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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춤...

어제 홍아 어린이집을 그만 두었다.

홍아는 두 달 동안 잠도 못 자고 똥도 잘 못 싸고 밥도 잘 못 먹더니

어제 밤에 밥을 많~~이 먹고 오늘 아침엔 얼굴살이 다시 포동포동 올랐다.

 

2년 전에 홍아 다녔던 어린이집에 대기를 넣을 땐

선생님들의 온화하고 다정한 분위기에 반했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방과 후 보육을 해 준대서 무척 다행이다 싶었다.

 

올 7월에 갑자기 결원이 생겼으니 올 것이냐는 전화를 받고

많이 망설였다.

 

내년 1학기까지 휴직을 하고 봄에 슬슬 적응을 시키고 싶었던 터라 어찌하나 고민을 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어린이집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고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9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하고 부랴부랴 집을 내놓고 새 집을 구하고 이사를 했다.

29개월 주던 젖도 끊었다.

 

어린이집에 처음 가고는 엄마랑 떨어지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홍아가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슬슬 적응을 하는지

어린이집 재밌었다는 말도 하고, 아침에 눈을 뜨고 나 어린이집 다녀 올래~ 라고도 말을 했다.

 

그런데, 그 날

어린이집 선생님이 바뀌었다.

 

산휴 들어갔던 선생님이 돌아오신 거였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계시던 선생님과 성향이 많이 달랐다.

좋게 말하면 시원시원한 성격. 아기자기한 맛이 없었다. 다정하게 아이를 감싸는 스타일도 아니고.

홍아는 선생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극도로 무서워했다.

 

가기 싫어,가 아니라 무서워,를 달고 살면서

낮이건 밤이건 휴일이건 아니건 언제 어린이집에 가는지 전전긍긍이었다.

 

볼살도 쏘옥 빠지고 투정이 늘고 밥도 적게 먹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친구들과 말도 전혀 안 하고 모든 과정에서 빠지고

계속 울기만 한단다.

두려움을 피하는 방법으로 잠 자기를 선택하여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자기는 졸립다며 악을 쓰고 울고 잠자리에 누워 눈을 꼬옥 감고 있단다.

 

하도 울어 볼이 빨갛게 아토피처럼 되어 잠잠할 날이 없고

목도 쉬었다.

 

남들도 두세달은 걸린다는데, 이게 적응의 과정이지 싶어서

계속 구슬렸다. 세 살 되면 어린이집 가야 해. 엄마는 일하러 갈 거잖아. 홍아도 친구처럼 놀아봐.

 

그런데 홍아가 너무 무서워하던 날

홍아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밖에 서서 아이 우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새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두 돌도 안 된 아이에게 '누가 거기에 있으랬어! 저기에 서 있으랬잖아!' 하는 등의 소리를 질렀다.

 

아,,, 홍아는 정말 무서웠구나. 아이가 감당할 수 없었겠구나.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원장 선생님과 상담을 하니 나쁜 사람은 아니고 속 정도 깊지만 표현이 서툰 점이 있으니 주의를 준단다. 더 잘하겠단다.

 

그런데 홍아는 너무 마음이 닫혀서 아무 것도 못 받아들이고 악을 쓰며 울기만 할 뿐.

 

이렇게 그만두면 다음에 또 보낼 수 있을까.. (나는 일을 해야 하니 어디든 홍아는 다시 공동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도 걱정이 되지만(아이 키운 경험이 있는 엄마들은 거의 어린이집 다니다 적응 실패하면 다음에 보내기는 더 어렵다고들 하니 많이 걱정이 된다...ㅜㅠ)

아이를 품어 주는 어린이집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프로그램 많은 거 필요 없다.

그저 만날 놀이터에서 놀기만 해도 아이 자유롭게 놀게 해 주고 다정하게 품어 주면 된다.

근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 ㅜㅠ

 

홍아 잠시 다닌 어린이집도 선생님들이 그리 다정해 뵈진 않았다.... 

(대기 넣고 있던 동안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원장님부터 해서 싹 바뀌었던 것을 늦게야 알았다.

그리고 방과 후 교육하는 곳이 많다고 방과 후 보육을 하던 것을 내년부터 하지 않는단다.)

 

어휴 두 달 동안 이게 뭔 고생인지...

 

누구 일산 주엽동에 마음씨 고운 어린이집 선생님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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