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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경기도 광명시에서 서울 구로구 궁동이라는 동네로 이사를 했다.
광명시에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하게 돼서, 살만한 곳을 찾아다니다가 정착한 곳이 구로구 궁동이었다. 광명시에서, 길가 쪽에 있다가 주택가로 이사를 오니 조용해서 좋았다. 차 다니는 소리도, 싸우는 소리도 없었다.
첫째가 우리 나이로 3살. 아이와 살아가기에 너무나 좋은 동네였다. 옥상 바로 밑이 집이었고, 옥상은 넓었다. 그 집에서 둘째를 만났고, 옥상은 늘 두 아이의 놀이터요 방이었다. 우리 가족은 옥상에서 잠을 자거나, 돗자리를 펴고서 저녁을 먹곤 했다.
사실 처음에 이사를 하고서는 아내가 광명으로 다시 이사를 가자고 울었다. 이 글은 아내가 보지 않을 것이기에 그냥 적었다. ㅎㅎㅎ
2008년 11월부터 첫째가 공동육아어린이집 궁더쿵에 다니기 시작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가면 되는 거리. 한적한 동네. 그리고 집 앞에는 절 같은 건물이 있었고, 바로 산이 있었다. 오늘 산을 내려오다보니 절 같은 건물은 사라지고, 빌라가 있다.
궁더쿵어린이집을 갈 때면 고물상을 지나는데 그곳에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첫째는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하곤 했다. 어느 날 고물상은 없어지고, 새로운 건물이 세워졌다.
첫째와 둘째가 다니던 궁더쿵은 공동육아어린이집이라 텃밭을 했고, 아이들은 어린이집 뒤에 있는 산을 매일 올라가 놀았다. 아마(부모를 말한다) 활동도 많아서, 아이들 산에 갈 때 따라가 일일 교사 역할을 하거나, 멀리 갈 때는 차를 운전하기도 했다.
집 바로 앞이 산이라 가족끼리 산에도 자주 갔다. 그 길이 구로올레길 산림형 코스 중 하나라서, 국기봉을 넘어 온수역까지 걷거나 매봉산을 넘어 와룡산으로 오면서 부천 생태공원으로 넘어가거나 원각사로 내려오곤 했다.
2015년 11월 말 구로시민회 상근활동은 그만두었지만, 살고 있는 집이 구로시민회 사무실 인근이라서 둘째가 어린이집 갈 때 마다 그 앞을 지나가곤 했다.
2016년 3월 22일 아이들과 보물과 같은 장소를 발견했다. 집에 마실 온 아이(들?)과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세종과학고등학교를 질러 와룡산으로 가다가 발견한 공원. 아는 사람만 발견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공원을 발견하고는 무척이나 기쁘고 행복했다. 세종과학고등학교 앞 도로를 넘으면 바로 공원이 있다. 그 이전 사진이 없고, 공사 기간이 2015년 10월까지라 적혀 있으니, 이 날 처음 발견한 건 맞을 것 같다.
이 후 인근에 살던 놀이네가 그 공원에 자주 간다는 말을 들었다. 둘이서 같이 공원에 가자고 했었는데, 자주 같이 가지는 못했다. 가끔 사람들에게 세종과학고등학교 맞은편에 숨겨진 보물과 같은 공원이 있으니, 한 번 가보라고 말을 하곤 했다. 작년 11월에도 한 사람에게 집 근처니까 한 번 가보라고 했었다.
2023년 구로시민회 사무실 인근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처음 사무실을 옮길 때 다들 궁동에서 무엇인가를 해보자고 했었다. 궁동 인근에 궁더쿵어린이집이 있었고, 무지개마을이라는 방과후 학교도 만들었고, 궁동생태공원에서 놀이마당도 진행하고, 때로는 작은 음악회도 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궁동에서의 활동이 사라졌다. 무지개마을 방과후학교도 문을 닫았고,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궁더쿵어린이집을 졸업을 했고, 2015년 상근활동을 그만두었다. 구로시민회는 2016년 두 명의 상근활동가가 있었느나, 2017년에는 상근활동가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내가 다시 2018년 구로시민회 상근활동가로 돌아왔으나, 구로구 전반적 상황과 관련한 활동을 하다 보니 정작 궁동에 대한 마음이 멀어져 있었다. 궁동이라는 동네가 늘 가까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낯설어졌다. 2023년 외부활동을 줄이겠다고 마음먹고, 사무실이 위치한 궁동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기로 했다.
오늘 커튼을 달려다가, 커튼 핀을 사무실 인근 철물점에서 구입을 하고 동네를 걸었다. 목적지 없이 동네를 거닐다 숨겨진 보물 인근을 지나게 되어 잠시 들렸다. 겨울이라 그런가? 많이 당황했다. 그 예쁘던 장소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그런 곳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마침, 어르신 두 분이 잠시 공원을 돌아보시고 가신다. 그네를 타시는 장면을 찍으려다 실례가 될 것 같아 찍지 않았다. 두 분의 대화를 들어보니 여성은 처음이신 것 같고, 남성은 몇 차례 들리신 것 같다. 두 분이 자주 찾는 공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건물이나 공원이나 사람 발길이 끊어지면 조금씩 망가지기에,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이용하면 좋겠다.
사실, 공원은 그리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공사를 한다고 쳐 놓은 펜스가 공원을 막아서 보이지 않아서, 사람이 쉽게 발견하기도 어렵고, 접근성도 떨어진다. 그리고 지금은 길에는 낙엽이 그대로 쌓여있고, 나무에 대한 설명을 적어놓은 안내판들은 나 많이 낡았소 하고 온 몸으로 말하고 있다.
생태계복원사업 반환금 사업 구로구 양지말 생태공원
내가 2015년 만들어진 곳을 2016년에 갔기 때문에 더 좋았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약간 썰렁함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다니면 무척이나 좋을 만한 곳이라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2023년에 돌아본 공원의 모습은 마음이 아프다.
구로구가 양지말 생태공원을 잘 관리하면 좋겠다. 공원 입구라도 정비를 해야 동네 사람들이라도 이용하지 않을까? 비록 작은 공원이지만 지역 주민들이 거닐 수 있는 좋은 곳이라서 아쉽다.
2023. 1. 9.
아침안개
꼬랑지 2016년 3월 22일 양지말 생태공원
2023년 1월 9일 양지말 생태공원
#일상 #많은것이변해간다 #양지말생태공원 #공원관리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