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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2호>묻지마 연대를 넘어 묻지마 통합으로 서울시장 선거 이후 다시 시작된 통합진보정당 운동

2012년 총대선의 전초전이라 불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야권연대 후보인 박원순의 당선으로 끝났다. 박원순 후보는 당선 확정 이후 “시민이 권력을 이겼다.”고 소감을 발표했다. 박원순 선거운동에 적극 결합한 진보양당, 민주노총은 모두 서울시민의 승리, 야권 및 시민연대의 승리, 쾌거라고 환영했다.

 

패배한 것은 한나라당 뿐인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정권에 대한 대중의 광범한 분노와 반대로 드러났다. 게다가 진보정당과 민주노총까지 박원순 선거운동에 적극 결합함으로써, 박원순의 당선은 노동자민중의 승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패배한 것은 MB와 한나라당만이 아니다. 선거과정에서 노동자계급정치가 완전 실종되면서 노동자정치도 패배했다. 박원순은 결코 민주당보다 진보적이거나 계급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아닌, 민주당과 다를 바 없는 자유주의세력이다. 김대중정권 시절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적 재벌개혁의 보조역할을 한 소액주주운동이나 재벌기부를 통한 나눔활동이라는 박원순의 행보가 이를 잘 보여준다. 또 박원순은 선거운동 내내 핫이슈가 된 한미 FTA문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였다. 
그런데도 반MB라는 이름 아래, 박원순은 졸지에 노동자민중의 후보가 되어버렸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온 민주노동당 후보는 박원순 후보를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 민주노총과 연맹은 구걸에 가까운 정책협약활동과 선거운동으로 미국식 압력활동단체로 스스로 전락해 버렸다. 

 

묻지마 연대를 넘어 묻지마 통합 압박 강화
 

박원순의 당선으로 민주대연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정착할 것이다. 나아가 연대에 머무르지 말고, MB에 반대하는 세력이 모여 하나의 야권통합정당으로 모이자는 흐름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선 직후 박원순은 야권통합을 주창해온 ‘혁신과 통합’ 측 인사를 만나 ‘혁신과 통합’이 추진하는 야권 통합의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야권통합에 대한 경쟁구도에 뒤질세라 민주당 지도부도 ‘민주진보진영 통합정당’ 건설을 12월 내에 완료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한국노총 위원장도 선거 이후 야권통합의 일부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이제는 민주대연합을 통한 정권교체 및 공동정부 수립을 넘어, 자유주의세력을 중심으로 한 야권대통합당 건설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노동자민중운동을 압박하는 형국이 형성되고 있다. 야권통합정당? 그 실체는 분명하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가져온 자유주의세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무마하고 총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동운동·진보정당·시민운동의 수혈을 받아 자유주의세력의 정치적 주도권과 영향력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다시 시작된 통합진보정당 운동 그 실체를 드러내 
 

진보신당 당 대회와 민주노동당 당 대회 부결로 진보대통합정당 건설은 무산되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 이후 통합진보정당 건설 흐름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노회찬·심상정·조승수를 중심으로 한 진보신당 탈당파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통합연대는 그동안 국민참여당 참가 반대 입장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과 함께 12월 10일 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로써 통합진보정당 건설의 최대걸림돌이었던 국민참여당 참가문제는 해소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민주노동당 지도부(다수파)가 그토록 염원한 ‘민노주노동당-통합연대-국민참여당’ 합당 방식과 절차가 될 것이다.
진보정당은 강화되는 야권통합 압박 속에서, 생존과 몸집 부풀리기를 위해, 허울 좋은 진보라는 이름 아래, 국민참여당같은 자유주의 자본가정당과 합당까지 감행하는 행태로까지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정치를 실종시킨 진보정치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것으로, 통합진보정당이 결코 노동자정치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대혼란에 휩싸인 노동자정치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민주대연합 구도에 휩쓸리면서 자유주의세력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등, 지금 노동자정치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이제 노동운동, 노동자정치는 무엇인지 그 출발선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수많은 열사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일궈온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정치운동은 자본가정치에 의해 압살당할 것이다.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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