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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간 홍아

넉 달 정도 집에 있다 홍아가 다시 어린이집엘 갔다.

한 번 실패하면 다음엔 더 힘들다기에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홍아는 체념을 한 듯 하다.

전에 다니던 곳이 아니고 새로운 곳에 갔는데 미리 적응 기간을 좀 갖고, 봄이 되면 갈 거라고 이야기를 해 둬서 가려니 한다.

(봄이 와서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고 했더니 혼자 놀 때 봄 준비 놀이도 한다. 마음의 준비를 하나 보다.)

 

걱정과는 다르게 첫 날 하나도 안 울고 잘 놀고 왔다.

선생님은 오히려 100점 줄 정도로 잘 해서 걱정이시란다.

울고 해야 마음도 풀고 그러면서 적응을 하는 건데.....

 

집에 온 홍아는 놀다가 간간이 어린이집 이야기를 한다.

 

'산책을 나갔는데 다 나뭇가지를 가지고 있었어. 나도 갖고 싶어서 (친구들이랑 언니, 오빠들에게) 하나 달라고 했는데 안 줘서 속상했어. 그래서 선생님한데 집에 가자고 했더니 더 있다 가자고 하셨어.'

 

'어린이집 선생님이 약 먹더라? 한 선생님이 오른쪽에서 약을 먹고 다른 선생님이 옆에서 봤어. 재밌지? 하하하하하'

 

'어린이집에 인형이 두 갠데, 하나는 빨간 인형, 하나는 파란 인형이야. 선생님이 손에 파란 인형을 들고 '손 닦아요~' 했더니 오빠들만 화장실에 가서 손을 닦았어. 언니들이랑 친구들이랑 나는 선생님이랑 있었어.'

 

'나 혼자 바지 다 입었다?! 두 번이나 혼자 입었어!' (바지에 두 번 쉬함 ^^)

 

'산책 갈 때 서준(?)이랑 누구 두 명이 울고 안 간다고 해서 원장 선생님은 어린이들이랑 어린이집에 있고, 나머지는 선생님 둘이랑 밖에 나갔어. 그런데 땅콩 준 선생님이 숨바꼭질 술래였나봐. 하루 종일 나무 뒤에 꼭꼭 숨어서 하나도 안 보였다!(적응 기간에 수안이에게 땅콩을 준 선생님이 2월 말로 어린이집을 그만 두심) (막 웃으면서) 선생님, 개구쟁이야~ 되게 잘 숨어~!'

 

'나 밥 많이 먹었어. 포크로 반찬도 찍어 먹었어. 어린이집 숟가락은 되게 조그만해. 선생님들은 나 요구르트 먹는 만한 숟가락으로 밥 드시더라?'

 

나는 홍아 어린이집 갈 준비하랴, 알바 하랴, 살림하랴, 집에서 홍아랑 놀랴

입술이 부르트고 목도 팅팅 붓고 감기에 걸렸는데

그러고 많~~~이 긴장하고 있었는데

홍아가 참 잘 하고 있다.

 

그래도 지도 뭔지는 모르게 힘이 많이 들어서

밤에 계속 무서운 꿈을 꾸고 울고, 잠꼬대를 하고, 자다 깨서 온갖 투정을 부리면서 울고 그런다.

 

어젯밤엔 자다 깨서 쉬한 기저귀를 혼자 갈겠다고, 기저귀가 엉덩이에 착 닿아야 하는데 안 그런다고

한 시간 가까이를 정말 안 이쁜 소리로 울며 기저귀에게 '야! 그러면 안 되지~!!!!!'그러면서 짜증을 내다 자고

오늘 낮엔 나더러 한 숨도 자지 말고 눈도 감지 말라고, 눈 깜박이지도 말고 계속 눈 뜨고만 있으라고 왝왝거리며 울어댔다.

 

마감을 넘긴 알바 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홍아 짜증까지 받으려니 넘넘 힘들다.

 

시간이 너무 많이 가는 것은 싫고, 오늘이 3월 9일쯤 되면 좋겠다.

그럼 홍아도 어린이집 적응 더 잘 하고 나도 알바가 다 끝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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