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2호>그리스 위기, 미로 속에 갇힌 세계경제

갈팡질팡 그리스 롤러코스터 세계 증시 
 

EU 등의 구제금융 안에 대한 그리스 총리의 국민 투표제안과 철회, 총리 신임투표 등 그리스 정치권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세계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양 출렁거렸다 그리스 총리는 의회에서 재신임 기준을 간신히 넘겼지만(재신임에 필요한 151표에서 2표를 더 얻었다) 총리가 제안한 연립정부에 대해 야당은 부정적이고, 구제금융안을 둘러 싼 갈등으로 온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구제금융 안에 대한 저항은 즉각 일어났다. 지난 달 19일 공공부문의 파업으로 대중교통은 물론 우체국, 법원, 세관 등도 업무를 하지 않는 등 사회 전 부문이 멈추었다. 시위는 시위자가 1명 사망하는 등 계속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그리스 정국에 안절부절못하며 위기의 불똥이 번지지 않기만 바라고 있으나, 낙관할 수가 없다. 2008년 기준으로 유로존(유로통화권 17개국)에서 그리스의 경제규모(GDP)는 3.1%에 불과함에도 세계경제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그리스가 위치한 발칸반도가 세계대전을 촉발한 세계화약고였다는 점에서 그리스 위기는 자못 비장하다.
 
유로존의 비극

 

유로존은 1999년 1월 1일에 유로화의 공식적인 도입과 함께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스는 2000년에 국민투표가 통과되어 2001년 1월 1일에 가입했으며 동전과 지폐는 2002년 1월 1일부터 통용되었다. 에스토니아는 2011년 1월 1일에 가입함으로써 현재 17개 국가, 약 3억 3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로존에 속해 있다.
유로존 출범은 유럽권역을 단일 통화(유로)로 만드는 것으로 달러화에 대당하는 기축통화로까지의 원대한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즈음에는 기축통화 자리까지 넘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위기확산으로 2년도 채 되지 않아 쑥 들어가 버렸다.
그리스는 2001년 유로화를 도입하면서 초기에는 실직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유럽 내 상대적 빈국이었던 그리스는 유로화의 도입으로 금리가 낮아지고 그리스의 통화가치가 절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저축률은 하락하고, 설비투자 및 주택을 중심으로 한 건설투자가 급증하였다. 국내저축과 투자 간의 불균형은 부동산 열풍을 만들어 낸다. 이는 결국 거품경제에 일조한다.
산업구조에 있어 서비스업, 특히 관광업의 비중이 높은데, 관광업은 2008년 미국발 위기로 인한 세계경제 위축으로 인해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한편 지하경제의 (소득신고 없이 이뤄지는 비공식 경제활동, 가장 큰 폐해는 탈세임)비중이 GDP 25%로 조세건전성이 좋지 못하다.
그나마 변동 환율제를 통한 조정국면도 가능하지 못했다. 유로존에 가입되어 환율은 고정될 수밖에 없다. 환율이 고정되고 물가는 상승하니 대외경쟁력은 악화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처럼 달러를 마구 찍어낼 수 도 없다. 달러처럼 유로는 기축통화로 기능할 수도 없어, 과잉된 화폐 발행으로 부담을 다른 국가에 전가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킬 수도 없다. 그리스의 경제규모가 작다고 하여도 이미 하나의 통화권으로 깊숙이 얽힌 각국은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장밋빛 유로존이 어느새 잿빛 유로존으로 치닫게 되었다.

 

디폴트인데 디폴트라 할 수도 없고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의 162%에 달하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4월에 1100억 유로, 올해 6월 1000억 유로를 유럽연합과 IMF 등에 요청하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6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상태이며, 이미 1000억 유로의 빚을 탕감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가부채는 아직 2500억 유로정도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지원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빚을 얻어 빚을 갚는 형국이 되었고, 그 끝을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 상태(특정 국가가 외국에서 빌려온 돈을 계약된 상환기간 안에 갚지 못해 부도에 이르는 상황)임에도 누구도 디폴트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측면이 아니라 정치적 측면이다.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전체에 퍼질 감당할 수 없는 연쇄효과로 세계경제가 파국에 치달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상황은 이전에 모라토리엄(한 국가가 경제·정치적인 이유로 외국에서 빌려온 차관에 대해 일시적으로 상환을 연기하는 것)을 선언한 러시아나 브라질, 칠레 등 남미국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측면에서 더욱 곤혹스럽다. 위 국가 들은 그나마 천연자원을 풍부히 가지고 있으나, 그리스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위기
 

글로벌 경영, 단일통화, 국경없는 경제를 외치며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자본주의 세계화는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덫이 되었다. 그리스의 위기는 그리스 국민의 나태에서 근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 위기, 달러의 대량 유통, 유로존의 단일 통화 및 고정환율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자본주의 세계체제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단지 유럽의 1번 선수가 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그리스가 2번, 3번으로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태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구조적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리스 노동자 민중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빚을 갚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 총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의 말처럼 “그들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그런 방법으로는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하게 될 것이며, 부자는 더 부유하게 될 뿐이다.” “도움은 사양하겠다. 당신들이 나를 ‘구제’하기를 바라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가 노동자 민중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다.
              
김재광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