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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10월 14일, 15일 - 주점 대박 감사 일기! 간만에 기분 좋은 이야기들.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 노동자와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권수정 대리인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10월 14일 금요일 농성 135일

 

1.

동지들 모두 기뻐해 주세요. 작은꽃 대박으로 피었습니다!

 

주점하느라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는데, 대박이 났다.

처음의 계획은 우리 농성장에서 ‘야외공연을 보며 즐기는 가을 밤’의 컨셉이었는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장소를 급하게 변경했다. 가오리연 동지를 비롯해 명동해방전선 동지들이 명동 세입자 분들의 소개를 받아 ‘시네마 호프’에서 했는데, 저렴할 뿐 아니라, 주점 진행하며 미쳐 준비되지 못했던 것들을 싫은 내색 없이 사장님이 도와주셨다.

 

130석의 호프안은 진즉에 꽉차고, 호프 앞 길에 스티로폼을 50미터 쯤 두줄로 깔았는데, 여기도 만원이었다. 호프안에서는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기고, 호프밖에서는 둘러앉은 동지들의 이야기가 진지했다.

대학생 시사회 동지들이 만들어준 우리 투쟁 지지하는 UCC를 틀었는데, 매끄럽게 상영되지 않고 토막토막 끊겨 아쉬웠다. 어쩌면 그렇게 간결하게 재밌게 잘 만들었는지 동지들과 함께 봤으면 좋았을텐데. UCC만들어준 동지들에게도 쫌 미안하고. 다음에 우리 농성장에서 촛불문화제 할 때 틀어서 봐야겠다.

 

멀리 충남에서 노동부 앞 집회 끝낸동지들이 지회동지들과 함께 버스타고 많이 오셨다. 오래간만에 보는 동지들이 어찌나 반가운지. 충남의 동지들, 경기지역의 인천,수원,안산, 평택동지들이 멀리서 오셨다. 특별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주점 행사를 총괄해주신 유현경동지, 주방에서 애써주신 철폐연대동지들과 붉은목소리 최란동지, 서부지부 조지영동지, 민주노총 송은정동지, 팔걷어 붙이고 웃으며 써빙해주신 사회진보연대 방민희동지와 차승리 동지를 비롯한 학생행진 동지들, 사노위 학생동지들 고맙습니다.

음향시스템 지원해주시고 공연기획해주신 김성만동지와 구자혁동지, 진보신당 김수경동지는 다리를다쳐서 반깁스를 하고 오셔서 티켓과 돈관리를 해주셨습니다. 주점 순서지와 스탬명찰 지원해주신 성폭력상담소 토리동지, 열정적으로 노래해주신 동지들,공연 진행해주신 사노위 나위동지, 모두 감사합니다.

 

부천당협과 학생위 비롯한 진보신당 동지들, 국가보안법 조사받고 있는 수상한 남자 박정근과 사회당동지들, 이종회대표와 경기지역 포함한 사노위동지들, 멀리 충남에서도 참석한 노동전선 동지들, 여전히 밝고 힘찬 이혜경 여성위원장님 비롯한 참여당 동지들, 우리 지회 조합원들과 저대신 대작해주신 사회진보연대동지들, 이안동지를 비롯한 잡년행진 동지들, 한쪽에서 없는듯이 그러나 자리를 빛내주신 몸짓패 선언동지들, 기륭전자지회 동지들, 재능지부 동지들, 공무원노조 동지들, 붉은목소리 동지들, 행사앞두고 바쁜 마음에도 함께 해주신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동지들, 서부 비정규센터 동지들, 공공노조 서경지부 동지들, 해고되어 투쟁하는 농협 비정규직 동지,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말없이 굳은일 해주신 금속노조 김현미 부위원장님과 사무처 동지들, 미리다녀가신 최만정 동지와 충남일반노조 동지들, 건설노조 동지들, 민주노총 경기본부 동지들, 금속노조 경기지부 동지들, 학술단체협의회 동지들, 급하게 주점 장소 구할 때 흔쾌히 저렴한 가격에 장소 제공해주신 시네마호프 사장님, 그런 호프가 있다는걸 알려준 가오리연과 주점하는 동안 농성장 지켜주신 학생행진과 명동해방전선 동지들, 술취해 반복해서 열창한 젤리. 다녀가신 모든 동지들, 티켓 값만 후원해주시고 못오신 모든 동지들,

 

동지들 덕분에 풍요롭고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언니가 파워에너지 받으셔서 다행입니다. 동지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10월 15일 토요일 농성 136일

 

 

비가오면서 성큼성큼 추워진다. 어제 주점에서 중반까지는 관리를 잘 하다가, 마지막에 사내하청지회 동지들이 주는 술을 한꺼번에 먹었더니, 한꺼번에 취했다. 언니가 아침이슬을 불렀고, 그 다음에 내가 가사도 잘 기억나지 않는대 뜻없이 무릅꿇는 을 부른것은 기억난다. 마이크를 잡고 뭔가 말을 한것 같은데, 뭔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고, 충남지부 문용민 사무장에게 화풀이를 하다 살짝 울었던 기억도 나고, 그리고 부천지역 진보신당 동지 차를 타고 농성장으로 왔던 것 같다.

 

농성장 마당에 뒤풀이한 동지들의 흔적이 어지럽다. 빈병과 남은술, 어제 먹고 남은 족발과 두부가 낙엽과 함께 뒹굴고 있다. 이리저리 대충 치우고 언니와 남아있던 지회 정훈희동지와 북어국으로 해장을 했다.

 

어제의 주점은 마무리까지 여러동지들이 말끔히 정리했다하고, 몇몇 동지들이 잠바와 지갑과 기타등등 물건들을 두고 가서 찾아줘야 한다고 확인 하고, 그리고 오늘은 쉬자하고 동지들과 통화를 헸다.

 

훈희동지와 언니를 아산으로 보내고 그때까지도 자고 있는 명동해방전선 동지들에게 농성장을 부탁하고 목욕탕을 다녀왔다. 비가올려고 그런게지. 어제부터 삭신이 쑤시더니 술기운이 가시지 않아 머리도 아프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궜다 꺼내어 한결 가벼운 몸으로 농성장으로 돌아왔다. 바람도 차려니와, 어제의 숙취가 남아 있어 잠을 자기로 한다. 침낭에 동지들이 주고가신 핫팩을 붙이고 누워 지퍼를 올렸다. 텐트로 떨어지는 빗소리, 요란한 천둥번개소리가 자장가처럼 아득하여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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