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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주무세요.

홍아는 나를 안 재운다.

영 내가 졸려하면 기껏 한다는 소리가 '그럼 50분만 자렴~'이다.

자다가도 깨서 내가 안경을 쓰고 있는지 확인하고 '안경 쓰고 웃어'라 주문한다.

 

그런 홍아가 아까 나더러 막 자란다.

설거지를 하던 중이라 이것 할 테니 혼자 하고픈 거 놀라고 했지만 막 자란다.

그럼 나는 안 졸리니 티비를 보고 있겠다 했더니 그러란다.

그러나 또 바로 와서 자란다.

그래서 그럼 자겠다며 눈을 감았다.

 

곧 부시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오잉?

이 소리는 어제 문화센터에서 만든 과자집의 과자를 먹는 소리다.

 

홍아는 아이답게 과자집의 과자를 보고 엄청 기쁨을 느꼈는데,

나 보기에 들어간 재료가 좋지 않았다.

과자를 붙이느라 쓴 슈가 파우더나 생 달걀 흰자도 그렇고

과자도 알록달록 색소가 아이에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 같이 지붕을 뜯어먹다가 마침 몸이 간지럽기에 '나 팔이 간지러워.' 했더니

홍아도 간지럽다기에

'그럼 이 과자 안 좋은가 보다. 먹지 말자' 했더니 자기도 그러마 했다.

 

그런데 영 과자가 먹고 싶었나 보다. 엄마가 자고 있으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엄마를 재웠나 보다.

 

나는 부시럭, 와그작 소리가 나자 바로 '홍아 과자 먹어?'하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우리 딸, 엄청 놀라며 막 울며 엄마는 자라고 소리를 지른다.

내가 자는 시늉을 하고 있어도 정말로 소리가 안 들리는 줄 알았나 보다.

나름 완전 범죄를 들킨 딸이 너무도 당황하여 나는 '응, 나 또 잘게.'하고 눈을 감았다.

 

홍아는 마저 과자를 먹더니, 자기 볼 일을 마치자 내게 와 '엄마 그만 일어나'하고 나를 깨웠다.

 

나는 일어나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굴었다.

홍아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굴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마음도 좀 그렇고.

이럴 때 홍아가 지키고 싶은 비밀을 지켜줘야겠지?

그런데 홍아가 자기에게 나쁜 일을 하면 어떻게하지?

계속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앞으로도 좋은 일일까?

 

시간이 지나면 더 쉬워질 줄 알았더니 아이 키우는 일이 점점 더 고난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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