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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함은 느림에서 온다. 느림은 관조에서 온다. 관조란 곧 감상이다. 그리하여 생활감상문.'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4/18  요즘 노래 (4)
  2. 2009/04/09  일종의 선물경제 실현 (8)
  3. 2009/03/31  요리책 16권 (22)
  4. 2009/03/19  봄바람 속에 가을 풍경 감상 (5)
  5. 2009/03/17  봄날, 쑥요리 (9)
  6. 2009/03/05  자동 수리 (2)
  7. 2009/02/22  감정의 불균형
  8. 2009/02/16  노다메의 거울 (2)
  9. 2009/01/20  지금 대단히. (2)
  10. 2009/01/18  우울한 겨울날엔 청국장에 파래김 (2)

요즘 노래

2009/04/18 10:39 생활감상문

 

뜨거운 감자, <비 눈물>, 2008

작년 가을 처음 나왔을 때도 몇 번 찾아 듣고 좋다고 생각했다가 또 잊어버림.

그러다 지난 주말 다시 생각나 듣고 있으려니 더욱 좋다.

요 앨범 전체를 따라불러 봐도... 작년에 몇 번 들을 때 꽤 많이 입력이 된 것인지

노래도 꽤 잘되어 기분이 좋더군. 가사도 입에 착착.

H양 꼬셔서 어린이날 콘서트 보러 가기로. 음~ 얼마 만에 가는 콘서트장인가. 움홧홧.. .

 

 

 

푸디토리움(김정범), <그저 그렇고 그런 기억>

푸딩의 리더인 김정범이 이번에 솔로로 낸 디지털 싱글.

푸딩은 <러브토크>, <멋진 하루> 등의 음악으로 알고 있는데...

드라이하면서도 살랑살랑 위로하는 맛이 좋은, 젊은 재즈그룹인데,

푸딩 연주가 앙상블을 위주로 한다면 혼자라서 그런지 좀더 발랄하다.

이 양반 내가 알기론 나와 동갑인데, 

오히려 몇 년 전에 만든 푸딩 앨범이 더 점잖다.

음~ 앨범 전체로 안 내려나? 기대되네. ㅋ 

 

 

 

에릭 사티, <그노시엔 1번>, 알렉상드르 타로 연주

프랑시시즘 피아노(뭔가 섬세하고 요염하면서도 맑은 느낌)의 대표 주자 타로...

라모, 라벨, 쿠프랭, 사티 등 프랑스 작곡자들의 곡을 많이 친다.

(아아, 알고 보면 민족주의자... 이런 골치아픈 케이스는 아니겠지? 음~)

재작년에 한불수교100주년 기념 행사로 프랑스문화원 초대를 받아 처음 한국에 와서 연주회를 할 때

나는 그때가 경품운이 최고조라 티켓이 생겨.... 누군지도 모르고 갔다가...

그 잘생긴 외모, 수수한 옷차림, 기나긴 손가락, 그리고 세 번째 곡(쿠프랭)에서

듣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왜 우는 줄도 모르고 울고 싶게 하는...

눈물이 찔끔. 뭔가 내 안에 슬픔이 있는 걸 다 알고, 슬퍼도 돼... 하는 듯한 연주.

그렇게 홀딱 반해서 연주회장에서 당장 CD를 샀다.

그리고 올해 1월에 나온 타로의 사티 연주가 멋지다길래... 찾아보니 아직 수입 전.

생전 그런 거 할 줄도 모르다가 풍월당에 선주문 구입(외국 주문 대행 같은 것)까지 했다.

2CD 앨범인데... 사실 난 2번째 씨디의 노래들이 더 좋다만.... 저작권 문제 땜시롱

요걸로 대치. ^ ^

 

그리고... 김창훈 아저씨(산울림 둘째)의 신곡 <괜찮아>.....

50대 아저씨가 그렇게 맑은 목소리 내도 되는 거야? 하는 탄성...  

그렇게 듣고 있다 보면 진짜 기분 괜찮아진다.

(이건 아직 유투브에 없더군. <음악여행 라라라>에 나온댔는데... 언제일지..)

 

마지막...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어디에선가 재상영하길래....

2001~2005년 사이 무진장 들어서 감동이 좀 잦아드는 것 같아서 이후 잘 안 들었었는데...

간만에 찾아서 들었더니... 역시 찌르르~ 하는 것이.... 끙~

그래... 역쉬 난 쿠반 재즈야(라기보단 역쉬 거장들이야겠지?).

내 피는 확실히 더 뜨거웠던 것이야...

그리하여... 3~4월 교육비 과다 지출(불어, 푸코, 요가 3개월 분)로

이번 달 책과 음반 구입 자제키로 그리 결심을 하였건만....

작년 가을 한정수입된 카네기홀 공연실황+티셔츠까지(딱 1세트 남았다는 데 더욱 현혹되어)

사들이고 말았다.

 

아... 뭐가 좋으면 그것이 꼭 소비로 연결되어야 하는가... 좀 부끄럽다만... 좋단 말이다. T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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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8 10:39 2009/04/18 10:39

일종의 선물경제 실현

2009/04/09 21:58 생활감상문

Lovefoxxx: 라브♡님의 [고마워요!] 에 관련된 글.

빈집님의 [선물, 화폐, 노동, 사랑] 에 관련된 글.

 

라브 님이 트랙백 안 된다 하시고, 내가 별도 트랙백을 걸려고 해도 안 되길래....

그냥 새 글을 하나 쓴다.

 

지난 주부터 이번 주에 걸쳐... 요리책 세 권을 증여하면서, 꽤 흥미로운 한 주를 보냈다.

우중산책 님 블로그는 전부터 가끔 들르기는 했지만, 사실 닉네임과 글을 잘 연결해서 생각하지는 못했다. 이번 기회에 어디 사시고, 뭐 하시는 분이고, 무슨 책을 읽는지 알게 되서... 진보넷 블로그 마을에서 아는 사람이 한 사람 더 생긴 기분^ ^.

 

포스팅하고 회사 동료들과 점심 먹으면서 요리책이 많아서 몇 권 내놓는 중이라고 했더니 디자인팀 S과장님이 한 권 탐내시길래... 드렸더니... 프리랜서 시절 집에서 밥해 먹기 귀찮고 바쁠 때 드시려고 다량 구입한 오트밀을 한 봉지 가져다주셨다. ㅎㅎㅎㅎ

 

그 오트밀을 집에 들고 온 날... 나의 홈베이킹 스승 월인정원 님께서는 내츄럴 쿠키라는 이름의, 오트밀이 들어간 레시피를 새로 포스팅하셨다. 그리하여 두어 번의 실험을 거친 끝에... MSG를 비롯하여 각종 화학첨가물을 일절 끊는 바람에.... 그 좋아하는 과자도 안 먹고 사는 임쿤에게 쿠키 한 봉지를 구워 줄 수 있었다.

 

라브님과는 직장도 한 동네(작은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 방향으로 각자의 회사가 자리했다)라 직접 만나 책을 드렸는데... 뜻하지 않게 핸드메이드 립밤까지 선물해 주셔서... 증여가 아니라 교환이 되었다. 헷~

 

그렇게 남들에게 요리책을 나눠 주는 동안, 과 선배인 S언니가 홍대에 납시어 꽤 오랜만에(여름휴가 이후 처음이던가?) 맛있는 점심에다가 직접 번역한 피카소의 요리책까지 선물해 주시었다. 오호~ 떠나 보내는 게 있으면 또한 내게 오는 게 있다는 것은 역시 상당히 경험적인 사실이었던 것이다.

 

원래도 선물 경제를 신뢰하는 편(인류학자인 오클라 샘과의 관계에서 늘 배워오던 것)이기는 했고, 얼마 전 맑스의 정치경제학과 모스의 인류학을 접목시킨 책 OK작업에 투입되어(모스 관련 부분과 결론만 읽었다) 다시금 그런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효과가 즉각적인 때는 또 처음이었다. ㅋㅋㅋ

 

그렇게 흐뭇한 나머지... 한가한 3월 지나 4월 들어 새로 시작한 요가수업과 "푸코의 통치성의 계보학" 강의와 불어학원과 야근과 불어 진도 복습 사이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젯밤... 오늘 열리는 고병권 선생님 강연회(회사 홈페이지 오픈 기념 독자 행사)─를 빙자하여 평소 팬이 너무 많아 차마 내비치지 못한 팬심을 표현코자─에 내놓는답시고 큼지막한 우리밀 당근 케이크를 구웠던 것이다. 

 

이리하여 오늘은 몸살이 올려나 어쩌려나 하는 가운데... 선물경제의 기쁨과 신체의 고단함을 곱씹으며...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게 되었던 것이다. 모두들 굿나잇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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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9 21:58 2009/04/09 21:58

요리책 16권

2009/03/31 21:48 생활감상문

이번 달에 망설이고 망설이(는 척하)다가 야구선수 박찬호 부인이 쓴 요리책을 샀다. 처음 책이 나왔을 때는 유명인사가 만든 요리책이려니 했는데... 책 나온 지 꽤 시간이 지나 서점에 가 책구경을 했더니 꽤 탐나게 책을 만들었더군. 재일교포 3세에다가 요리학교 출신, 유기농 레스토랑 스태프, 간단한 프렌치 레시피를 중심으로 한 요리 스튜디오 강사를 거쳐 한식 매니아인 메이저리거 전속 요리사(라 해야 할 전업주부)가 된 사람이 쓴 요리책인지라 한식, 일식, 간단한 양식 등 다양한 레시피가 마음에 들었고 하루키 소설 속 요리만 모은 요리책을 제외하곤 제대로 된 일본 요리책이 없는지라... 결국 월급 탄 다음에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을 하고 말았다. 좀 바쁘기도 하고, 요리할 시간이 없기도 하고 해서 회사 책상 근처에 두고 휴식용 독서거리로 하다가... 열흘 정도 지나서야 집으로 들고 왔다. 어제그제 조금 읽다 보니... 당장 뭘 해먹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만(그러기엔 4월에 학습 계획이 쫌 빡시다) 문득 내가 요리책을 몇 권이나 가지고 있는지 세 봐야겠다는 생각이....

 

도합 16권이다.

─ 새로 산 리혜씨 책.

─ 정마에 요리책(한식+이탈리아식+프로방스식 요리가 있는데 요즘 이 양반이 정치성 때매 욕은 먹지만서도 여기 레시피는 참 좋은 게 많다),

─ 100가지 파스타 소스(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할인가로 산 거다. 이땐 이 나라에 파스타 먹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여하간 파스타들 너무 비싼 게 난 참 불만이란 말이지. 웬만한 데보단 내가 낫다구.)

─ 하루키가 내 부엌으로 왔다는 요리책(하루키 소설은 별로 본 게 없지만, 레시피는 쓸 만하다)

─ 저인슐린 요리책(소박한 요리책의 시작이었달까. 이거랑 하루키 요리책은 아름다운 서재에서 무지 저렴하게 구입했다)

─ 환경연합에서 펴낸 사계절밥상+소박한 밥상 도합 2권(이 이후 집에서 땅콩버터에 두부까지 만들었으니 내가 미쳤지.)

─ 두부 전문 요리책(두부회사에서 대학 연구소랑 만든 책인데, 채식자들을 위한 레시피로 쓸모가 많다)

─ 친환경요리로 유명한 블로거의 후닥닥 밥상책(여기서 배운 꽁치찌개가 독신생활 연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지)

─ 요즘처럼 먹을 게 많은 시대엔 채소가 오히려 보양식이라는 책(요리책 오니까 냉큼 집어가서 구경한 P팀장은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고기가 안 맞기 때문에 고기를 자주 먹는 자인 것이다)

─ 다른 출판사 다니는 편집자 선배가 [K편집장님에게 선물한 것을 다시 내게 선물로] 주신 아침식사 책(아침에 먹을 만한 죽요리가 많아서 한동안 애용했다)

─ 내가 직접 편집한 행복 레시피(잼은 제철 과일로 딱 한 병만 만들자, 오후 4시엔 간식을 먹어야 한다는 철학을 전해 주었지)

─ Y양이 뉴욕 헌책방에서 사다 준 루마니아 요리책(영어책인데, 지중해식 요리책과 별로 다르지 않다. 파메르산 치즈를 갈아 넣는 옥수수빵이 꽤 짭짤하니 맛있다)

─ D식품에서 연어캔 내면서 홍보용으로 만든 연어캔 요리책(정확히 말하면 카탈로그)

─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Y양이 홍콩 헌책방에서 사다 준 굴요리 책(요것도 영어인데... 크림소스 굴 파스타를 지난 겨울에 못 해먹고 지나간 것이 참 아쉽다)

─ 재작년에 베이킹에 올인해서 사들인 프랑스 빵 책(이건 전문서라서 사실 나한테 어려웠다. 나에겐 월인정원님 레시피가 쵝오!!!)

...

생각해 보니... 처음 독립할 때 산 요리책(싱글을 위한 요리책 뭐 그런 거였다)은

재작년인가 H군이 살림재미 붙였을 때 분양해 줬구나...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중요 레시피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이것도 거의 소장이라 치고....

...

행복 레시피 이후에 기획해 나온 와인 감상법 책도 요리책 비슷한 것이긴 하지.

그러고 보니... 다이어트 설명서에도 별책부록으로 저칼로리 요리책이 달려 있었구...

제빵기랑 미니오븐에 달린 레시피북도 각각 하나씩 있고...  

 

여기에 그림 속의 음식을 다룬 문화사 책과 요리사의 세계를 다룬 인터뷰집까지 하면

요리 관련 책이 20권이 넘는 셈인데

내가 읽은 어떤 분야의 책도 이 정도 종수까지 채운 건 없다. 켁....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걸?

 

요새 요리 자주 안 하는데...... 좀 아깝다는 생각이......

사실 처음에 권수를 셀 때는 잘 안 보는 책은 분양해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하나하나 열어보니... 추억이 있는 요리들이 하나씩은 있어서... 못 나눠 주겠다.T T

아아~ 나의 물욕은.. 거.. 참...

 

 

[보탬]

1. 그래도... 물욕은 버리는 게 좋으니까, 아래 요리책은 원하는 분이 있으면... 택배 착불로다 그냥 보내 드리겠습니다.  탐나는 분들은 댓글 다시어요.
저인슐린 다이어트 쿠킹

오늘의 행복 레시피

참 좋은 아침식사

(+울 회사 블로그 포스트로 만든 스트리트 매거진 1권)

 

2. 리혜씨 요리책은 레시피는 좋은데, 사실 내용상... 셀러브러티 전업주부 환타지를 [나 말고 다른 독자들이] 키우게 될까 쫌 저어한 생각이 들어서,  "나의 요리책 읽기"라는 포스팅을 하나 마음 먹고 제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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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31 21:48 2009/03/3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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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속에 가을 풍경 감상

2009/03/19 23:36 생활감상문

라울 뒤피, 탈곡(Le Depiquage)

 

H양과 퐁피두센터 특별전에 다녀왔다(원래는 지난 토요일에 가기로 했던 건데... H양 술병 나서 못 가고, 일욜날이 마지막 날인 줄 알고 갔다가 1주일 남았길래 혼자 보는 것보단 친구랑 수다 떨면서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과감히 제끼고 광화문 근처 혼자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 쉬었다).

유명한 그림도 많고, 좋은 그림도 많고 뭐 그랬지만... 내가 제일 좋았던 건 이 그림이다. 나야 전형적인 도시 아이지만,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거의 매달 시골 할머니댁에 내려가서 할머니/삼촌/아버지가 농사 짓는 데 따라다니며 놀기도 했던지라...... 추수 때나 모내기 때 특유의 분주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조금끔은 알고 있어서 그림을 보니까 탈탈탈탈 하는 탈곡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크로키의 빠르고 거친 손놀림 자체가 사람들이 계속 움직이는 중임을 보여 줘서.... 재미났다.

 

아침에 비 온 탓에, 모처럼 숨쉬기 좋은 맑은 공기가 되었던지라... 겨울 동안 제법 길게 자라난 머리가 봄바람에 날리는 기분이 (머리 긴 사람만 느끼는) 묘하게 상쾌하고 감각적인 저녁이었다. 수다와 함께한 한 잔의 맥주도 상콤했고... 그리 봄바람 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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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9 23:36 2009/03/19 23:36

봄날, 쑥요리

2009/03/17 23:31 생활감상문

독립하기 전에는.... 쑥이란 어디 가서 캐 오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주로 엄마가 시골 뒷산이나 청계산에서. 그렇게 한 광주리 캐오시면 삶아서 냉동했다가 가끔 쑥떡을 해주셨다. 엄마의 쑥떡은 쑥을 어찌나 많이 넣었던지 까맸다. 게다가 까만콩까지 삶아 넣어 더 까맸다.

독립해 나오니 집 앞 슈퍼에서 봄이면 쑥을 판다. 음~ 어찌나 그 향기가 좋던지. 뭐 할 줄도 모르면서 그까이꺼,(이럴 때만 충청도 기질 나온다. ㅋㅋ) 방앗간에서 쌀가루 사다가 데친 쑥이랑 대충 버무려 프라이팬에 기름 둘렀다 닦아 낸 후 반죽 올려놓고 꾹꾹 눌러서 약불에서 은근히 구웠다. 나름 쑥으로 만든 난(nan; 인도빵)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느 해엔 맵쌀가루에 버무리고, 겨울에 호박죽 끓여먹고 남은 찹쌀가루가 있으면 찹쌀로도 지졌다. 쑥부꾸미야...라고 생각하면서. 목적은 쑥을 먹는 거지, 어려운 요리가 아니야.

그렇게 만들어서 회사 들고 가면... 나름 특이한(뭐 떡도 아니고, 부침개도 아닌... 대충 만든;;) 간식거리여서... 다들 별미라 생각해 줬다. 고마와라.

 

요즘엔 생협에서 쌀이랑 달걀 받고, 야채는 집앞 야채가게에서 조금씩 사고, 고기랑 생선은 집에서는 해먹는 일이 없으니까(단백질은 주로 외식과 두유로 섭취).... 올해는 쑥 살 일이 없겠구나 했는데, 생협에서 생쑥 올라왔길래 당장 한 봉지 주문했다.

 

쑥빵이나 뭐 케이크 같은 걸 해먹을까 하다가... 아... 그래도 내가 개발한 쑥난...이 먹고 싶어진 거라. 간간하니 담백하고 바삭한 그 맛... 일단 집에 들고 온 쑥은 데쳤는데(그냥 두면 물기 때매 썪는다) 내일은 요가 가는 날이고, 모레는 퐁피두전 마지막주라 슬라이딩해서 보러 가기로 했고, 금욜은 전 직장 J선배가 C양 저녁 사준다고 찬조출연하라 했으니... 이 향기로운 쑥을 먹으려면 며칠이나 걸린단 말이다.

 

바로 인터넷 검색 들어가 주시고.. 쑥된장국을 찾았다. 어찌나 간단하던지.... 물에 된장 한 숟갈이랑 양념가루(멸치, 다시마, 황태 갈아서 섞어 놓은 것) 한 숟갈 넣고 보글 끓으면 마른 표고버섯 썰은 것 한 줌이랑 데친 쑥 한 주먹 넣고.... 1~2분 끓이면 끝. 전체 요리 시간 10분도 안 걸린다. 오신채 마늘은 쑥향을 해칠 수 있으므로 생략생략....

 

아... 이렇게 제철재료 놓치지 않고 요리할 때가 참 좋다. 딱 그때만 먹을 수 있어서. 큰 냉장고 사서 싱싱고인지 급속냉동인지 1년씩 쟁여 놓는 것을 정치적으로다(이것도 정치적이라고 말해도 되나? 아님 환경적으로라고 하던지. 환경적인 게 정치적인 거라고 생각하지만) 거부한 지, 라고 말하면 사실 오바고 마에스트로 정이 요리책에서 그렇게 하는 게 멋있어 보여서 따라한 거지만... 여하간 그런 지 5년. 냉장고도 작은 걸로 사서, 음식재료 썩어나가지 않게 늘 조심조심... 음... 삼천포 그만 빠지시고, 여하간 "내일 아침엔 쑥된장국에 꽁치구이....를 먹을 쑤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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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7 23:31 2009/03/17 23:31

자동 수리

2009/03/05 19:35 생활감상문

월욜 밤인가 화욜 밤인가... 안 그래도 며칠 기분도 계속 안 좋은데(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했지만)... 발로 노트북 어댑터를 건드렸더니... 작게 무슨 퍽 소리가 나더니.... 노트북 내장 스피커가 칙~~~~ 하는 거다. 평소 내장 스피커는 음소거로 해놓고, 외장 스피커를 쓰는데.......

이상해서 사운드카드 드라이버를 제거하고 몇 번이나 다시 깔았는데도.... 이틀이나 스피커 안 되고...T T 수입 노트북이라 용산에나 가야 AS센터가 있는데... 이번 토욜도 제대로 못 쉬겠군. 교통도 불편하고. 무거운 거 들고 다니기도 질색이고. 택시 타면 돈 많이 들고... 뭐 이렇게 이틀째 궁시렁거리고 있는데....

오늘도 여차저차 일찍 퇴근할 수밖에 없어서... 집에서 다운받아 놓은 일드나 보면서 쉬면 좋겠다(어제 즉흥에 과음~~까지는 아니고... 늦게까지 술 마시고 집에 와서 보일러 켜는 거 까먹고 자다가 완전 새벽에 오한과 속쓰림에 떨며 잠 다 설쳐서)... 흑 그런데 노트북이 소리가 안 나니 원~~~

아... 오늘은 예능 볼 기분은 아니고... 책을 볼까 뭐할까... 하면서 H양과 잠시 메신저질. 그런데 갑자기 소리가 나온다. 이틀 사이에 얘가 스스로 정신을 차린 것이다. 음홧홧홧. 지금 일드를 볼 건 아니지만... 주말에 용산까지 안 가는 것만으로도 맘이 한결 편하다.

간만에 H양이랑 영화도 보기로 했겠다. 지난 주와 달리 이번 주엔 컨디션 관리도 잘해서, 집에 가서 엄마가 고아 타령 안 하시도록 살림도 확실히 해드리고...와야징. 이 아이가 자동 수리되니까 나도 뭐 자연치유랄까.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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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5 19:35 2009/03/05 19:35

감정의 불균형

2009/02/22 21:48 생활감상문

갑자기 제주도에 가고 싶어졌다. 가고 싶어진 지는 몇 년째이지만... 이상하게도 제주도에 가려고 하면, 아프다거나 집안에 일이 생긴다거나 다른 데 갈 껀수가 발생해서 결국 못 간다. 제주도 무료 숙박권, 제주도 무료 비행기표 등이 있었는데도 다 날짜를 넘기고.... 매양 그러면서..... 오늘은 불현듯 갑갑해지고, 뭐 또 안 해본 일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Y군이 자당 모시고 제주도 여행 간다는 말에.... 부러움이 왈칵~ 치밀어오르며.... 나도 가고 싶어진다.

버뜨, 그러나... 회사엔 할 일이 천지고, 원고 읽고 코멘트해 달라는 필자들도 여럿이요, 엄마는 팔수술 하시고 집에만 계신데... 퇴원 후엔 들여다보지도 못했고, 다음달부터는 영어 공부도 목적 의식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고, 또 쇠약해진 몸을 위해 요가도 열심히 다녀야 하고, 철학아카데미 강의도 2주나 남았고... 내가 지금 어딜 갈 처지가 아니란 말이다. 나도 물론 하나하나 일상을 충실히 해나가면서 보람을 얻고 싶은데... 도무지 이 일상이란 게 나에게는 넘치기만 하지, 딱 요만큼(내 능력에서 조금 힘들지만 영~차 해서 해내고는... 스스로 잘했어! 하고 칭찬할 수 있는 정도)이 안 된단 말이다. 이러니 또 도망이 가고 싶어진다. 사는 데 도시 樂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전 찍어놓고 까먹고 있던 셀카 사진 중에서 눈물이 잔뜩 고인 사진을 발견했다. 뭐 그도 찍을 때는 설정이었겠지만, 이렇게 다시 보니까... 그 눈물이 또 진심인 것 같아서... 나 대신 사진이 울어주는 것 같아서... 잠깐 또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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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2 21:48 2009/02/2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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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의 거울

2009/02/16 00:07 생활감상문

 

라벨, 모음곡 <겨울> 중 제4곡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

실제 연주자는 노하라 미도리

 

주말 이틀을 모두 쉰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주말에 하루 이상 출근하는 상황이 꽤 오래 지속된다(심지어 지난 주엔 금요일까지 업무를 모두 끝내겠다 싶었는데... 엄마 수술 때문에 하루 결근하고, 토요일까지 일했다). 어제도 거의 밤 12시가 되어 퇴근. 후배 진군이 맡은 신자유주의에 관한 논문집 마감인데... 눈문 30편이 모여 있으니... 어찌나 챙길 게 많은지... 목욜쯤인가 벌써 지쳐 Y군에게 "신자유주의가 나를 잡는다"고 투덜거리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러니... 주어진 조건에 대한 수용성, 내 업무 전반에 대한 조직력, 스스로 휴식시간을 확보하는 능력까지... 신체적인 힘듦(은 작년 상반기보다 낫다)보다는 상황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생각이 많아졌다.

새벽에 끙끙거리고 일어났다 새벽 시간 케이블에서 틀어준 에로영화 좀 보면서 아몬드 두 줌 씹어 먹고, 다시 꿈나라행. 10시쯤 아버지한테 전화가 와서 겨우 일어나 라면 하나 끓여먹고, 사과 반 개 먹고, 11시 반쯤 나갈 준비는 끝났는데... 괜히 틀어놓은 TV에서 <노다메 칸타빌레 인 유럽>을 틀어준다. 그것도 내가 특히 좋아하는 2부다. 얼마 전에야 인터넷으로 본 19권에서도 오클레르 교수의 끝없는 요구에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노다메가 고민을 하지만... 드라마 속에선 유학 생활 초기라 향수병과 치아키 센빠이의 부재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닫느라 노다메는 한참 폐인이 된다. 뭐 그래도 계속 파고 들어서... 그럭저럭 감이 올 때까지 피아노를 붙들고 있다가... 겨우 다시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루아르에서의 연주회. 주요 레파토리인 모차르트가 끝난 후에, 라벨의 <거울: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를 연주한다. 거울이 반사되듯이, 그렇게 강한 느낌으로 연주했다면서.

금욜에 만난 조광제 샘이 매체철학 이야기를 꺼내셔서는... 데카르트의 성찰은 르네상스 이후 유럽에 확산된 거울 이후의 인식론 변화를 반영한다고 하셨다. [뭐 내가 데카르트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이 연주는 노다메의 자기 성찰 이후의 단단해진, 그래서 하나의 거울면을 이룬 내면에서 되쏜 음악에 대한 감응의 빛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금 조금 든다. 노다메한테 참 힘을 많이 받는다. 백수 시절에도, 이직해서 적응 못하고 헤맬 때도, 적응 끝나 일 많아진 다음에도. 오늘도 덕분에 회사 가서 차분히 원고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도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서 내 거울을 다시 닦으면... 좋겠지?   

 

(참, 이 글은 낭만적 편집자의  푸념이 아니다. 출판노동자라는 정체성에 대한 선택 역시 불가피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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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6 00:07 2009/02/16 00:07

지금 대단히.

2009/01/20 22:55 생활감상문

 ▲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을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하는 과정에서 불길에 휩싸인 가건물이 무너지고 있다. 
(ⓒ 권우성, 출처 :  오마이뉴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대단히 두렵다. 어떠한 감정조차 느끼지 않을 만큼. 아침에 참사 소식을 접했고, 순간적으로 매우 화를 냈지만... 또한 돌아선 순간 잊어버렸다. 마감과 보도자료 작성은 끝났지만... 오늘도 꽤 바빴던 것이다. 게다가 최근 나는 눈앞에 떨어진 일 외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 상태이므로. 퇴근 무렵이 되어 P팀장(구 P차장)이 말을 꺼냈을 때에야 다시 기억해 냈다. 맞다. 오늘 우리에겐 그런 일이 있었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70~80년대에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사실을 모르는 어린애였으니까. 90년대에 그런 일이 있을 때는 불편한 느낌으로 우물쭈물했으니까. 2000년대에는... 여전히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진 못했으니까. 꿈이라도 꾸듯이.

아~ 심지어 명복을 빌 생각조차 들지 못할 만큼 화가 앞섰구나. 그리고 처음 드는 생각은 "대통령 하나 잘못 뽑은 게 이렇게까지 되는구나"하는 책임회피. 조금 더 지나서는... 그 대통령 자리 우습게 여기고, 몇 년 대통령 없는 나라에 산다 셈 치자 하면서... 반MB 선거운동이라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좀더 지나서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희망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차마 입에 옮기고 싶지 않은] 더 나쁜 일이 일어나야지만 반전의 계기가 생길 거라는 두려움. 그러나 더 큰 두려움은... 더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나만은 괜찮을 거라는 생각, 내 것만은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또 다들 모르는 척하는 상황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러한 두려움이 나를 이렇게 주저앉히게 될까 하는 내 자신의 비겁함으로 나타나게 될까 봐 더욱 두렵다.

나는 아직 잃을(가진) 게 있는 사람이고, 상승 지향의 욕망을 가진 사회에서 형성된 사람이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힘겨움을 앞날은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나중이 더 나아질 꺼니까. 지금 좀 힘들어도... 가진 걸 유지하려고 한다. 더 값이 올라갈 테니까. 더 큰 부자가 될 테니까.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그러면서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고, 남의 것을 탐내고, 빼앗고, 내 것을 지키고 하는 사이... 우리는 늙어간다. 아니 지금 이미 늙은 채이다. 아아, 지겹다.

그러니까 내 말은... 적어도... 내가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매일 성실히 일하고, 살림을 하고 , 친구를 만나 자기가 좋다 생각하는 일을 힘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에 서로 감동하고 칭찬하면서... 그렇게 내 삶을 충실히 꾸리는 것에 주로 관심을 가지려 할 때... 적어도.... 이런 꼴을 보지 않고 살 권리 정도는 갖고 있단 말이다. 사람을 죽여 놓고도, 잘못한 건 그쪽이라는 소리 같은 걸 들으려고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게 아니란 말이다.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 갖지 못한 사람의 처참한 죽음 앞에서 분노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두려움 같은 건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 이런다고 결국 '우리'가 복종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 이념이 없다고 할 때 거기 바로 '이념'이, 즉 가장 큰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것. 그러니까 지금 니들이 우리한테 해보자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 그러니까 내가 승부욕은 없는 사람이지만 오는 칼에 몸을 돌려 네가 지쳐 나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는 것. 그러는 사이 나는 한순간도 무력감에 늙어 가지는 않겠다는 것.  너희는 늙어 죽으리라는 것. 너희 뒤엔 또 너희의 피가 흐르는 아이들이 자라 너희의 얼굴을 갖게 되겠지만, 내게는 나를 기억도 하지 못할,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익명적 존재들의 삶에 대한 믿음이 있다. 내 삶을 유일무이한 것으로 만드는 그 믿음. 그리고 그러한 것이야 했을, 망자들의 삶에 대한 애도. 오늘밤은 이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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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0 22:55 2009/01/20 22:55

우울한 겨울날엔 청국장에 파래김

2009/01/18 23:57 생활감상문

계속 바쁘던 와중에... 일들이 조금씩 줄어가고 있지만... 한편으론 또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일이 많다는 것 자체에 부담감을 느끼거나 짜증을 내거나 하는 단계는 지금 만드는 책들이 일단 재미있기 때문에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지만... 신체적인 힘겨움보다는 신경 체계쯤에 이상이 생겼달까, 한 번 오류가 나면 계속 이상한 문자가 찍힌 종이를 토해 내는 프린터처럼 그렇게 어딘가 계속 오작동이다. 지난 일주일 간은... 하루라도 무언가 놓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어서... 잘하고 싶다, 잘해야지... 그렇게 매 순간 다짐하는데도 왜 이 모냥일까... 뭐 그렇게 되어... 오늘 아침엔 혼자 있다가 살짝 히스테리가 와서 쫌 울 뻔했다. 물론 어제 술 마시고 새벽에 좀 힘들어서 잠깐 잠을 설치고 은근한 숙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일어나자마자... 어제의 실수(업무 메일에 잘못된 파일 부착)를 뒤늦게 발견하니까... 더 짜증이 난 거였지만 말이다.

기분이 확 상해서... 하려던 빨래도 내비두고, 멍하니 인터넷 조금 두드리다가... 겨우겨우... 강쿤과 S군 결혼식 갔다가... 회사 가서 일하고 집에 왔다.엄마가 어깨 인대를 다치셔서 설연휴 전후로 수술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상황이라... 그 와중에 Y양이 수요일에 집에 다녀오면서(난 마감 중이라 목요일에 겨우 저녁 먹으러 들렀다 오고) 가져온 김치 한 포기가 자르지도 않은 채 냉장고에 대기하는 가운데, 그 전 주에 온 쉰김치를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집앞 야채가게에 들러 조생귤 10개에 두부 한 모를 사왔다.

미리 전기밥솥에 앉혀놓은 현미+콩, 취사 버튼 눌러주고... 오랜만에 청국장을 끓였다. 며칠전 냉동실 살짝 정리하다가 [엄마가 작년에 직접 띄워 보내신] 청국장이 뒷구석에 처박혀 있는 걸 보기도 했고, 결혼식장에서 회사 가는 차 안에서 정쿤이 부엌 옆 방을 쓰는 관계로다 청국장 끓인 날이면 이불에서 청국장 냄새가 난다는 소리를 하니까... 그간 쉰김치 처리는 거의 꽁치찌개였는데... 이번엔 청국장이 된 셈이다.

나에게 요리는 명상과 같아서... (한 번에 두세 가지 요리만 하지 않으면) 딱히 어떠한 메뉴얼이 없어도 머릿속에 자연스러운 순서(심지어 해보지 않은 요리까지도)가 정리되면서 기분이 좀 정리되는 경향이 있다. 아주 오랜만에 끓이는 청국장인데도... 할 일은 다 정해져 있다. 일단 냄새 나는 건 싫으니까 현관문부터 열어놨다. 쉰김치 물에 씻어 꼭 짜서 미리 달군 뚝배기에서 현미유에 볶다가 청국장 부숴넣고 멸치가루+다시마가루 반 숟잘 넣고, 김치국물 약간에 찬 물 붇고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기다려서 김치 간이 좀 우러나왔다 싶을 때 간 봐서 참치액으로 간 맞추고 다진 파, 마늘이랑 두부 넣고... 중간중간 거품 걷어내 주고... 그러면서 옆의 화구에서는 엄마가 보내 주신 파래김 굽고, 떨어진 김가루 닦고, 밥 뜸들기 기다리는 동안 H양이랑 서로 숙취 어떤지 잠시 메신저로 수다 떨다가... 밥 다 되니까 청국장 한 사발에 밥 반 공기, 파래김 약간, 기본반찬 한 가지... 고기가 안 들어간 청국장이라 맛이 개운하다. 100% 현미(+현미찹쌀)밥이라 밥은 까끌까끌하면서도 씹는 탄력이 대단. 파래김은 바다냄새가 나고... 그 와중에 찌개 속 두부는 부들부들. 아~ 겨울엔 이 맛이거든. 아침에 우유 한 잔에 사과 하나, 점심엔 마땅치 않은 결혼식 뷔페... 이제 좀 뭘 먹는 거 같네.

 

그러곤 노곤했는지, 30분 만에 초저녁인 7시 반인데 그냥 쓰러져 죽은 듯 잤다. 10시쯤 깨서는 불 꺼진 방, 오늘따라 사방이 고요. 시간이 저녁인지, 밤인지, 새벽인지도 구분 못할 정도로. 깬 지 두 시간 지났는데 아직도 몽롱하다. 다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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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8 23:57 2009/01/18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