... . 건물 뒤쪽으로 치수어(화장실)이 있다. 여기서도 돈을 받는다. 입장료 10원 받는것도 모자라나. 또 김이 좀 샌다. 뒤쪽에 있는 수도원안으로 들어갔다. 한 수도승이 작은 종을 치며 불경을 읊고 있다. 조심스럽게 한 7미터 쯤 떨어진 거리에 앉았다. 눈을 감았다.

 

6.

이 순간만이라도 저 불경소리에 흠뻑 빠지게 해 주세요. 그동안 나를 부여잡고 있었던 무언가를 슬며시 옆에 놓아두고요. 불경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아직은 그냥 홍콩에서의 색소폰 솔로와 같이 하나의 애드립으로 들어온다. 3명의 젊은 남녀가 들어온다. 돈을 넣고 삼보일배식의 절을 한다. 그리고 흰 천을 하나씩 들고 저쪽 구석의 유리앞에서 눈을 부빈다. 아마 눈에서 본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씻는 의식으로 보인다. 그리고 달라이라마 앞으로 가서 기도를 하고 돈을 내려놓고 저쪽으로 가서 손을 씻는다. 그들은 진정 정화된것일까? 상품하나를 산 것일까? 가장 큰 절은 뒤쪽 문으로 들어가게 되어있었다. 큰 스님으로 보이는데 아주 조용히 불경을 외우고 있다.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럽다. 아직 이 절에는 많은 것이 남아있다.

 

7.

여기는 한 번 더 오자. 매표소로 내려오는데 떠들썩하다. 페키지 여행자들이 티벳 복장의 목소리큰 인솔자 뒤로 모여있다. 입구의 늘어선 종들을 한번씩 만져보며 계단으로 올라간다. 적당한 시간에 잘 내려왔다. 저들과 나의 차이는 크지 않다. 한 번 와보았다는 데서 오는 소유적 만족감은 공통이다. 내가 좀 더 분위기를 따지는 것일뿐이다. 나는 거기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고 있는가? 아직은 여행 초입부다. 인생도 전반부다. 기회는 널려있다. 상그릴라를 찾아서... .

 

8.

다시 버스로 시내로 들어왔다. 여기는 작은 시장이다. 네군데의 과일노점이 나란히 있다. 오늘은 어디서 살까? 그동안 과일의 빛깔도 보지만 사람을 보고 더 샀었다. 아줌마, 젊은 여자, 아줌마, 아이 안은 아줌마다. 맨 끝에 아이 안은 아줌마 쪽으로 가서 샀다. 숙소쪽으로 걸어가는데 깔끔한 왕빠 간판이 3층에 보인다. 들어가서 한궈랜이라하니 한 대있는 XP컴으로 안내한다. 제어판으로가 언어 추가 설정을 하고 10일 정도 밀린 일기를 써 내려갔다.

 

9.

밤이 되었다. 왕빠를 나와 중국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여긴 매뉴판이 없어 헤메고 있는데 젊은 여주인이 손님 만났다는 듯, 이저저거 해 줄까 한다. 내가 얼마냐 하니 40몇원이란다. 결국 돼지고기 볶음과 해서 16원 짜리를 시켰다. 맛이 없다. 단지 음식맛 때문만은 아니다. 화장지를 하나사서 숙소에 들어와 주인아저씨가 더운물 떠주는 것으로 세면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10.

어제 난 잠깐 고산병을 앓은거야. 이젠 나은거 같다. 추운 것도 어릴때 강원도 철원 외갓집에 방학마다 갔을때 윗목에는 얼음이 얼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를 아랫목에 자게 하던 그때가 떠오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훨씬 춥지 않다.

 

 

* 050113 (목) 여행 49일차

 

(잠) 중덴 포탈라 케빈 욕실없는 트윈 3900윈 (30원)

(식사) 점심 된장찌게 2600원 (20원)

          저녁 돼지고기볶음, 밥 2080 (16원)

(이동) 사원 버스 왕복 260원 (2원)

(입장) 숭잔린쓰 1300원 (10원)

(간식) 포테토칩 130원 (1원)

          귤3개 260원 (2원)

(기타) 인터넷3시간남짓 850원 (6.5원)

          두루마리휴지하나 200원 (1.5원)

 

..................................................총 11,58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16 16:51 2005/01/16 16:51

1.

체크아웃을 하고 물레방아 쪽으로 걸어 한 식당에서 중국식 아침식사를 했다. 길다란 튀김 빵, 죽, 만두를 먹고 신용카드로 돈을 뽑기 위해 택시를 타고 중국은행으로 가자고 했다. 택시운전사는 여기가 맞다며 걸어가도 될 만한 거리에 내려준다. 은행으로 들어가보니 현금서비스는 안되고 환전은 된단다. 일단 홍콩달러 280원을 중국돈으로 환전했다. 바로 옆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한 40분 정도 기다려 11시 20분 중덴가는 버스에 올랐다.

 

2.

힐튼이라는 한 작가가 1933년에 잃어버린 지평선이란 베스트셀러를 썼단다. 난 읽어보지 못했다. 그 소설에서 어떤 이상향 유토피아를 말하는데 사람들이 그곳이 실제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단다. 1997년에 중국정부가 이를 받아 이 곳 중덴지역이 소설속의 상그릴라와 일치한다며 중덴의 이름을 상그릴라로 바꾸어 버렸단다. 내가 쿤밍에서 중덴가는 표를 달라하자 상그릴라가 표에 찍여나왔었다. 상그릴라는 중국 장족의 뜻으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란다. 이 마음속의 해와 달을 중국정부가 밖으로 끄집어냈다. 

 

3.

중국 버스는 좌석이 지켜지기도 하지만 안 지켜지는 경우가 더 많다. 나도 대충 좋은 자리에 앉았다. 한 여자가 올가서더니 한 아줌마에게 내 자리라며 신경질을 낸다. 난 좀 뜨끔했지만 그냥 앉았다. 차는 출발한다. 차는 게곡길로 올라간다. 차 두대가 지나기 힘든 아주 좁은 길이다. 그래 뭔가 험한 곳으로 가는구나. 이거야. 웬걸 길이 점점 좋아진다. 번듯한 2차선 아스팔트 산 도로로 바뀐다. 한 할아버지가 염소를 몰고 가는데 이 아스팔트 색깔과 안 어울린다. 차는 어느덧 넓은 고지대를 지난다.

 

4.

프린트한 정보에서는 3000미터가 넘어가면 고산증이 시작된다고 한다. 두통 어지러움 현기증이 동반된다고 한다. 사실 약간 걱정을 했었다. 난 약한 심장을 가지고 태어났었다. 국민학교 2학년 때 한 학기를 병원에 입원했었다. 시험날만 가서 시험시고. 그렇다 해서 심장병은 아니고 의사는 크면 낮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 아픈 페니실린 주사를 한달에 한 번씩 맞았었다. 내가 차분하고 젊잖은 스타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간혹있는데 그건 인간성 때문이 아니라 폐활량이 낮기 때문에 그런것이다. 여하튼 아직까지 별 이상이 없다. 이곳에서도... .

 

5.

길이 더 넓어졌다. 4차선이다. 저멀리 설산들이 보인다. 중국에서 제일 높은 공가산은 무려 7556미터란다. 히말라야만 산이 아니다. 이길로 계속 올라가면 공가산 부근으로 갈수 있다.

뿔이 그대로 달려있는 소들이 길 양쪽에서 한가롭게 풀을 띁고 있다. 어 저앞에서 소들이 무더기로 지난다. 버스가 서거나 피해야 한다. 이런 일이 여러번 있었다. 소들도 안다. 버스가 빵빵거리자 한 소가 눈을 껌벅이며 기다린다. 이 길은 인위적인 도로다. 이 소들의 아버지 소나 엄마 소들은 아마 이 길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풀을 뜯었을 것이다.

 

6.

저 앞에 중국 공안 몇 명이 서 있다. 한 공안이 손을 펼치며 서란다. 버스가 서고 한 공안이 올라온다. 운전사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이건 괜한 트집잡기 식이다. 앞쪽에 있는 가방을 열어보란다. 그리고 뒤쪽으로 가서 만만한 할아버지 가방을 열어보란다. 소뼈인지가 몇 개 나온다. 하나를 집어 가지고 내린다. 할아버지들 다 내려 먼가 항의한다. 소뼈를 돌려받는다.

베이징에서 난로를 걷어차던 공안이 생각난다. 비슷한 실력행사다. 이유없이 복종해야한다.

 

7.

공안들을 뒤로 하고 버스는 달린다. 얼마안가 도로에 한 문이 세워져있다. 저게 티벳 글씨인가보다. 중국어도 함께 쓰여져 있다. 드디어 원래 티벳마을이었던 중덴이 가까워 오나 보다.

상점들이 보인다. 대부분 티벳글씨와 중국어를 함께 표기한다. 티벳 복장의 사람들과 붉은 수도승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한족에게 점점 점령당하는 티벳족들의 터전인 중덴에 도착했다.

 

8.

택시를 타고 가장 유명하다는 티벳호텔로 갔다. ㅁ자구조의 아주 큰 호텔이다. 그런데 사람이 없고 황량해 보인다. 안쪽 레스토랑도 문을 닫았다. 한 남자가 나온다. 도미토리 달라해서 돈을 내가 방으로 들어갔다. 이건 좀 잘 분위기가 아니다. 2층 방이 있냐고 물으니 트윈이라 하면서 30원에 해주겠다 한다. 방 창문을 여니 한 가정집 앞 마당이 나온다. 그래 여기서 하루보내자. 앞뒤 창문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다행이 전기 장판은 있다.

 

9.

시계는 5시가 가까워온다. 밥도 먹고 내일 숙소도 미리 알아보자.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큰 길에 있는 숙소들을 알아보았다. 방에 난방이 되는 곳은 80에서 100원, 난방은 없지만 이중창이고 온수가 가능한 곳이 50원이다. 내일 아침에 결정하자. 숙소로 돌아와 씻을려고 세면장에가니 수도는 얼어있고 샤워기에서는 찬물만 나온다. 그 직원이 한 실내의 샤워실로 안내안다. 다 쓰고 문 잠그고 나가란다. 이 큰 호텔에 불빛이 단 두개다. 이쪽의 나와 저쪽의 불빛하나. 이곳은 지금 공포영화의 세트장같다. 물론 사람없는 겨울에만 그럴 것이다. 어제 꾸었던 꿈이 생각난다. 계속 문이 조금씩 열린다. 나가보니 한 어린 괴물이 움크리고 있다. 그리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괴물은 괴물이다. 내가 길다란 싸리 빗자루로 괴물을 때린다. 그 괴물은 피투성이가 되어 날라가버린다. 성장해가는 나의 자아를 보여주는 좋은 꿈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오늘은 이런 꿈은 꾸지말자.

 

 

* 050112 (수) 여행 48일차

 

(잠) 중덴 티벳 호텔 욕실없는 트윈 3900원 (30원)

(식사) 아침 죽 1원 만두 0.6원 긴도너츠 0.6원  290원 (2.2원)

          저녁 마파두부,감자볶음 밥 1560원 (12원)

(이동) 리장-중덴 4940원 (38원)

         리장 택시 910원 (7원)

          중덴 택시 780원 (6원)

 

............................................총 12,38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15 21:12 2005/01/15 21:12

1.

새벽에 사람들이 북적된다. 일어나니 중국인 부부 차를 마시고 있다. 이닦고 고양이 세수하고 내릴 준비를 했다. 기차역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중덴으로 가는 버스가 있단다. 중덴까지는 12시간 거리다. 표를 보니 이게 왠일 8시 30분 차가 있다 했는데 그건 없고 오후 5시 30분 출발이다. 지금 시간이 아침 7시전이다. 책지도로 확인해보니 여긴 침대버스 정류장이다. 구이린 갈때 침대버스에 시달렸던 기억에 도저히 침대버스를 탈 수 없다. 여기서는 다른데는 없단다. 지도에서는 근처에 고속버스 정류장이 있다고 나와있다. 베낭을 메고 고속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2.

여기도 중덴은 저녁버스 밖에 없단다. 고민끝에 침대버스를 무르고 9시 40분에 출발하는 리장행 버스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걸어 침대버스매표소에가서 환불해달라 했다. 처음엔 환불이 안된다는 식으로 나온다. 한 참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한 중국여자가 무슨일이냐며 영어로 말한다. 그 중국인의 도움으로 환불받기는 했는데 10%를 제하고 준단다. 좋다고 했다. 이번에는 침대버스를 탈 순 없다. 낮에 바깥경치를 보며 올라가야 하는데 침대버스는 아니다. 도와준 중국인에게 고맙다고 하고 다시 무거운 배낭을 매고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3.

중국 야체튀김하나 사먹고 윈난성 지도 사고 표를 끊고 대기실에서 2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최신형 고속버스가 아니라 30인승 허름한 버스다. 버스가 출발한다. 좀 가다가 다른 버스정류장에 선다. 다 내려서 큰 버스에 타란다. 내 자리는 14번인데 매표소에서 두 번이나 좌석 그림을 그려가며 창가자리를 달라했건만 복도쪽 자리다. 뒤쪽으로 보니 맨 뒤 좌석에 사람이 없다. 차가 출발하고 난 맨 뒤 자리로 갔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4.

덜컹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비포장 도로로 가고 있다. 쿤밍-다리 구간의 고속도로 확장 공사인가 보다. 기존 아스팔트를 뒤집었는지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특히 난 맨 뒤자리라 2분마다 몸이 날라간다. 왜 사람들이 앞쪽 좌석에 몰려앉는지 이제야 알겠다. 하지만 뒷자리에서 시원스레 보이는 원난의 풍경이 조금더 점수를 쳐 줄 만해서 계속 앉았다. 벽돌집과 흙집으로 된 집들이 군데군데 모여있다. 그런데 이 집들에 큰 접시 안테나들이 보인다. 한마을은 대부분이 접시 안테나를 달았다. 엉덩이가 점점 아파온다. 처음에는 그래 비포장길의 맛이 있지. 그래야 도착할때 더 감흥이 있겠지라 생각도 했었다. 3시간이 되어가니 그래 편한길이 좋아 간사해진다. 초기 여행자들은 쿤밍에서 20시간 30시간 이상을 가야 다리 리장이 나오는 모험의 코스였었단다.

 

5.

1시 반 쯤 되어 차가 휴계소 식당 앞에 선다. 식권을 나눠준다. 식당에서 백반을 먹었다. 나중에 보니 백김치가 따로 있다. 백김치에 밥을 조금 더 먹었다. 차는 다시 출발하다. 산이 점점 험해진다. 계림의 아기자기한 산이 아니다. 여기도 긴 옥수수 밭과 푸른 풀들이 이어진다. 6시간이 넘게 걸려 다리에 도착했다. 차는 두사람을 내려주고 바로 출발한다. 다리에는 넓은 호수인 얼하이후가 있다. 아주 넓고 시원하다. 버스는 호수 옆으로 달리다가 산길로 접어든다. 풀과 나무들이 낮아진다. 산은 더욱 험해진다. 버스는 8시가 다 되어 리장에 도착했다.

 

6.

하루종일 널뛰기를 해서 양숴에서 자전거 타기처럼 엉덩이가 부서질 것 같다. 터미널 바로 옆에 있다는 여관에 들어갔다. 도미토리가 없단다. 아니 여관이름은 같은데. 여기는 신관이란다. 100원을 달란다. 택시를 타고 구시가지의 유스호스텔로 가기로 했다. 택시 운전수에게 여기 위치 이 빈관이라 얘기했는데 번화가 한 군데 내려주고 걸어가면 된단다. 아줌마 아가씨해서 한 8명이 우리 빈관에 오라한다. 냉정하게 뿌리치고 운전수아저씨가 가리친 저쪽으로 걸어가는데 한 여자가 바로 여기가 자기 숙소란다. 트윈 35원에 해 주겠단다. 좋다고 하고 따라들어가서 보니 더운 물도 나오고 괜찮다. 한 침대에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았다.

 

7.

샤워를 하고 길로 나왔다. 바로 여기가 유네스코가 마을 전체를 문화제로 지정했다는 한옥마을이다. 죽 이어지는 화려한 붉은 조명들 마을 중간을 흐르는 냇물에는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다. 물이 아주 깨끗하다. 아기자기한 다리들 술집들 갖가지 전통물건을 파는 상점들, 이건 인사동의 확대 업그래이드 판이다. 양숴에서 만난 글장이께서 여긴 테마파크 느낌이다고 말했는데 맞는 말이다. 여긴 마치 영화세트장 같다. 만약 술과 노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면 이 리장의 한옥마을 강력 추천할 만하다.

 

8.

배가 고파 군것질을 하고 다시 한옥마을의 샛길로 들어간다. 론리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 했는데 정말로 길을 잃었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의 습성때문이다. 어두운 골목길을 여러차례 헤메다가 큰 길로 들어섰다. 이렇게 헤멜데 큰 수확이 있었다.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았는데 별들이 정말 가까이 있었다. 겨우 숙소로 돌아왔다. 여긴 난방시설이 없다.

 

9.

중국 티비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축구 경기를 자주 중계해 준다. 이를 또 보아주어야 한다. 중국와서 심심치 않게 유럽축구 경기를 본다.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와 AT마드리드의 경기다. 호화군단의 레알과 투지의 AT의 대결이다. AT는 소위 한국축구다. 투지 열정 그런데 마무리가 안된다. 레알 어슬렁거리던 호나우도 산뜻하고 가볍게 골을 집어넣는다. 사람들은 화려한 레알의 경기를 좋아한다. 한지만 공은 둥글고 레알을 지기도 한다. 지구도 둥글다. 이건 좀 더 큰 경기다.

 

 

*  050111 (화) 여행 47일차

 

(잠) 리장 한옥마을 00빈관 4550원 (35원)

(식사) 저녁 볶음국수 520원 (4원)

(이동) 쿤밍-리장  19760원 (152원)

          리장택시 780원 (6원)

(간식) 야체튀김 130원 (1원)

         소세지  130원 (1원)

         감자꼬치 130원 (1원)

         포테토칩 130원 (1원)

         코코넛 설탕 버무린 과자 460원 (3.5원)

(기타) 원난성 지도 520원 (4원)

         침대버스환불감액 1950원 (15원)

 

.......................................... 총 29,04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15 19:37 2005/01/15 19:37

중국 황금 노선인 계림- 쿤밍 열차표

 

1.

8시 50여분에 기차가 출발한다. 이제 다음 여행 국가인 베트남 바로 위 윈난성의 쿤밍으로 간다. 어제 인터넷을 좀 늦게까지 한지라 모처럼 7시에 알람을 맞춰 일어났는데 눈이 떠지는데는 30분이 더 걸렸다. 더운물이 안나온다. 찬물로 세수만하고 방을 나오는데 방 열쇠고리가 깨졌다. 5원을 물고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를 올라탔다.

 

2.

윈난성은 요즘 중국에서 가장 뜨고있는 여행지다. 남한 면적의 다섯배, 시솽반나등 열대지역에서 6천미터가 훨씬 넘는 설산,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본거지, 싼 물가등등 많은 배낭 여행자들이 이곳에 묵다가 비자를 연장하곤 한다는데 나로서도 중국 여행의 마지막 성으로 온 것이기에 기대가 크다. 우선 3200미터의 도시 상그릴라까지 가서 천천히 내려오리라. 그리고 베트남으로 넘어가리라.

 

3.

22시간의 기차여행이다. 내일 오전 6시 반경에 쿤밍기차역에 도착한다. 이미 광저우 갈때 30시간짜리를 타보아서 그런지 낮에 좀 놀다가 자다 일어나면 도착이겠군하는 느낌이다. 같은 칸 중국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나이가 지긋한 부부가 2층이다. 아줌마가 나에게 두 유 스픽 잉글리쉬하고 묻는다. 쪼끔 한 다고 하고 인사를 하니 자기는 쿤밍의 한 중학교 영어 선생이란다. 남편과 함께 계림을 둘러보고 원난성을 돌아볼 계획이란다.

 

4.

이 아줌마의 말이 학기를 마치는 베리 타이어드(매우 지치다)한단다. 방학때 마다 남편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푼단다. 남편인 아저씨는 매우 점잖은 스타일이다. 중국인 특유의 센 억양이 없다. 침대 앞 간이의자에 부부가 앉아 무슨 얘기를 한다. 좋은 그림이다. 조화도가 높아보인다. 아줌마가 더 적극적으로 리드하는 스타일이다. 중국에는 이런 아줌마들이 많다.

 

5.

기차를 여러번 타서인지 기차여행의 설레임은 좀 줄어들었다. 일기 좀 쓰다, 가이드 북 보고, 빵 먹고, 창밖 경치 쳐다보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이 아줌마가 영어를 할 줄 아니 아저씨들이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약간 손해다. 저녁 무렵 창밖에는 옥수수 밭이 끝임없이 이어진다. 벨기에에서 왔다는 그래픽 디자이너 남자와 잠깐 대화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볶음밥과 고추볶음을 시켰는데 맛이 별로다. 중국인 부부는 냄비를 하나 가져와 계속 거기다 사발면의 면을 넣어 먹는다. 그게 더 맛이 있어 보인다.

 

6.

열차가 잠깐 정차할때 뛰어내려 맥주 한병을 사서 올라왔다. 숟가락으로 한 10번에 걸쳐 겨우 마개를 따고 천천히 먹었다. 10시가 안되어 불을 끄려한다. 적당한 속도로 맥주 한 병을 다 마셨다. 내일 눈을 뜨면 또 다른 무엇이 나를 맞이하리라.

 

 

* 050110(월) 여행 46일차

 

(잠) 기차

(식사) 점심 기차 도시락 1300원 (10원)

         저녁 기차 볶음밥 고추반찬 3250원 (25원)

(이동) 계림-쿤밍  30,810원 (237원) 

(간식) 만두 260원 (2원)

          맥주 470원 (3.5원)

........................................총 36,09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15 18:43 2005/01/15 18:43

루디엔 동굴. 푸른빛은 조명발이다

 

1.

오늘은 저번에 보지 못한 곳을 가보리라. 시내 반대편으로 걸었다. 골목에 시장이 나온다. 만두3개를 사먹었다. 날씨가 춥다. 파카와 솜바지를 입어야겠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옷을 껴입고 나와 식당으로 갔다. 낙양에서 맛있게 먹은 티에르반니우로(쇠고기 야체 철판요리)를 시켰다. 고기 맛이 거기 만 못하다. 혼자 요리를 시켜먹으면 과식을 하게된다. 요리를 남기기가 아까워 밥을 많이 먹게 된다. 감자볶음과 함께 밥 두 공기를 먹었다.

 

2.

그동안 산은 실컷 보았으니 산속을 들여다보자. 계림근처에 루디엔이라는 종유동굴이 있다. 역 맞은 편에서 3번 버스가 간단다. 론리에서는 종점에 내리면 된다하여 느긋하게 있었다. 내릴 거리가 지났는데 버스는 계속 간다. 종점은 한 주택가 나무 정자 로터리 였다. 운전사아저씨에게 지도를 내미니 다시 타란다. 루디엔 입구에서 내려준다. 덕분에 주택가도 좀 더 보고 나쁠 거 없다. 입장료가 60원이다. 중국의 입장료들은 글로벌스텐다드의 완성단계인가 보다. 2003년 업데이트 버전 책에서 40원이었는데 50%가 인상되었다. 중국 페스트푸드점의 한시간 시급이 3~4원으로 들었는데 여하튼 관광지마다 중국인들은 차고 넘친다.

 

3.

마침 페키지 일행 30명이 입장을 시작하고 있었다. 마이크를 든 가이드가 설명을 시작한다. 여기는 동물원, 여기는 채소, 여기는 꽃과 새, 여기는 마천루 이런식으로 종류석의 모양을 나름대로 갖다붙여 팬조명으로 설명을 한다. 나도 그동안 말을 갖다붙이기를 잘한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지만 좀 장난친다는 느낌이다. 조명도 한 수 거든다. 꽃 모양에는 빨간색, 채소모양에는 녹색, 진지하게 듣는사람들도 있다. 드디어 1000명이상의 사람을 수용한다는 용왕의 수정궁까지 왔다. 실제 언젠지는 몰라도 전시때 더 많은 사람들이 포격을 피해 여기로 피신했었다한다.

 

4.

조금 쉬었던 페키지 일행이 다시 출발한다. 뒤따라갈까하다 혼자 거닐어 보기로 했다. 시끌벅적하던 넓은 수정궁이 조용해진다. 동굴의 제모습이 조금 들어온다. 저기 또 한팀이 오고있다. 마이크소리가 들린다. 나는 적절히 두팀의 중간에서 거리를 유지하자. 이곳의 색색조명도 페키지 팀의 이동에 맞춰 켜졌다 꺼졌다 한다. 다시 좁은 길로 이동하는 데 조명이 꺼지고 어두워진다. 이제 내가 동굴에 있다는 느낌이 제대로 온다. 억만년 시간동안 만들어진 종유석들을 지나친다.

 

5.

10대때 한 문화사전에서 겁이라는 단어를 본 적이 있다. 겁이란 어떤 시간단위인데 특히 겨자겁과 반석겁이 기억에 남는다. 겨자겁은 사방 1000리의 성에 겨자를 가득 채워넣고 100년에 할알씩 빼내어 겨자가 다 없어지는 시간을 말하고 반석겁은 사방 1000리 크기의 반석에 100년에 한번 부드러운 행주로 한 번씩 반석을 훔쳐 반석이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을 말한단다. 몇년전 본 한 출판사의 매스터마인즈시리즈중 시간박물관인가 독일에서 프로잭트 시계로 3000년에 한 초씩 가는 시계를 만들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현 세태에 대한 상징적인 저항의 의미로 이 프로잭트 시계를 만든것이리라. 한편 요즘 느림이란 단어도 코드화 상품화되어 서점 대중매체 여행사에 수익증대에 기여하고 있는지라 조심스럽기도하다. 그동안 난 사람들에게 느리다는 말을 듣는 편이었다. 이 말에는 항변하고 싶다. 난 느린게 아니라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다고... .

 

6.

좁은 굴을 빠져나왔다. 다시 돈 받고 사진찍어주는 광고가 보인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억만년 시간의 역사와 함께 호홉했다. 그 종유석들은 큰 별일이 없다면 계속 거기에 있을 것이다. 색색 조명발을 받으면서... .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왔다. 반대쪽으로 걸었다.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전제품 골목이다. 강이 나오고 계림미술관이다. 지도에도 없었던 것이라 반갑다. 안에 들어가 보고 있는데 정전이다. 그냥 나왔다. 멋진 복장의 경비원에게 난시공원이 어디냐 물어 걸어갔다. 분위기가 한적하고 좋다. 산이 나오고 매표소가 보인다. 난 뒤쪽길로 그냥 들어온것이다. 입장료를 보니 27원이다. 이 또한 흐뭇한 일이다.

 

7.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침에 갔던 시장에 들렸다. 김치절임을 판다. 그래 저거야! 작은 두 포기를 1원에 사고 걸어나와 봉지에서 한 잎띁어 깨무는 순간 이게 아니다. 절인게 아니라 그냥 밍밍한 맛이다. 오랜지가 싱싱한 노점이 있다. 청년이 시식해 보란다. 맛이 있다. 5개를 골랐는데 1.5원이다. 숙소 앞 까지 걸어오는데 택시 기사 아줌마가 나에게 손짓하며 뭐라고 한다. 나는 택시를 타라 하는 줄 알고 모른체하며 걸었는데 손이 허전하다. 중국 시장 비닐은 얇고 부드러워 쑥 빠져 버린거다. 어디에 균형을 맞추어야 할까? 다 들어주기도 그렇고 안들으면 이렇게 벌받고... .

 

8.

김치를 버릴 수는 없다. 속의 맛있는 부분을 잘게 찟어 가지고 다니던 중국 파오차이와 버무렸다. 김치를 급조했다. 기념으로 숙소 입구의 뚝배기 밥집에 가서 이 김치와 밥을 먹었다. 맛이 좀 있다.

 

 

* 050109 (일) 여행45일차

 

(잠) 화만루 싱글룸 5200원 (40원)

(식사) 점심 소고기철판 감자볶음  3150원(25원)

         저녁 뚝배기 밥 650원 (5원)

(이동) 버스 왕복 390원 (3원)

(입장) 루디엔 동굴 7800원 (60원)

(간식) 만두 130원 (1원)

          오랜지 470원 (3.5원)

          씻은 배추 130원 (1원)

(기타) 인터넷 5시간 3150원 (25원)

 

.................................................총 21,07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15 16:47 2005/01/15 16:47
  1. 고양이
    2005/01/17 10:53 Delete Reply Permalink

    느리다? 겨우겨우 쫓아간다? 난 그런 여유가 필요하다. 정말 또 부럽다. 떠나는 자만이 인도를 꿈꿀수 있다는데. 나도 떠나야지.


1.

아침 일찍 중국인 장쯔가 떠난다. 백번은 넘게 건빠이를 한 사이인 장쯔는 난닝으로가 류더취를 만난단다. 광저우에서 50명규모의 무역회사에 다닌다는데 그도 시간여유가 좀 있나보다. 좀 더 자다 일어나 나도 계림으로 가기 위해 배낭을 꾸렸다. 어제 만난 중국인 남녀와 사진을 찍었다. 쎄씬이 어디서 필름 사진기를 가져왔다. 숙소 앞에서도 사진을 찍었는데 쎄씬이 나보고 한 계단 내려가란다.

 

2.

계림가는 직행버스를 타고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열차 황금노선인 계림-쿤밍간 열차표를 몇 일자를 끊느냐에 따라 계림에 머무는 시간이 결정될 것이다. 양숴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이 추천한 역 맞은편 화만루를 찾았다. 건조한 건물사이루 꽃 간판이 보인다. 주변이 허름한 아파트 단지여서 화만루의 분위기는 더 깔끔해 보였다. 도미토리가 30원이고 욕실없는 싱글이 40원이다. 양숴에서 9인실에 오래 있었던터라 싱글이 탐이났다. 보여달라고 해서 본 첫번째 방은 창문이 없다. 노우 하고 그냥 도미토리를 생각하고 있는데 직원이 뭔가 확신에 찬 얼굴로 방 하나를 더 보란다. 크기는 같은 침대하나의 작은 방인데 창문이 있고 길다란 나무가 뚝 버티고 있다. 마음에 든다. 오케이하고 짐을 정리하고 나왔다.

 

3.

근처식당에서 뚝배기에 밥을 지어주는 백반을 먹고 기차역 매표소로 갔다. 한 2~30분을 가지고 있는 열차시간표와 전광판을 대조하며 노트에 편명 출발도착지 침대종류 날짜등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표기해서 줄을 섰다. 매표소 공간은 줄 선 사람들로 꽉 차있다. 원난성은 중국인들도 여행지로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좀 짧은 줄을 섰다 싶었는데 이 줄이 해체된다. 이게 왠 일인가? 별 수 없이 다른 줄의 뒤에가서 섰다. 사실 중국의 열차표 끊기가 그렇게 여럽다는데 겨울여행이라 그냥 별 무리없이 왔었는데 제대로 경험해 보고 있다.

 

4.

줄 선 중국인들의 거의 젊은이들이다. 표를 산 그들의 표정은 꼭 복권당첨금 탄 사람의 얼굴이다. 당연이 돈 주고 끊는 것임에도 이미 마음은 도착지에 있는 그런 얼굴이다. 내 앞쪽에 있는 한 커플은 이미 여행지에 와 있다. 설레임이야 말로 여행의 필요조건이리라. 줄은 줄어들고 나도 노트를 내밀었다. 내일 저녁 출발하는 상하이발 쿤밍행 열차는 없고 다음날 아침표가 있단다. 하오(좋다)고 하고 표를 받아 나왔다. 내 얼굴도 그랬을까?

 

5.

역 앞에서 한 중국인이 영어로 인사를 한다. 자긴 버스표를 판단다. 쿤밍가는 버스도 있단다. 시설이 좋단다. 나는 이미 표를 끊었기에 대화를 나누다 이만 간다고 하고 헤어졌는데 나중에 다음 여행카페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계림역에서 영어 잘 쓰는 중국인 사기꾼이다. 처음엔 잘 해주다가 나중에 쿤밍가는 차라 해서 탔는데 마흔 몇 시간 동안 돌아가는 버스였다. 조심하라. 내가 만약 표를 못 끊었더라면 나도 그의 마수에 걸려들었을 것이다.

 

6.

시내 맞은 편으로 좀 걸었다. 제대로 된 대형 할인매장이 나온다. 중국 상품 구경하고 가격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먹은 과일제리 6봉지, 50%할인하는 과일야체주스 두병 한세트, 아체크랙커, 포테토칩, 깍뚜기포장한 것, 칭다오 맥주 한캔,휴대용 술병에 넣을 50도 짜리 고량주 한병을 샀다. 20원어치다. 실뭉치공을 농구대 비슷한 동그란 구멍에 세번다 집어넣으면 와인 한 병주는 행사에 줄을 서 던졌는데 손목 스냅이 말을 안 듣는다. 세번다 꽝이었다. 야체코너에서 각종 야체들 중국이름을 죽 훝었다.

 

7.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근처식당에서 가장 만만한 마파두부와 냉오이무침인 우란나황과를 먹었다. 숙소에 들어와 인터넷을 하는데 갑자기 정전이 된다. 옆에있던 서양인 아줌마, 오 쉬트 한다. 물론 유머스럽게 했지만 열 번을 넘게 하니 별로다. 그동안 보아온 서양인중에 난 좀 더 우월하고 돈을 쓰러왔다는 태도를 풍기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어디를 가도 다 마음 같지 않다.

 

 

* 050108 (토) 여행 44일차

 

(잠) 계림역 맞은편 화만루 5200원 (40원)

(식사) 점심 뚝배기 밥 650원 (5원)

          저녁 마파두부 1170원 (9원)

(이동) 양숴-계림 1690원 (13원)

(간식) 할인점 먹을 거리들 2600원 (20원)

(기타) 인터넷 시간당 5원 2340원 (18원)

 

....................................................총 13,55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15 15:02 2005/01/15 15:02

1.

오늘 아침은 어제 사람들이 많이 나가서인지 한적하다. 오늘은 차분하게 밀린 일기를 쓰리라. 일기를 쓰고 블로그에 올리면서 얻는게 많다.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 쓰다보면 그날의 일과 함께 과거의 연관된 일도 떠오른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왔을때 일기를 보면 그날의 영상이 떠오르리라.

 

2.

다시 전망좋은 강가의 레스토랑으로 갔다. 요리를 하나 시켜 밥에 먹었다. 돼지고기 삼겹 부위를 튀겨 양념한 요리다. 2시간 정도 앉아있었는데 추워서 숙소로 들어왔다. 중국소녀가 들어왔다. 이름이 쎄씬이란다. 아주 아담하고 통통한 스타일이다. 광저우 근처의 중산이란곳에 산단다. 나에게 중국어로 계속 물어보는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냥 웃고 있으니 답답하다며 머리를 흔들어댄다. 84년생이라는데 꼭 초등학생을 앞에 두고 있는 거 같다. 

 

중국소녀 쎄씬의 스티커사진

 

3.

또 한명의 중국인 남성이 들어온다. 이창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는데 그럼 공무원인가? 나이는 29살인데 일한지 8년되었단다. 풋풋한 여행자의 얼굴이다. 명함에 이메일을 써주는데 중국 소수민족 아이들의 사진이 배경이다. 이 친구에게 마오 전기를 보여주었더니 약간 놀라는 눈치다. 마오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단어가 생각이 안나 마오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가 뭐라고 대답할찰라 쎄씬이 끼어든다.

 

4.

결국 쎄씬과 거리로 나왔다. 거리를 한바뀌돌고 대화가 안통할때 가장 무난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민물고기찜 식당에 들어갔는데 이 소녀 이건 얼마냐 저녁 얼마냐 꼼꼼히 따진다. 또 다른 모습이다. 중국사람들은 어릴때부터 돈에 대한 관념이 철저한 거 같다. 이 식당을 나와 내가 마파두부와 감자볶음 먹었던 곳에 들어갔다. 닭고기를 밤과 함께 조리한 요리, 중국식 야체셀러드, 감자볶음을 시켰다. 감자볶음이 맛있단다.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참 잘 들먹는다.

 

5.

내가 계산을 하고 다시 서로쪽으로 걷는데 식당에서 처음 5원을 부른 중국식 큰 오랜지가 있다. 쎄씬이 막 흥정을 해서 두개 4원에 산다. 그 중 하나를 나를 준다. 나는 숙소로 들어가겠다고 하고 쎄씬은 입을 삐죽이더니 숙소에서 다시 나간다. 이 소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중국사회주의는 그의 감성에 아무런 영향을 못미치는거 같다. 나중에 쎄씬이 멀 잔뜩 사온다. 계림식 과자 세트와 기침에 좋은 차이다. 과자를 나에게 나눠주고 차 두팩중 하나를 나를 준다. 내가 고맙다고 하자 부커치(천만에요)한다.

 

6.

오늘은 양숴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잉글랜드 여성 피오나도 내일 4시간 거리의 다른 곳으로 떠난단다. 변호사인지 그 사무실에서 일하는지 법조계 특유의 깐깐함이 얼굴에 있다. 물론 모든 법조인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나도 별로 아쉬운게 없어 그동안 별 대화가 없었다. 한 가지 우스운건 피오나는 에니메이션 슈랙의 공주이름이고 또 잉글랜드여성 프란세스는 이름 그대로 공주다. ㄷ자 침대 배열에서 내 머리맡에는 프란세스가 내 다리 쪽에는 피오나, 두 공주이름의 잉글랜드 여자와 오늘밤까지 4일동안을 함께 잔다. 그런데 별다른 감흥이 없다.

 

 

* 050107 (금) 여행43일차

 

(잠) 3250원 (25원)

(식사) 점심 돼지고기튀김양념 3120원 (24원)

          저녁 닭요리, 샐러드, 감자볶음 4940원 (38원)

(간식) 사과 4개 520원 (4원)

          포테토칩 110g 560원 (4.3원)

          치약 작은것 200원 (1.5원)

 

..........................................총 12,69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15 14:38 2005/01/15 14:38
  1. 사막은
    2005/01/16 23:04 Delete Reply Permalink

    어이! 여행하며 연애도 하시려나보죠? 왠 감흥까지 찾으시나.. 함 잘 해보시죠. 재미난 일이 생길지도 ^^

  2. 자일리톨
    2005/01/21 18:05 Delete Reply Permalink

    그동안 잠시 아이비님방에 들어오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밀린 걸 다 읽으려니 분량이 만만치를 않아요^^
    근데 광저우 근처의 중산이라면 쑨원이 태어난 곳이로군요? 광둥사람들은 특유의 발음 탓에 중국주류사회에서 많은 소외를 당했다고 하던데, 그 때문인지 역사에 이름을 남긴 반골들이 많은 것 같아요. 쎄씬도 반골일까?ㅎㅎㅎ
    저는 지난번 태국여행을 할 때 여러사람이 같이 쓰면 불편할까봐 일부러 게스트하우스 독방에서 묵었는데, 도미토리에서 묶을 걸... 이라는 생각이 글을 읽으면서 들었답니다:)

« Previous : 1 : ... 62 : 63 : 64 : 65 : 66 : 67 : 68 : 69 : 70 : ... 71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