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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문화와 정책에 성찰이 없다.

행인님의 [책임전가의 대상을 찾는 사회] 에 관련된 글.

저로서는 최근에 언론에도 자주 오르내리고, 정부 부처까지 나서서 정책이랍시고 설레발을 쳐대는 것을 보면서, 인터넷의 "악영향"이라는 것에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대책 없는 설레발을 쳐대는 것만 잘하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일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한번 교육인적자원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EBS 수능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 유출과 관련해서 공무원들과 이야기할 자리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주민등록번호 수집 자체의 문제가 나오게 됐는데, 공무원이 하는 말이 우리나라 IT강국 된게 다 그 주민등록번호 때문이라는 소리를 버젓이 해대는 것을 보면서 정말 생각을 안하는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주민등록번호 유출이 발생하고, 현실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회원 가입시 수집하는 것이 불필요한 상황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생각이라는 것을 할 의사가 없다고 봐야겠지요. 결국 EBS는 주민등록번호를 아예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아직까지 주민등록번호 없어져서 문제 생겼다는 말 들은 분은 없지요? 저도 없습니다.


악풀이니 개인 명예 훼손이니 하는 것에 대해서 대책이라고 인터넷 실명제를 논하는 정보통신부를 보면 정보통신을 맨날 산업이나 기술 개발 수준에서 밖에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일인 매체인 블로그(싸이월드 같은 것도 포함)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어쨌든 카페가 되었던, 포탈이 되었던, 언론 사이트가 되었던 기본적으로 한 개인이던 집단이 중심이 되던 일종의 공동체를 온라인 상에서 만들어가는 것인데, 당연하게도 그 공동체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의 공존 양식, 운영 양식이 만들어져야 함에도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노력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전혀 원인과 결과의 관계도 아닌, 일방적으로 표현의 방식 자체를 축소시켜 해결하려는(더더군다나 개별 공동체의 특성은 고려하지도 않고) 것은 생각을 하기 싫다는 것이겠지요. 영국의 국영방송인 BBC에 보면 주제별 토론을 네티즌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의견이 다양할만한 기사와 보통 함께 갑니다. 제가 기억하는 바로는 이토론 기능을 "Have your say"라고 합니다. 토론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은 웹 페이지 상에서 의견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의견이 온라인 상에 공표되는 것이 아니라 BBC 내부에서 선별하여 공표가 됩니다. 이게 표현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저는 보지 않습니다. 부적절한 표현, 주제와 상관 없는 의견은 토론에서 사회자가 제재를 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언론 사이트나 포탈의 뉴스 사이트를 생각해 봅시다. 기사 밑에 맘대로 덧글 달게 해놓고는 그게 제대로 된 토론이나 추가적 제보 등을 유도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게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형 사이트(포탈, 언론 등)의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이에는 못 미치지만 중소규모 사이트들도, 공동체로서 명예 훼손, 비방, 개인의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해서는 공동체의 동의를 모아 자신들의 성격에 맞는 공동체 운영 방안을 고민하고 공식화(회칙, 규정, 운영 체계)하는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중소규모 사이트들의 경우 이런 고민들을 어느 정도는 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논의를 모아가고 구체화하는 것이 어렵고, 사이버 공동체의 목적에 직접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노력을 기울였을 때, 더 튼튼하고 신명나는 공동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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