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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2호>미국경제, 그 무덤의 깊이는?

미국경제의 현주소
 

지난 8월 유럽의 ‘검은 금요일’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전 세계 증시는 급락했고 미국경제의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의미)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됐다. 8월 9일 미연방준비이사회는 주택시장, 실업, 소비, 투자 모든 면에서 다시 침체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고, 2011년 초반에 예상했던 경제성장 전망치를 모두 하향조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사실상 더블딥 상태에 놓은 미국경제를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했고 아직은 ‘재침체’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미국은 2009년 2분기에 들어오면서 은행 파산 규모가 줄어들고, 투자와 소비가 약간 증가하는 등 경기 회복이 점쳐지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들은 이른바 ‘출구 전략’을 언제 사용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미연방준비이사회는 스스로 경기침체를 인정하면서 2013년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발표했고, 오바마정부의 소위 ‘개혁’정책은 실종되어 복지분야는 급격하게 후퇴할 상황에 놓여 있다. 실업 상태 개선은 요원하고 2008년 공황에 직접적인 뇌관이었던 주택 경기는 바닥을 알지 못할 정도로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부채를 넘어 지방정부의 부채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아리조나, 뉴저지 등에서 교육재정 삭감과 등록금 인상,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지원금 삭감, 공공부문 정리해고 등 노동자민중들에 대한 생존의 위협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월가투쟁! 그것은 어찌 보면 미국 자본주의가 처한 일면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곳곳에서는 지방정부의 파산의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고, 그토록 어마어마하게 공적자금을 처박은 금융자본은 여전히 그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증시 거품을 마약으로 삼아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미정부는 다시 3차 양적완화를 조심스럽게 꺼내들고 있다. 예상보다 더 낮은 경제성장률,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실업, 소비와 투자의 제자리걸음, 여기에 조금씩 불타오르고 있는 자본에 맞서는 대중들의 투쟁이 격렬한 계급투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존재하면서 자본의 두려움은 더욱 높아졌다.

 

2008년 위기의 직접적 뇌관. 주택 경기
 

2006년부터 급격하게 하락했던 집값은 2008년 경제공황 이후 바닥을 알 수 없게 계속 떨어지고 있다. 미국 전체 주택 가격은 33% 하락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주요 지역의 집값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 때문에 이른바 ‘깡통주택(주택가치가 향후 갚아야 할 대출금액보다 낮아진 것)’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그 규모가 2011년 전체 모기지 대출 주택의 48%에 이른다는 전망도 제출되고 있다.
집값을 갚지 못해 쫓겨나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전체 주택거래 중 압류주택이 1/4를 넘어서고 있다. 제로 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택가격은 10~15%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성장률과 실업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초 예상치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미연방준비이사회는 지난 11월 2일 2011년 성장률을 1.6% 전망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에 미연방준비이사회가 전망했던 목표치의 절반 규모다. 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경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럽의 재정위기 사태가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미국 경제는 더욱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한 환율 문제를 다시 건드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자리 역시 해결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2008년 공황 발발이후 미국에서는 87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2009년에 잠시 신규 일자리들이 늘어났지만 그 규모는 190만개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새로 노동시장에 편입된 경제활동인구가 430만 명이고, 2010년 이후 다시 경기침체에 들어섰으니 실업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실업문제 규모문제를 넘어 이제는 구조적 측면에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전체 실업 중 6개월 이상의 장기실업 50%에 육박하고, 900만 명이 시간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고실업구조가 계속되면서 일자리가 생겨도 시간제 등 비정규직일 뿐이라는 것이다.

 

재정 감축과 본격화 되는 구조조정
 

미국의 국가채무는 부도직전까지 가는 심각한 상황(2010년 현재 14조 252억 달러로 GDP 10% 규모)이다. 이미 세계 자본주의 위기는 금융위기에서 재정위기로 옮아가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이 더 심각한 것은 앞서 제기했던 것처럼 연방정부의 국채만이 아닌 지방정부의 채무규모다. 2011년 현재 지방채무는 3천조에 이르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각 50개 주의 금융실태는 매우 불투명해서 구체적 파악조차 쉽지 않다고 하니 이는 또 다른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재정위기는 고스란히 노동자민중에게 전가되고 있다. 각 주에서는 주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등록금은 32%인상했고, 뉴져지주에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해고시켰다. 교육, 공무원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삭감이 단행됐고 연금과 보조금이 축소되고 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실업급여를 주지 않고 있고, 대학들은 교육재정 삭감으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연금이 바닥나 붕괴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천문학적인 달러풀기로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이야기했던 미정부 정책의 결말이 바로 노동자민중의 생존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차 양적완화? 누구를 위한 달러 풀기인가!
 

그렇다면 그 어마마한 돈들은 어디로 갔는가? 미연방준비이사회는 2008년 12월 1차 양적완화 조치로 1조 7천억 달러를 풀었고, 2009년 3월 3천억 달러를 풀어 장기국채 매입했다. 소위 2009년 경기회복은 이러한 막대한 달러풀기의 효과였다. 그러나 두 번째는 통하지 않았다. 2010년 10월 미연방준비이사회 2차 양적안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6천억 달러를 풀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는 더욱 본격화됐고 더블딥은 현실이 됐다. 그 많은 돈은 일단 금융으로 들어갔다. 금융자본은 산소마스크를 썼고 그것을 기회로 또 증시 거품을 만들어 자신들의 배를 채웠다. 그 위기의 순간에도! 부실채권을 사들이고, 또 사들이면서 자본가들의 손해를 만회해주는 것, 그것이 경기부양책의 본질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실업은 높고, 빈곤은 악화되고 있으며, 연금은 바닥나고, 각종 복지는 위협당하고 있다.

 

탐욕스러운 자본 혼내주기가 아닌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에 도전해야
 

이제 미국의 노동자민중들은 더 이상 참는 것을 거부하고 나섰다. 부패하고 탐욕스러운 금융자본과 경제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시작으로 일어섰다. 투쟁을 통해 그들은 그 원인이 제국주의 전쟁비용이 바로 노동자민중들에게 전가되었음을, 막대한 경기부양책이 바로 자본 살리기였음을, 실업과 해고에 대해 그 어떤 대책도 정부는 마련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이들의 투쟁을 금융자본을 적당히 혼내주는 것으로, 규제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본주의 심장, 미 자본주의 체제와 노동자계급의 분노가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그 체제를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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