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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모른다면 몸으로 알게 해야..

<연대>라는 단어가 있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입으로는 <연대>를 내뱉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내가 속한 조직의 일을 처리하고 고민하는 것만도 바쁘다는 핑계로 이 문제에 대해 별로 생각을 못한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연대>의 개념 이상의 것이 아직 내 머리에 들어와 있지 못한 것이다. 어제 정립회관에 다녀왔다. 지지방문이라는 이름을 걸고 다른 투쟁사업장을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각해보면 대학 1학년때 청계피복노조에 학과에서 단체로 간 적은 있으나 뭘 알고 갔다기보다 일종의 신입생 코스 비슷한 것이어서 그냥 거기있는 활동가들과 재미있게 노동가요 배우기를 했던 기억만 있다.) 그나마도 저녁회의가 있어서 도착하니 이미 잠자리에 들 시간.(밤 11시) 뭐 농성장에 있는 분들과 간단하게 인사하고 잠깐 이야기 나누다가 잠자리 준비하고.. 그리고 나도 잤다.


일어나서 중증장애인동지의 세면을 도와주고 잠자리 정리하고 조회하고 그리고 끝. 다시 사무실로 출근. 사실 나름대로 의미부여를 하기는 했지만 이게 뭐 <연대>인지 뭔지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다만 누군가를 도와 세수를 시키고 무엇을 먹여준다는 행위 자체가 나를 매우 기쁘게 했는데 어린이집 현장을 떠나 5년동안 그런 일을 전혀 해보지 못한 탓이었다. 아이들을 돌볼때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씻기고 먹이고.. 그 행위가 주는 가장 큰 기쁨은 사람의 체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데 있다. (한번의 세면을 아이들 돌보는 것과 비교하다니... 그러나 정녕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장애인동지들을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늘 내가 기뻤던 것은 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이런거였지. 하는 잊고 있었던 바로 그 느낌을 생생히 되살려 주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연대란 그런 것이 아닐까? 나의 손과 피부와 몸으로 느껴지는 생명의 박동.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 그 도움을 줌으로써 나도 기쁜 것. 아직 머리가 모른다면 몸으로라도 느끼게 해야 한다. 작은 행위가 쌓여가면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즐거움과 생동감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어느 날 머리끝까지 차오르면 아! 하고 깨닫게 되는 날이 오겠지. <연대> <동지애> <단결> 이런 아름다운 말의 진정한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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