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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2호>스티브 잡스와 안철수, 노동착취를 하지 않는 자본가? 그런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56세로 죽은 스티브 잡스는 천재라 칭송받았고,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난 뒤에 다시 애플로 복귀해서 대단한 성공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입지전적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죽음에 세계적인 추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것은 그냥 보고있기 힘들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아이폰을 만들던 수많은 노동자들의 자살 때문이고, 하나는 잡스와 묘하게 교차되고 있는 안철수에 대한 한국 대중의 환호 때문이다.

 
폭스콘 자살 노동자들의 원혼이 스티브 잡스를 노려보고 있다.

 

작년 폭스콘 공장에서는 12명의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폭스콘 공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기본급 16만원(최저임금)을 받으면서 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렸고, 20평방미터 정도의 기숙사에 10명의 노동자가 공동생활을 했다.
세계의 관심이 폭스콘 공장으로 쏠리자, 잡스는 노동자들의 자살에 대해서 어의없는 변명을 하였다. 그 변명은 “폭스콘의 자살률은 중국 평균 자살률보다 낮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률이 일반인의 발병율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그러나 자살한 노동자들 중 특히 한 명은 애플 아이폰의 신제품 샘플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었다. 애플의 마케팅은 철저한 비밀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스티브 잡스의 신제품 발표회까지 신제품에 대한 비밀이 지켜져야 하고, 그래야만 스티브 잡스의 발표회가 더욱 인기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스티브 잡스의 그 유명한 발표회는 비밀유지를 위한 가혹한 노무관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이 가혹한 노동착취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것은 반드시 폭로되어야 한다.

 

노동착취 하지 않는 자본가? 안철수
 

얼마 전 조사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스티브 잡스와 안철수가 꼽혔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환상은 많은 부분에서 안철수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나를 착취하지 않고 고용해줄 창의력 있는 자본가, 안철수’가 그러한 기대이다. 혹은 ‘나도 그리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안철수처럼 폼나게 희망을 이야기하며 자본가로서 살 수 있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스티브 잡스도 폭스콘 노동자들이 자살로서 저항하지 않았다면, 평균 자살률을 운운하며 발뺌하는 지경에까지 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폼나게 신제품 발표회를 하며 청춘콘서트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잡스와 마찬가지로 안철수연구소의 무수히 많은 엔지니어들이 야근을 거부한다거나 안철수가 쓴 책의 독후감을 써오라는 명령을 거부할 때 안철수는 스티브 잡스처럼 코너에 몰리게 될 것이다.

 

자본의 마술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란 말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마술적 사고에 빠져서 치료를 거부했다는 것 때문에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쉽게 말해 마술적 사고란 다이어트하고 있는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에 “오늘은 착한 일을 했으니 살이 안찔거야”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것처럼 나중에는 낭패를 볼 수 있는 비논리적 사고를 말한다.
바로 스티브 잡스, 안철수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노동자민중에게 마술적 사고를 부른다. 당장은 좀 더 깨끗한 것처럼 보이는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통해 뭔가 나아질 것 같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노동을 착취하지 않는 자본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안철수에 대한 지지가 스스로 만들어야 할 투쟁과 삶을 대신해주지 못한다.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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